“‘탑’(T.O.P)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해오면서 정체성에 대한 혼돈이 왔습니다. ‘최승현’이라는 사람을 잊고 살았던 거죠. 나의 본질이 없어지고, 껍데기만 남게 된 것이 아닌가라는 회의도 종종 들었습니다.”
영화 ‘동창생’의 주인공과 배우 최승현(26)의 공통점을 하나 꼽자면, 두 개의 이름으로 사는 자의 숙명일 것이다. ‘동창생’의 ‘리명훈’은 북한으로부터 남파돼 ‘강대호’라는 이름의 고교생으로 위장, 암살 임무를 수행하는 소년 간첩이다. 최승현은 지난 8년간 본명보다는 ‘빅뱅’의 멤버이자 래퍼 ‘탑’으로 더 많이 불려졌다. 그래서일까, ‘동창생’의 시나리오를 보고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끌렸던 것은 정체성의 혼돈에 빠진 주인공의 처지였다.
“그동안 사극이나 로맨틱 코미디,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의 시나리오를 받았지만, 이 작품에 유독 마음이 갔던 것은 주인공 소년의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속과 깊이를 알 수 없는 인물이지만,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해져 갈등하고 고뇌하는 처지가 제 마음을 움직였죠. 정체성에 관한 물음을 던지는 영화 ‘아이로봇’이나 주어진 운명이나 정체성을 벗어나 전혀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하는 주인공을 그린 ‘가타카’를 떠올렸던 것은 그 때문입니다.”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1101 최승현 인터뷰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1101 최승현 인터뷰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1101
반역자가 된 아버지 때문에 요덕 수용소에 감금된 북한 소년 리명훈은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남파공작원이 되기로 한다. 탈북자로 위장 망명해 낮에는 평범한 고교생, 밤에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암살 기계로서 이중생활을 해 나간다. 하지만 학교에서의 그는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소녀(한예리 분)의 손을 잡아줄 정도로 따뜻한 피와 연민을 가진 소년이다. 최승현은 자신에게 북한말을 가르쳐 준 탈북동포로부터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도 많이 얘기들었지만, “전후 3세대로서 남북분단은 정치적 문제라기 보다는 우리가 당면한 비극적 운명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연민과 그리움, 순수함, 가족애같은 감정이 깊이 와 닿았다”고도 덧붙였다.
“제가 처음 빠져든 힙합도 노토리어스 비.아이.지나 우탱 클랜 같은 직설적이고 어두우며 리듬이 남성스러운 음악이었어요. 제가 음악을 쓸 때도 제 안에 있는 슬픔과 분노, 어둠이 반영이 되죠. 선이 굵은 리듬과 멜로디를 좋아하구요. 그러다 보니 영화에서도 어두운 색깔의 역할을 연이어 선택하게 됐어요. 전작(‘아이리스’ ‘포화 속으로’)에 이어 또 강렬하고 무거운 인물을 하느냐 고민도 컸지만, 이왕 한 번 시작한 것 갈 때까지 가보자 했죠.”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1101 최승현 인터뷰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1101 최승현 인터뷰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1101
지금 최승현의 화두는 ‘균형’과 ‘모험’이다.
“음악이 기반이고, 본업은 가수지만 연기, 배우와 ‘균형’을 맞춰가려 합니다. 요새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죠. 개봉과 비슷한 시기에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새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발표하게 된 것은 ‘밸런스’를 맞춰가려는 제 의지의 표현이에요.새 음악에는 두 가지 길을 가야하는 제 고민과 현재 우리 음악계에 대한 생각이 솔직하게 표현돼 있습니다.”
그의 외조부는 잘 알려진 대로 현대소설가 서근배씨(1928∼2007)로 최승현은 “생전 할아버님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며 “외가에 예술가들이 많아서인지 제가 가수활동을 하는 것에 호의적이셨다”고 말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고(故) 서근배씨는 고 김환기 화백의 조카로, 이달 중순 발표될 최승현의 새 뮤직비디오엔 김 화백의 유작이 등장한다.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1101 최승현 인터뷰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1101 최승현 인터뷰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1101
그는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이번 영화, 그리고 가사-이미지의 충돌을 전위적이고 초현실적으로 표현한 새 노래 및 뮤직비디오가 ‘모험’이라고 했다.
“가수로도, 배우로도 더 용감한 모험을 해보고 싶습니다.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용감하고 젊은 아티스트였으면 좋겠습니다.”
이형석 기자 suk@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1101 최승현 인터뷰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1101 최승현 인터뷰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