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북한이 공식적으로 미국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대북 정책이 또다시 혼돈에 휩싸였다. 대화 모드를 멈추고 다시 극단적인 선택을 오가는 ‘벼랑 끝 전술’로 돌아가리란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와 미국 간 갈등을 이용해 판을 다시 짜려는 줄다리기의 일환이란 분석도 있다.

북한은 4일 최고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의 이름으로 미국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공식 천명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의 실명도 언급하며 ‘강도의 무리’, ‘승냥이 본성’ 등 자극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또 이 성명이 위임에 따른 발표라 밝혀,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의 의중이 담겼다는 점을 밝혔다. 국방위는 성명을 통해 “미국을 상대로 더는 마주앉을 필요도 없고 상종할 용의도 없다는 걸 미합중국의 오바마 행정부에 정식으로 통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수치스러운 역사를 마감하게 될 종국적 멸망의 마지막 페이지를 다른 곳이 아닌 미국 땅에서 우리의 백두산 총대로 보기 좋게 써주기로 결심했다”며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했다.

핵무력이나 사이버 전력으로 도발하면 이에 맞서겠다며 핵무기까지 언급했다. 남북 간 교류를 제안한 신년사 이후 나온 북한의 발언 중 가장 수위가 높다. 미국 측과 물밑대화를 추진하다 무산된 이후 외교적 관행을 깨면서까지 대화 과정을 공개하고, 연이어 미국과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북미 관계가 경색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건 이견이 없지만 향후 북한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를 두곤 의견이 분분하다. 핵무기나 미국 본토를 거론하는 등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를 펼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미 간 대화가 중단된 책임을 미국 측에 돌리거나 미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것도 미국 측에 책임을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향후 이어질 수 있는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에 따른 국제사회의 비난을 대비한 수순이란 뜻이다.

미국 내에서도 북한의 무력시위를 우려하고 있다. 빈센트 스튜어트 미국 국방정보국(DIA) 국장은 3일(현지시간) 하원 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북한이 앞으로 핵실험을 실시할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북한이 대화 단절을 밝혔지만, 미국과 적대적으로 돌아설 순 없다는 분석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최근 대화 과정을 공개하는 등 양국 간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요인이 있지만,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원천적으로 단절하긴 힘들것”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도 미국과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을 활용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에 고립되고 있는 러시아가 북한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북한 역시 러시아와 경색 국면을 돌파하려 한다는 뜻이다. 미국과 대화 단절을 선언하는 것도 북한과 러시아와의 의식할 수밖에 없는 미국의 상황을 고려한 포석이란 해석이다.

최근 러시아와 북한이 합동군사훈련을 준비한다는 보도까지 나왔으나 이는 양국 관계를 확대해석한 것이란 게 외교부 측의 설명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러가) 군사훈련을 한다는 확대해석은 안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며 “러시아가 ‘북한, 베트남, 쿠바, 브라질 국방부와 대규모 군사회담을 한다’고 밝혔고, 이들 국가와 합동 군사훈련을 할 계획이라 말했는데 4개 나라를 다 지칭할 수도 있다. 북한과 합동 군사훈련을 한다고 밝힌 건 아니다”고 전했다.

다만 러북 관계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정황은 맞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전체적인 구도를 보면 러북 간에 기본 인사교류가 좀 빈번해진 건 사실”이라며 “조금씩 교류 등이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