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미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축소 결정에도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대규모로 이동하는 이른바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은 없었다. 외국인이 주식보다는 채권을 사들여 견조한 매수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2월 정례회의 결과가 발표된 지난 19일 이후 외국인 원화채권 보유잔고는 오히려 증가했다. 지난 18일 94조2400억원이었던 채권 잔고는 19일 94조4800억원, 20일 94조5300억원 등 지속적으로 늘었다.
국채선물 시장에서도 외국인의 순매수 행진은 계속됐다.
외국인은 지난 13일부터 엿새간 3년 만기 국채선물을 매일 1만계약 이상씩 순매수했으며, 양적완화 축소가 결정된 19일과 20일에도 평균 8000계약의 국채선물을 사들이는 등 매수세를 이어갔다.
외국인의 견조한 매수세 덕분에 국내 채권금리는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강세(금리 하락)를 보였다.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지난 20일 FOMC 12월 정례회의 결과 발표 전날보다 0.015%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미국 국채 5년물 금리는 0.180%포인트 올랐다.
반면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 심리가 다소 불안정했다. 발표 당일인 19일에는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1085억원을 순매수했지만, 다음날에는 171억원을 순매도했다.
이처럼 외국인의 매수세가 흔들리면서 코스피 상승폭도 제한적이었다.
양적완화 축소 발표 이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갱신하는 초강세를 보였지만, 코스피는 0.44%(1974.63→1983.35) 오르는 데 그쳤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9월 FOMC부터 양적완화 축소가 시기상의 문제로 인식됐기 때문에 이번에 발표됐을 때 채권시장의 반응이 차분했다”며 “오히려 외국인 중심으로 대기 매수세가 유입돼 금리 하락세가 지속됐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로 ‘엔저’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이 내년에는 110엔 이상으로 올라가고, 그 여파로 100엔당 원화 환율은 1000원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크레디트아그리콜은 내년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15엔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스미모토미쓰이은행의 이시바시 마사루는 “엔/달러 환율이 내년 1분기에는 110엔에 도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앞서 블룸버그가 최근 집계한 주요 IB(투자은행)들의 내년 엔/달러 환율 전망 중간치는 1분기 102엔, 연말 110엔에 달한다. 크레디트스위스와 모간스탠리 등은 내년 4분기 중 달러당 120엔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본다.
반면 원화는 엔화의 행보와 상반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 출구 전략과 파급 영향’ 보고서를 통해 “타 신흥국 대비 견실한 국내 거시경제 여건이 반영돼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지난 19일 1022.54원(매매 기준율 기준)을 기록했던 100엔당 원화 환율은 내년에 세자릿수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내년 1분기, 삼성선물은 내년 상반기 중 100엔당 95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ㆍ전자 등 국내 대표 업종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 업종은 일본 업체와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놓여 있다. 무엇보다 양적 완화 축소로 엔 약세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점이 더 우려스럽다.
이에 정부는 환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필요할 경우 수출 타격이 큰 중기 지원책 등을 시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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