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장성택 실각 및 처형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상황관리를 위한 협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양국은 북한 체제에 급변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에 인식을 같이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공조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미·중 간 ‘신형대국 관계’라는 큰 틀 하에 제3국 문제를 논의하는 첫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지고있다.
미·중 양국은 이번 사태로 북한 엘리트들의 응집력이 강화되기보다는 오히려 이완될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북한 체제가 단순한 불안정 상태를 지나 정변, 내란 등의 급변사태로 치달을 가능성에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양국 모두 대북 정보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북한 내부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변화할 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상황인식이 강하다.
특히 중국은 우려감이 높다. 지난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때만큼 북한 체제를 불안하게 보고 있다.
장성택 실각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해 내부충격도 크다. 19일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8일에야 정보라인을 통해, 9일에는 외교라인을 통해 북한으로부터 장성택 실각소식을 통보받았다.
양국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사전 통보하는 관행이 있었으나 이번에 이 관행이 완전히 무시됐다. 중국은 자국의 대북 영향력이 기대보다 훨씬 약하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망신을 당했다.
현재 미·중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화와 협의를 벌이고 있다. 두 나라 간 공식적 안보협의 채널은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이다. 이 밖에도 시진핑-오바마 정상간 핫라인, 양국 군 수뇌간 채널, 그리고 외교채널이다.
이 4가지 채널이 모두 가동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15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한반도 현안을 전화로 논의한 사실을 공개했다.
특히 미국은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항상, 어느 정부에서나 그랬던 것처럼 다양한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분명히 마련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면서 “지난 2년간 김정은 정권의 리더십을 평가한다면 한마디로 주민들의 가난을 해결하는 것보다는 군사력 증강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고 덧붙였다.
양국간 공조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과제는 미·중간 오해와 불신의 소지를 줄여 판단착오를 막는 일이다.
만약 북한 정세에 급변이 생기면 수많은 난민이 중국 영내로 유입될 것은 뻔하다. 또 북한의 핵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커지면 미군 개입이 현실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미·중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양국간 위기관리 협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동안 미·중 두 나라는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협의를 해왔지만 북한의 리더십과 내부 상황을 포괄하는 북한문제를 놓고 협의를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상황을 심각하고 보고있다는 방증이다.
‘신형대국 관계’의 첫번대 시험대가 바로 ‘북한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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