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 “젊은 것들이 뭐가 춥다고 난방 틀어 달라고 그래? 옛날 없던 시절에는 옷이랑 내의 몇 벌 껴입고 건강하게 살았구만.”
난방을 요청하는 하숙생에게 돌아온 주인 아주머니의 대답은 그럴듯하게 들리면서도 참 야박했다. 초겨울 뚝 떨어진 수은주에 한기 가득찬 방에서 대학생 김도훈(26ㆍ가명) 씨는 패딩 점퍼를 입고 잠을 청할 수 밖에 없었다. 김 씨가 얼마 뒤 자신의 방에 전기장판을 들여 놓자 이를 본 주인 아주머니는 “전기장판 오래 틀면 전기세 많이 나온다”며 타박했다. 방학때 김 씨가 하숙집에 계속 남아 있으면 주인 아저씨는 “왜 고향에 가지 않느냐”고 눈치를 주며 수차례 채근하기도 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대학가에 위치한 이 하숙집은 10여개의 방을 갖추고 5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월세를 받는다. 김 씨가 자신의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글을 올려 이같은 횡포를 고발하자 많은 학생들이 공감하고 분노했다.
일부 하숙집 주인들의 갑질 횡포에 주거 약자인 대학생들의 신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논란이 된 하숙집 주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 학생의 글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면서 “글로 인한 피해가 커서 경찰에 신고할까 생각중”이라며 제기된 횡포에 대해 부인했다.
하지만 취재결과 김 씨 뿐 아니라 복수의 대학생들이 이 하숙집의 횡포에 당한것으로 확인했다.
이 곳에 1년여간 하숙을 했던 오정태(가명) 씨는 “한겨울에도 난방을 아주 약하게 해주고, 기온이 영상으로 오르면 난방을 안 해줬다”면서 “그런데 한번은 볼일이 있어 밑에 층 주인집에 갔다가, 내 방과 달리 너무 따뜻해서 놀란 적이 있다”고 씁쓸해 했다.
오 씨는 “하숙집에서 제공하는 식사도 너무나 안 좋았다. 매일 매일이 거의 똑같은 장아찌 류의 반찬이었다. 첫 달 이후부터는 아예 식대를 제외했다”고 회상했다.
넉달 만에 이 하숙집을 떠난 정모(25ㆍ여) 씨의 반응도 비슷했다. 정 씨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은 다 맞다. 주인집 아저씨는 다른 학생들 뒷담화를 예사로 하고, 술에 취해 나에게 ‘남친이랑 미리 자면 안 된다’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할 때는 너무 친절하고 깨끗해서 안심했는데, 다음날 아침부터 곰팡이가 필 지경의 반찬을 내줘 경악했다”면서 “처음에 서울로 왔을 때 자취하기가 무서워 하숙을 선택했었는데 멋모르고 피해를 보는 학우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혀를 내둘렀다.
물을 많이 쓴다며 샤워 중 온수를 꺼버리는 등 하숙집 주인의 횡포를 겪었다는 한 학생은 “선량한 하숙집 주인들도 많겠지만 이처럼 ‘절약’을 핑계로 갑질을 하는 주인들도 있다”면서 “하숙집 주인들은 생존권을 요구하며 대학 기숙사 신축도 반대한다는데, 하숙생들에게 인정을 베푼다면 학생들이 알아서 하숙집을 찾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