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공유(34)가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잡자, 마침 옆에 놓여있던 고풍스러운 피아노와 어울려 한 편의 광고 사진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가 모델로 활동 중인 인스턴트 커피브랜드를 연상케하는 ‘그림’이다. 이때의 공유는 부드럽고 섬세하고 다정한 ‘로맨틱 가이’다.

“제가 화보나 광고, 인터뷰를 위한 사진을 찍으면 ‘용의자’를 함께 찍었던 스태프들은 많이 낯설어하고 어색해해요. 영화 촬영 때와는 천양지차니까요.”

‘용의자’(감독 원신연)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배우 공유를 보여준다. 미니시리즈 ‘커피프린스 1호점’과 영화 ‘김종욱찾기’, 그리고 최근작 드라마 ‘빅’의 공유를 기억하는 팬이라면, ‘용의자’는 상당히 당혹스러운 작품이 될 것이 틀림없다. ‘용의자’에서 공유는 극한의 증오와 분노, 슬픔을 가슴에 눌러담고 쫓고 쫓기며 오로지 맨몸뚱아리로 세상과 홀로 대적하는 남자다. 영화 속에서 그의 근육은 살과 뼈가 아니라 감정의 응어리로 이루어진 것처럼 터질 듯 꿈틀댄다.

배우 공유.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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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인’도 아닌데 무염 닭가슴살로 하루 여섯 끼, 두 번의 트레이닝을 3개월간 계속했습니다.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울 뿐 아니라 정서가 황폐화되는 것을 느꼈죠요. 어느날 거울을 봤는데, 제가 봤던 제 눈이 아니더군요. 그냥 못 먹고 허기진 것이 아니라 너무 못된 눈빛, 굶주린 짐승의 것이었어요. ”

상의가 벗겨진 채 손목이 뒤로 묶이고 공중에 밧줄로 매달려 악랄한 고문에 시달리는 장면은 공유가 연기한 탈북자 ‘지동철’의 고통이 최고조에 이르고, 감정이 절정에 달하는 대목이다. 당시 촬영 때는 체지방률 3.7%를 기록했다. 그 몸으로 뛰고 달리고 싸웠다. 손 잡을 곳, 발 디딜 곳 없는 채석장 암벽을 오르거나, 허공에서 밧줄에 목을 매거나(교수형 장면), 다리에서 한강으로 뛰어내리는 장면을 거의 대역없이 치러냈다.

배우 공유.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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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몸이 노출되는 장면을 다 찍고서야 식이요법을 끝냈는데, 그날은 맥주 마시고, 집에 있는 음식 다 꺼내서 먹고, 정말 죽은 것처럼 잠이 들었어요. 그날 부모님께서 집에 오셨다 가셨는지도 몰랐다니까요. 미동도 없이 뻗어있고, 촬영 중 다친 손가락은 퉁퉁 부어있으니 어머니께서 걱정되셨는지 전화를 하셨더군요. 이제는 이런 영화 안찍었으면 좋겠다구요. ”

‘용의자’는 북한 최정예 특수 요원 출신이지만 조국으로부터 버림받고, 남북 첩보 조직 내 음모로 처자식까지 잃은 탈북자 ‘지동철’의 이야기를 그렸다. 복수를 위해 처자식을 죽인 상대를 찾아다니던 중 그를 아끼던 이북 출신 대기업 회장이 피살되자, 살인 용의자로 쫓기게 된다.

배우 공유.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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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갔다와서 제안받은 작품 중에선 액션이나 스릴러도 많았죠. 주위에서 이제는 ‘상남자’ 역할도 한번쯤 보여줘야 되지 않겠냐는 권유도 있었고 한국영화에서 유난히 액션 스릴러 장르가 많기도 했죠. 하지만 저는 특별히 어떤 장르에 대한 갈증도 없었고, 흐름에 따라야 되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대 후 선택한 영화가 ‘도가니’였죠. ‘용의자’도 처음엔 거절했다가, 배우 공유, 그리고 주인공 ‘지동철’에 대한 원신연 감독의 진정성과 그에 대한 믿음때문에 다시 출연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영화 개봉(24일)을 앞두고 만난 공유는 “‘도가니’와 ‘용의자’를 선택했듯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대중성과 사회ㆍ예술적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