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유감스럽다. 모든 법적 조치 검토할 것”
[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삼성전자가 애플의 상용특허 침해를 주장한 내용 전부가 국내 법원으로부터 기각되면서 향후 소송전에서 삼성전자가 ‘이중고(二重苦)’에 처할 위기에 놓였다. 막혔던 표준특허 대신 상용특허로 승부를 걸었지만 이마저 통하지 않았고, 홈그라운드인 국내서도 애플에 패소하며 향후 소송 향방을 낙관할 수 없게 됐다. 삼성전자는 “법원의 이번 결정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당사의 특허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모든 법적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표준특허는 원칙에 막히고, 상용특허는 파워 떨어지고= 지난 2년 반 동안의 특허전에서 삼성전자의 주무기는 표준특허였다. 하지만 표준특허는 공정하고 합리적, 비차별적으로 특허를 제공해야 한다는 이른바 ‘프랜드 원칙’ 때문에 번번이 최종 법정 판결에서 ‘실패한 카드’가 됐다.
지난 8월 미국에서의 1차 본안소송에서 삼성전자는 무선통신 표준특허를 내세웠지만 배심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양사가 수입금지를 놓고 진행한 소송에서도 삼성전자는 3세대(G)통신 표준특허로 아이폰의 수입금지 명령을 이끌어내며 승리를 거두는 듯 했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이 역시 수포로 돌아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삼성전자가 표준특허를 소송에 남용해 반독점법을 위반했는지 조사하며 삼성전자를 압박해왔다. 모두가 표준특허로 경쟁사를 견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리 때문이었다.
이런 와중에 이번에 삼성전자가 주장한 상용특허 ▷화면 분할에 따른 검색 종류 표시 방법 ▷가로ㆍ세로 회전 상태에 다른 사용자환경(UI) 표시 방법 ▷문자메시지(SMS)와 사진 표시방법 등은 프랜드 원칙에서 자유롭다. 이에 애플 침해 판정이 날 경우 삼성전자는 보다 적극적으로 권리행사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법원에서 3건 모두 기각되면서 삼성전자의 상용특허는 소송 무기로서는 아직 물음표로 남게 됐다. 특히 내년 3월 미국에서 시작될 2차 본안소송은 양사의 상용특허끼리 맞붙는 대결이어서 이번 판결로 분위기 자체는 애플로 넘어갔다는 평가다.
▶애플은 자국에선 승리, 삼성은 국내 소송마저 패= 삼성전자가 미국 소송에서 잇따라 애플에 패할 때마다 ‘보호무역주의’, ‘자국 편들기’ 등의 논란이 일었다. 이 같은 여론은 삼성전자에 적잖은 우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한 특허법인 관계자는 “아무런 여론 없이 애플 승리로 귀결되면 그 결과가 특허 소송 전반의 레퍼런스(기준)가 될 수 있는데, 애국주의 판결이란 잣대가 개입되면서 삼성이 반박할 수 있는 구실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서조차 패소하면서 그동안 삼성전자에 우호적이었던 여론이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수 있다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애플과 달리 자국기업보호 차원의 판결을 받지 못함으로써 특허 경쟁력 자체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상용특허로도 경쟁사에 위협을 줄 수 있다고 보여줄 기회였는데 이를 놓치면서 되레 삼성 특허 경쟁력에만 흠집이 나게 됐다”고 말했다.
정태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