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재훈ㆍ김기훈 기자] 새누리당이 수직적 당청관계가 아닌 청와대에 할 말은 하는 ‘수평적 대등 관계’를 선택했다.

2일 의원총회에서 ‘비박계’인 3선의 유승민 후보가 “당이 국정의 중심”이라는 기치로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 승리를 거둔 것은 이 같은 당심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30%선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 그 역풍으로 여당 지지율까지 2년여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은 것에 대한 위기감에 청와대를 향한 불만을 곱씹어온 당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표출된 것으로도 보인다.

▶“당이 국정 중심” 당청관계 대변혁 예고=‘비박의 반란’으로까지 평가받는 유 원내대표의 승리는 향후 정국의 태풍의 눈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 원내대표는 선거 직후 당선인사를 통해 “변화와 혁신을 이야기했는데 대통령 청와대 정부와 정말 긴밀하게 진정한 소통을 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원내대표는 “무엇이 민심인지 무엇이 대안인지 고민하는 가운데 정말 찹쌀떡 같은 공조를 이루겠다”며 “대신 대통령도 청와대 식구들도 장관님들도 민심에 귀 기울여주시고 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뼈있는 당부를 했다.

비박계 대표주자로 나선 유 원내대표의 승리로 비박계의 결집과 함께 지지율 급락을 거듭하고 있는 박 대통령과의 ‘거리두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단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얼라들’이라는 격한 표현까지 써가면서 방향타를 잃은 청와대 내부 시스템을 비판한 원내대표가 집권여당의 원내사령탑을 맡게 됨으로써 당청관계는 새 국면에 접어들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출마 회견문에서부터 당이 국정의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쳐왔다.

야권에서는 지난 세월호 특별법 협상과정과 정치권의 개헌 논의 과정 등에서 “새누리당이 청와대 가이드라인에 휘둘린다”는 쓴소리를 들을 정도로 청와대의 눈치 아닌 눈치를 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김무성 당 대표에 유 의원까지 원내대표에 오르며 당 지도부를 비박계가 장악하게 된 상황에서 향후 집권여당이 청와대에 어떤 스탠스를 취하게 될 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 의원 당선은 대통령에 대한 경고음”=새정치민주연합은 유 원내대표 당선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과 독단에 경고음을 울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유 신임 원내대표는 대통령께 할 말을 확실히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바로잡는 국회를 만드는 데 적극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완주 원내대변인도 “경선 토론회를 보며 많은 기대를 하게 됐다”며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대해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소통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박근혜 정부지만, 유 원내대표와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당ㆍ정ㆍ청간 소통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야당과 소통하며 국민만 바라보는 정치를 해나가자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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