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은평구 흉기 살인으로 경찰이 소지허가를 받은 도검을 대상으로 전수점검을 벌여 약 19%에 대해 허가를 취소했다. 취소 대상의 3%는 범죄경력, 정신질환 등 결격 사유가 확인됐다. 경찰의 이 같은 대대적인 전수 점검은 지난7월 일어난 서울 은평구 ‘일본도’ 살인 사건이 계기가 됐다.
6일 경찰청에 따르면 8∼9월 2개월간 소지허가 도검 총 8만2641정 중 7만3424정(88.8%)을 점검한 결과 1만3661정(18.6%)의 소지허가가 취소됐다.
이번 점검은 지난 7월 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일본도 살인사건'을 계기로 실시됐다. 소지허가 도검에 대한 실물 확인과 더불어 소지자의 위험성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소지허가 취소 사유로는 분실·도난(6444정·47.2%)이 가장 많았으며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 범죄경력(358정·2.6%), 정신질환(48정·0.4%) 등도 포함됐다.
이외에 결격 사유까지는 아니어도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해 대상자로부터 자진 소유권을 포기 받은 사례(6162정·45.1%)도 있었다.
일례로 전남 진도경찰서는 면담 대상자로부터 "아들을 훈육할 때마다 경찰이 출동해 나를 가해자 취급한다", "나도 나를 못 믿겠다"는 등의 발언을 듣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 대상자를 설득해 소지허가를 취소하고 도검을 회수했다.
경기 광명경찰서는 대상자 모친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대상자가 최근 정신질환 관련 약을 먹지 않고 모친에게 칼을 휘둘렀다는 진술을 확보해 도검을 경찰서에 보관 조치한 뒤 대상자에게 정신질환 여부를 소명하도록 했다.
경찰은 소지허가 취소된 도검 중 분실·도난 등의 사유를 제외하고 6305정을 회수했으며 올해 말 일괄 폐기할 예정이다.
소지 허가자와 연락이 되지 않은 9217정(11.2%)에 대해서는 지속해서 소재를 확인하는 한편 총포화약법 등 근거 규정에 따라 '도검 보관 명령' 공시 송달을 거쳐 소지허가 취소 절차를 진행한다.
도검 보관 명령에 따르지 않았을 때는 소지허가 취소뿐 아니라 처벌까지 받을 수 있으므로 소재 확인 및 점검에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경찰은 당부했다.
경찰청은 이번 전수점검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점검 기간을 설정해 도검 소지자의 결격 사유와 위험성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소지허가 요건도 강화한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실효적인 도검 점검과 단속을 실시해 국민 불안감을 빠르게 덜어드리고 총포화약법 개정 등을 통해 도검에 대한 안전관리 사각지대를 신속히 제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