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홍승완ㆍ윤현종 기자] 러시아 출신의 석유재벌이자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명문구단 첼시의 구단주로 유명한 로만 아브라모비치(Roman Abramovich)가 뉴욕의 특정지역 땅을 비밀리에 차례로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인과 함께 살 집을 짓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개인 맨션으로는 뉴욕에서 가장 큰 집이 될 것이라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최근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브라모비치는 지난달 비밀리에 뉴욕 75번가 15번지 일대의 집을 한채 사들였다. 폭 17피트(약 5.2m), 7286 제곱피트의 집이다. 유럽의 영향을 받은 전형적인 입구가 좁고 긴 형태의 가옥으로 75번지 일대에는 이런 형태의 집이 많다. 우리 면적으로 205평 정도 된다. 아브라모비치는 이집을 1830만 달러(약 200억원)에 사들였다.

이에 앞선 지난해 10월 아브라모비치는 같은 75번가의 11번지에 위치한 집도 구입한 바 있다. 폭 21피트(약 6.4m)의 총면적 9495 제곱피트(약 267평)의 맨션이다. 그는 이 맨션을 2970만 달러에 부동산 개발업자 래리 글뤽으로부터 사들였다. 매매당시에는 이집을 사들인 것이 아브라모비치라는 것이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등기부등본상에 구입자가 아브라모비치의 법적대리인인 변호사인 에반 레비라는 것이 후에 알려지면서, 이집 역시 그가 구매한 것임이 확인된 상태다.

아브라모비치는 두 집 모두 시세를 크게 웃도는 가격에 사들였다. 워낙 좋은 가격을 부른 탓에 집주인들도 망설임없이 집을 팔았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브라모비치가 왜 뉴욕 75번가 일대의 집과 땅을 사들이는 지 여러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뉴욕 지역전문지들의 취재 결과가 이어지면서 궁금증이 풀리는 분위기다. 아브라모비치가 이미 사들인 두 집의 사이인 13번지에 위치한 주택도 최근 팔렸는데, 이를 구입한 사람 역시 아브라모비치인 것이 정황상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13번지에 위치한 주택을 소유한 이는 금융회사인 ‘엔 트러스트 캐피탈(En Trust Capital)’의 설립자인 마크 파이프다. 그는 지인들에게 “정체불명의 러시아인 사업가(Russian mystery buyer)에게 집을 팔았다”고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프는 2000년에 740만 달러에 이집을 사들였는데, 이 러시아인 사업가가 무려 2000만달러에 집을 사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집을 팔았다고 했다.

아브라모비치가 사들인 블럭의 넓이는 총 700평 정도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아브라모비치가 이곳에 새로운 저택을 지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의 여자친구인 다리아 다샤 주코바 (Dasha Zhukova)와 살기 위해서라는 관측이다. 주코바는 러시아 출신의 패션디자이너이자 국제 사교계에서 유명한 여성이다. 아브라모비치의 7명의 자녀 중 2명이 그녀와의 관계에서 태어났다.

아브라모비치가 이처럼 작전을 연상케하는 방법으로 집과 땅을 사들인데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집주인들이 아브라모비치가 구매자라는 것을 알면 집값을 아주 높게 받으려 하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아브라 모비치의 현재 재산이 93억달러(약 10조원) 정도 일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로 아브라모비치는 몇해 전 5번가에 있는 초고급 맨션을 7500만 달러에 구입하려다 실패한 적이 있다.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했지만, 집주인이던 여성이 거부인 아브라모비치가 더많은 돈을 낼 것으로 예상해 가격을 계속 올렸기 때문이다.

뒤늦게 집을 산것이 아브라모비치임을 안 글뤽 역시 “어느날 누군가 집에 찾아와 러시아 부자가 당신 집을 사고 싶다고만 했다”면서 “만약 그게 누군지 정확히 알았으면 집주인들이 당연히 더 많은 돈을 요구했을 것”이라고 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