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인터내셔널 섹션]“뭔가 비밀스럽거나 민감한 것을 해킹했다는 측면에서 이것은 (해킹이)아니다. 한 개인이 작은 실수를 한 것이다.”

이슬람국가(IS)의 일원이라고 주장하는 해커집단(개인)이 미국 국방부를 해킹했다며 12일(현지시간) 자료를 공개했다. 하지만 기밀자료가 아닌 구글 검색 수준의 자료들인 것으로 판명됐다. 때문에 해킹의도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뜬구름 잡기식의 해킹 시도였다는 조롱도 나온다.

▶해커 유출 내용은 ‘구글 검색 수준’=이날 로이터통신이 유출된 문건들을 검토한 결과, 이들 가운데엔 정부 예산삭감에 따른 예상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가 있었으며 이는 정부 웹사이트에서도 내려받기가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확인한 다른 문건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자료로 지난해 3월 홈페이지에 게재된 ‘무기체계 프로그램 취득 비용’이나 올해 국방부 예산 책정안 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핵 시설 관련 내용도 한 군사정보 사이트가 공개한 자료 중 하나로 여러 곳에서 인용된 내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일부 문건들의 경우 구글 검색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또 북한과 중국 내의 병력 배치에 대한 정보, 정탐, 정찰 등 현황이나 ‘전쟁 시나리오’로 보이는 자료가 지도와 사진과 함께 표시됐으나 상세한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BBC방송은 해안선을 따라 중국의 해상방어 형태를 보여주긴 했으나 자세하지 않았고 북한관련 자료 역시 핵무기 설치 및 미사일 발사대를 단순한 지도에 표시한 것으로 이같은 자료는 많은 미국 싱크탱크들이 공개한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퇴역 장성 명단 등 인물에 대한 정보도 군사기밀에 비해 중요도는 떨어지는 자료들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킹 피해와 영향은=미 국방부는 성명에서 “중부사령부의 군사작전 네트워크는 위협을 받지 않았으며 중부사령부의 작전에 영향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미 국방부는 “중부사령부는 트위터와 유튜브 계정을 가능한 빨리 복구할 것이며 이를 완전히 사이버반달리즘(공공기물파손행위)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해커가 게시한 내용 중에 기밀 자료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고, 다른 관리도 보안상의 위협을 줄 만한 내용은 없는 것 같다는 의견을 보였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면서도 “대규모의 정보 유출과 트위터 계정 해킹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앨런 우드워드 영국 서리대학교 교수는 BBC방송에 이번 공격은 중요한 보안 침입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소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단순한 작은 실수”라고 평가하며 계정관리의 취약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적대 메시지만 잔뜩, 해커들 정체와 목적은?=해커들은 미군 중부사령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와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 계정을 해킹해 계정이 정지되기 전까지 여러 건의 글과 영상을 게재했다.

중부사령부 트위터에는 ‘사이버칼리프’(CyberCaliphate), ‘ISIS 여러분을 사랑합니다’(I love you ISIS) 등의 글이 올라왔고, “미군들이여 우리가 오고 있다. 등 뒤를 조심하라. ISIS”, “ISIS는 이미 여기 있고 우리는 너희의 모든 군 기지 PC에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에는 미군이 이라크와 시리아 내 IS를 공습하는 영상이 나왔다. 동영상의 제목은 ‘ISIS 전쟁의 화염 영상’(Flames of War ISIS Video), ‘전진하는 진실의 병사들’(O Soldiers of Truth Go Forth) 등 이었다.

IS는 지난해 6월 건국을 선언하며 ISIS, ISIL(이라크ㆍ레반트 이슬람국가)에서 IS임을 칭했다. 이번 해킹에서 해커들은 여전히 ISIS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BBC는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자료들로 봤을때 비전문가(아마추어)인 것으로 보여지며 ‘기밀’로 공개하려는 시도도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해 전문가가 아닌 아마추어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 사이버보안회사인 래피드7의 트레이 포드 글로벌 보안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홍보(PR) 부서가 관리하는 트위터 계정은 강력하고 다양한 인증기능을 탑재한 네트워크 접속과 비교해 손쉬운 공격목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로이터에 따르면 해커들이 사용한 일부 계정은 링컨 연구소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곳은 안보문제를 연구하는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소로 국가로부터 예산지원을 받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