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효도 한번 해보려다가, 분통 터집니다.”
직장인 A씨는 최근 나훈아 콘서트 때문에 고민이 깊다. 효도 선물로 구매해보려 했지만, 예매 사이트로는 순식간에 매진된 탓.
그는 “주변에도 티켓을 구해보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무도 못 구했더라”며 “도대체 티켓이 다 어딨나 했더니, 중고거래 사이트에선 넘쳐나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당근이나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사이트에선 나훈아 콘서트 되팔이가 쏟아지고 있다. 한 장에 12만원짜리 티켓을 50만원대에 파는 식이다.
구할 이는 넘쳐나는데, 구할 수가 없다. 매크로를 이용해 대량 예매 후 이를 되팔이하거나, 아예 비용을 받고 티켓 예매를 대행해주는 전문업자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들을 처벌할 뾰족한 방도가 없다는 데에 있다. “싫으면 사지 마라”는 식으로 오히려 당당(?)하게 나오는 이유다.
되팔이를 구매하지 않는다면 자연스레 없어질 수 있지만, 현실적으론 한계가 있다. 때문에 예매 방식을 현 선착순에서 ‘추첨식’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당근이나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최근 나훈아 콘서트 공연 예매가 매진될 때마다 순식간에 되팔이가 쏟아지고 있다.
나훈아는 마지막 공연임을 시사하며 ‘2024 고마웠습니다 라스트 콘서트’ 전국 순회 공연을 준비 중이다. 이에 3월 말부터 순차적으로 지역 공연 예매가 진행되고 있다. 인천, 청주 등에 이어 최근엔 울산 지역 공연 예매까지 진행됐다.
지난 2일 예매 진행과 동시에 전석 매진된 울산 콘서트의 경우, 현재까지 중고나라엔 무려 650여개의 되팔이 글이 올라온상태다.
매진이 된 직후부터 순식간에 되팔이가 쏟아졌다. 일부 판매자들은 좌석번호, 심지어 가격 정보까지 주지 않은 채 “일단 연락부터 하라”, “싫으면 사지 마라”는 식의 대응까지 공개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입력하는 프로그램인 매크로로 공연 예매를 전문적으로 하는 되팔이도 문제다. 이들도 매크로라고 명시하지 않았을 뿐,“티켓 구매 확률이 높고 실패하면 돈을 받지 않겠다”며 공언하고 있다.
최근엔 공연법이 일부 개정돼 매크로를 이용해 티켓을 구매하고 되팔이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문제는 매크로 접속으로 구매했다는 걸 증명하거나 차단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예매 사이트의 대대적인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매크로 접속 기술은 나날이 진화하고 있고, 이를 대응하려면 예매업체들도 기술을 고도화해야 한다.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니, 사실상 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차단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야 하고, 실제로 매크로 접속이 의심되더라도 이를 증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되팔이 자체는 현재 처벌 대상이 아니다. 암표 처벌 규정이 담긴 경범죄처벌법은 오프라인 현장 거래에만 적용될 뿐, 암표 매매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온라인 거래는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현실적인 방안으론 예매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매크로 기술을 원천 차단할 수 없다면, 아예 선착순 방식의 예매를 없애면 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연·스포츠 경기 입장권 부정거래(암표) 근절을 위한 현장간담회’를 열고 되팔이 행태의 대안 등을 논의했다. 이와 관련, 권익위는 입장권 예매 시 추첨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두고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실제 최근 캠핑장 예매나 한정판 판매 등에서도 추첨제가 늘고 있다. 일정 시간동안 접수를 받고, 이후 그 중 추첨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암표로 인한 입장권 가격 상승은 공연·경기의 실수요자인 일반 국민의 관람 기회를 박탈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문화체육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관련 업계와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암표 판매 행위를 금지할 수 있는 합리적 개선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