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기자]구제역과 조류인플엔자(AI) 확산 여부를 놓고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한 방역당국은 신속 대응으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입장인 반면, 국내 바이러스 면역 계통 전문가들은 특별한 방지대책이 없다며 구제역과 AI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농림부가 전국 단위로 축산차량 및 도축장 일제소독 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동필 농림부 장관은 7일 경기도 부천 축산물공판장을 찾아 현장을 직접 지휘하며 시연을 통해 방역활동에 자신감을 보였다.
농림부 구제역 상황실과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8일 “예전보다 적은 규모의 확진사례가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백신접종이 먹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대로라면 소강상태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간 전문가들의 반응은 다르다. 서상희 충남대 수의학과(바이러스면역학 전공) 교수는 “2010년에 비해 구제역과 AI 모두 대규모로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발생 추이는 지속될 것”이라며 “이번 구제역 발생은 예견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지난 2010년 구제역이 안동에서 발생해 다음해 4월까지 전국으로 확산돼 3조억원의 피해액을 보고도 한국형 백신 개발에 소홀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지난 2010년부터 보급되는 백신은 영국 기업인 메리알(Merial) 제품으로 국내 발생 구제역과 유전적 일치도가 15% 정도 차이가 나다보니 지난 3~4년 사이에 변종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한정희 강원대 수의학과(수의병리학 전공) 교수는 “메리알 제품은 구형 백신으로 개발된 이후 수 십 년 동안 신종 바이러스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열어 둘 경우, 이 백신 접종으로 모든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형성되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메리알 사는 1999년 터키에서 발생한 O형 바이러스를 기준으로 백신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수는 또 “모든 백신에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현재로는 바이러스의 활동이 중단되도록 날씨가 따뜻해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백신접종 시 주사바늘 중복 사용 등으로 전염이 될 수도 있다”며 “농장주나 노동자들도 해외 교류가 빈번한 실정에서 바이러스 전염은 무방비 상태인 셈”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백신접종 시 주사바늘 1침 당 5마리를 권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지켜질지는 의문이라며 정확한 준수 여부 파악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가축백신 연구기관인 중앙백신연구소 최환원 연구원은 “구제역이나 AI 발생지가 전국적으로 퍼져있는 만큼 관련 바이러스도 확산된 상황일 것”이라며 “과거처럼 대규모 발생보다는 당분간 하루 1~2건 의심 증상이 확인되는 수준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6일 충북 진천 백곡면의 양돈 농가에서 의심 증상을 보인 돼지 50여 마리는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았다.지난달 3일 첫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는 농장과 불과 3.9km 떨어져 있다.
이로써 지난달 3일부터 지난 7일까지 한 달 여 동안 발생한 구제역은 총 39건으로 살처분 된 돼지는 2만 8849마리이다. 괴산군 청안면의 한 농가 돼지 9마리도 구제역 의심증세로 신고 됐다.
이 농장도 지난달 17일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증평 돼지 농장과의 거리가 3.7km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제역 첫 발생 이후 정부의 대처 방안이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이날 전남 무안소재 육용오리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신고가 접수, 9일 께 정밀 검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AI는 지난해 9월 이후 경북 경주와 경남 양산 등에서 발병된 후 지난달 말에는 경기 성남 모란시장의 토종닭에서 발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