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서울디자인재단 대표

최근 디자인은 기술 뿐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망과 개인능력의 확장을 의미한다.

모바일폰을 분실했다면 조금씩 고립되면서 일상적 생활과 업무가 불편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조금 더 지나면 외부와 갑자기 단절되어 버린 상태가 되고 모든 사람과 연결이 되지 못하고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 상황으로 전개된다. 이는 모바일폰이 통화기능 뿐 아니라 관계, 취미, 결제, 건강, 생활 등 이미 개인화된 정보와 지식활동에 대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폰은 구입 시점부터 플랫폼 구조에 따라 점점 맞춤화가 이루어져 일주일이 지나면 다른 모바일폰은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전혀 다른 나만의 모바일폰으로 변신하게 된다.

그러나, 장애인으로 시선을 돌리면 경우가 다르다. 장애인 제품과 서비스는 맞춤보다는 보편적인 몇 가지 제품을 여러 유형의 대다수 장애자가 사용하고 있다. 오히려 장애유형별, 장애단계별, 활동유형별로 다양한 장애맞춤별 기술개발과 혁신적인 디자인이 더 시급하고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보편화된 제품 몇 가지 뿐이다.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다양성과 관심의 차이는 유모차와 휠체어에서 잘 드러난다. 유모차는 아이의 신체적 발달에 따른 기능과 높이, 소재, 사이즈, 기술, 가격이 적용된 어린이 중심의 다양한 디자인을 부모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반면 휠체어는 장애인의 신체적 특성인 신장과 몸무게, 장애 부위와 장애 정도, 복합장애와 자립도에 따른 다양한 사이즈와 기술, 소재, 무게, 가격이 적용된 제품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않다. 즉, 장애인 중심의 1대1 대응을 필요로 하는 첨단기술과 디자인이 필요한데도 현실은 보험에 적용된 규격인 수동식 몇 가지 유형과 전동식 휠체어 뿐이어서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

그나마 신체적 특성의 차이는 복지 확대와 기술개발로 좁혀가고 있지만, 빈부격차에 따른 문제는 생명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하루소득 1,300원 이하로 살아가는 12억명의 빈곤층은 오염된 식수, 질병, 부족한 식량 및 에너지 때문에 고통 받고 있고, 이 같은 현실은 환경파괴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난으로 생명과 미래를 잃어가고 있는 절대빈곤 지역민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따뜻한 디자인이 확장되어야 할 이유다.

인종과 국가와 지역은 다르지만, 가슴의 온도는 모두가 같은 36.5도다. 연령, 빈부, 언어, 인종, 신념, 종교, 문화 간의 다름이 공존하게 하는 ‘생명과 생활과 생산을 위한 디자인’을 필요로 하고 있다.

신체적 특성의 다름, 빈부격차는 ‘틀림’이 아닌 ‘다름’일 뿐이다. 다름을 서로 인정하고 관용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조화로운 사회가 미래의 생활모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