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기내 땅콩 서비스 문제로 사무장을 하기시키는 등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던 조현아(40ㆍ사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서울 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근수)는 조 전 부사장을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 변경ㆍ안전운항 저해 폭행, 위계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강요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 “조현아, 국토부 조사 전과정 개입ㆍ방해” 결론=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조 전 부사장이 사적으로 지위를 남용해 항공기를 돌리고 사무장을 하기시켜 항공기 안전을 위협하고 법질서를 무력화한 사안”이라면서, “사건 발생 초기부터 적극적인 증거 조작을 통해 국토교통부 조사 과정에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전례없는 항공기 회항 사태로 대한항공에 대한 신뢰도는 물론 국가 위신도 크게 실추시켰다”며 구속 기소가 불가피함을 설명했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의 증거인멸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조 전 부사장 역시 국토부에서 허위 진술을 하는 한편 여모(57) 객실승무본부 상무로부터 국토부의 조사 내용, 일등석 승객 회유경과 등을 실시간으로 보고받고도 지시성 질책을 계속 했다”며 “여 상무와 함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조 전 부사장과 함께 국토부 조사 과정에서 회사 차원의 조직적 증거인멸을 꾀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여 상무와 여 상무에 조사 결과 등을 알려준 국토부의 김모(53) 항공안전감독관도 함께 구속 기소했다. 여 상무에 대해서는 증거인멸ㆍ은닉,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강요 혐의를, 김 감독관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했다.

한편 검찰은 이번 사건과 별개로 참여연대가 지난해 추가로 수사의뢰한 조 전 부사장의 항공기 무료탑승 의혹에 대해 수사해 나갈 방침이다. 더불어 국토부 직원들에 대한 대한항공의 좌석 무상 업그레이드 의혹도 수사할 계획이다. ▶형량은?…집행유예로 나올 듯=구속 기소된 조 전 부사장의 법적 처벌 수위가 최대 관심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변경 혐의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

법무법인 이인의 김경진 변호사는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현재까지 적용된 혐의 가운데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변경의 형량이 가장 높다”면서 “항로변경죄로 처벌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해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변경, 항공기 안전운항저해폭행, 형법상 강요ㆍ업무방해 등 모두 4가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후 검찰은 수사를 거치며 조 전 부사장이 대한항공 객실담당 여모(57) 상무 등을 통해 국토교통부 조사를 방해한 혐의를 입증했다.

그러나 여러 건의 범죄를 저지르면 각 죄목별로 형량을 합산해 처벌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 나라는 형량이 가장 높은 죄목을 우선 적용한다. 나머지 혐의에 대해선 적용된 죄목의 50%에 한해서만 형량을 추가할 수 있다.

최진녕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항로변경 죄를 적용하면 1년 이상에서 15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다”면서 “실제 형량은 자숙과 반성 등을 고려해 작게 나올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최 대변인은 “구체적으로 참고할 판례가 없어 추측에 불과하지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예상했다.

한편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국토부 조사 당시 회사차원에서 이뤄진 조직적 증거멸을 지시했다고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과 여 상무가 이를 완강히 부인하며 증거인멸 교사 혐의 대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는 주로 행정처분을 위한 조사과정에서 허위 증빙자료를 제출할 때 적용되며, 증거인멸 교사는 형사 사건에서 증거를 없애거나 변형하는 데 주로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