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시리즈로‘케드’새 역사 쓴 신원호PD
재미있으면 된다는 뚝심으로 연출 예능 색깔 묻어난 것이 성공요인
“케이블-라이크(Cable-like)? 지상파스러움? ‘대체 그게 뭐야?’ 했죠. 저나, 이우정 작가나 CJ E&M으로 옮겨온 초반엔 달라진 플랫폼 환경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이젠 지상파가 됐든, 케이블이 됐든 어디에서 콘텐츠를 만드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결국 어떤 콘텐츠를 만드느냐의 문제죠.”
지난해 12월 28일 3개월여의 대장정을 마친 ‘응답하라 1994’(tvN)는 평균 시청률 11.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케이블 드라마의 새 역사를 썼다. 신원호 PD는 KBS 예능국 출신으로, ‘남자의 자격-합창단’을 통해 기록적인 시청률을 써냈지만 지난 2011년 안락했던 환경을 떠나 CJ E&M으로 몸을 옮겼다. 첫 작품은 드라마였다. KBS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우정 작가와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을 만들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지난해 속편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를 통해 2연타 홈런을 쳤다.
두 편의 드라마는 모두 1990년대 문화에 뿌리를 두고 출발했다. 1997년 열일곱 살이던 부산에 사는 H.O.T ‘빠순이(극성팬)’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응칠’과 전국 팔도에서 모인 연세대 94학번 새내기들의 사랑과 우정을 담아낸 ‘응사’로 인해 대중문화계엔 복고 열풍이 불었다. ‘응답’ 시리즈의 히트에 방송가에선 두 가지 열쇳말이 읽히고 있다. 지상파 출신인 케이블 PD의 반란, 예능 PD가 연출한 드라마의 흥행이다.
최근 CJ E&M 사옥에서 만난 신 PD는 두 편의 드라마가 얻은 인기에 대해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에 대한 갈망과 ‘잊고 지냈던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꼽으면서도 예능 PD 출신이 만든 드라마가 가진 경쟁력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이 작가를 비롯한 ‘응답’ 팀 대부분은 드라마를 해보지 않았던 사람들입니다. 드라마작법이나 영상문법은 몰라요. 기존의 드라마와는 연출이나 대사가 달랐고, 익숙한 코드에서 벗어나 예능인들의 색이 묻어난 것이 성공 요인이 아니었을까요?”
기존의 드라마가 배경에 집중할 때, ‘응사’는 인물을 먼저 부각시키는 것으로 차별화를 세웠고, 신 PD의 ‘쪼잔하다 싶을 정도의 섬세함’이 의상과 소품 등을 통해 1990년대를 철저하게 고증했다.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응사’에선 나정(고아라 분)이 7명의 남자 중 누구와 연결될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도록 연출했고, 스토리와 무관하게 나영석 PD, 홍석천, 김슬기 등의 카메오도 대거 투입했다.
“다매체 시대로 접어들다 보니 드라마와 예능이라는 틀에 갇혀 웅크리고 있는 것은 현명한 대처법은 아닌 것 같아요. ‘재밌으면 된다’는 뚝심으로 연출했죠. 그게 드라마 PD들이 볼 때는 정통이 아니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시청자들은 신선하다고 받아들였어요. 예능 PD의 연출이 잡스러워 보일 수 있어도 그게 우리의 경쟁력이었습니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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