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급망 관리 허술” 비판 속
요소수 생산업체 “빠른 재고 소진 우려”
“동남아·중동 등 수입 다변화 노력 지속”
‘2년 전 구원투수’ 상사업계도 비상 대비
[헤럴드경제=김은희·배문숙·한영대 기자] 2차 요소수 대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도 중국의 요소 수출 통제 기류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내년 초까지는 물량을 확보하고 있으나 중국이 수출 규제를 지속할 경우 이후 공급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공급망 관리가 허술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요소 공공비축 물량을 확대하고 기업의 수입 다변화를 적극 유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시장의 우려는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업계도 수입국 다각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계획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요소수 공급업체는 약 3개월 치의 재고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최근 중국의 수출 통관 보류 조치 이후 요소수 발주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등 사재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재고가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조치로 인해 요소수 발주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즉 사재기 조짐이 있는 것”이라며 “현재 각 업체가 주문량을 조절하는 상황이고 정부의 조치에 따라 재고가 줄어드는 속도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중국의 요소 수출 중단이 현실화되더라도 2021년과 같은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면서도 중국 당국의 행보에는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통상 중국 내 요소 수요가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집중되는 만큼 그 이후까지 규제를 지속할 요인이 없다는 게 중론이지만 중국이 규제를 이어갈 경우 물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국내에서도 요소를 생산해 왔으나 납사를 수입·가공해야 하는 국내 업체로서는 가격 경쟁력이 없어 적자가 계속됐고, 2011년을 끝으로 사업을 모두 접었다. 이에 지금은 요소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년 전 요소수 대란 이후 수입국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중국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올해 10월 기준 산업용 요소의 91.8%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국내 요소수 시장 점유율 1위인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내년 3월 중순까지는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큰 문제가 없고 중국 내수 수요가 타이트한 시기가 넘어가면 물량이 점진적으로 풀릴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수입선 다변화 차원에서 동남아·중동 등 다른 나라 제품도 확보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롯데정밀화학은 이번주 베트남산 요소 5000t을 추가 계약했다.
다만 롯데정밀화학을 제외한 요소수 제조업체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만큼 수입처 다변화에 따른 타격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KG케미칼 관계자는 “일본, 베트남 등을 통해 요소를 확보하는 방안이 있으나 전 세계적으로 중국처럼 값싼 가격에 요소를 생산하는 국가는 없다”면서 “수출 규제 상황이 장기화되면 요소를 조달받는 업체의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공급망분석팀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인 공급망을 찾기 마련이지만 중국 정부의 예측하기 어려운 조치에 대비해 정부 측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기업이 중국 외 제3국으로 수입 다변화 시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수입선 다변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장영진 1차관은 이날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월드타워점에서 요소수 재고·판매 상황을 점검하고 관계자와 요소 수급 대응책을 모색했다.
상사업계에도 긴장감이 감지된다. 비상 상황에 대비해 지원 사격을 대기하고 있다. 국내 상사는 요소나 요소수를 취급하고 있지 않지만 2년 전 요소수 대란 때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공급 확대를 적극 도운 바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당장 요소를 확보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비상상황 시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이를 확보할 수 있는 망을 갖추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