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지난달 개봉한 영화 ‘전,란’에서 관객들의 웃음을 터뜨린 배우가 있다. 바로 배우 고한민이다. 다리가 잘려도 할 말 다 하는 왜군 통역사로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줬다.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고한민의 취미는 ‘러닝’이다. 그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에 달리기를 만났다. 체중이 불어나고 있던 중 한 유튜브 영상을 보고 무작정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는 “’나도 매일 달리기를 할 수 있을까?’해서 5km, 10km, 하프 점점 거리를 늘려 나가며 1년을 달렸다”고 말했다.
고한민은 매일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5km를 달리는 강행군을 이어나갔다. 군대에서 태권도 시합을 하다가 무릎이 돌아가는 부상을 당해 지체장애 6급을 받았을 정도로 몸이 좋지 않았지만 하루도 쉬지 않았다.
그는 가수 션의 유튜브 영상에서 “30분씩만 뛰어야지 했는데 어느새 5km를 뛸 수 있게 됐다”며 “그럼 10~20분만 더 뛰어볼까 해서 첫 10km를 뛰었을 때 감동이 왔다. 그리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달리기를 한 지 300일이 지나자 73kg였던 체중은 63kg로 줄었다. 그는 “한 10kg가 빠졌다”며 “오로지 달리기만 했다”고 말했다. 식이요법 없이도 한 달에 1kg씩 줄은 셈이다.
달리기는 몸뿐만 아니라 마음 상태도 바꿔놓았다. 그는 “제 안에 있던 ‘나는 못할 거야’라고 제 안에 자물쇠로 잠가 놨던 걸 제가 풀었다”면서 “저는 달리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말했다.
또 체력에도 뚜렷한 변화가 생겼는데 “예전에는 몸이 피곤하니까 계속 누워있고 싶고 소파에 기대어 있고 싶었는데 요즘은 아이들과 자주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이후 고한민은 마라톤에도 도전했다. 지난 2022년 10월에는 서울레이스 하프코스에 도전해 무사히 완주했다. 하프코스는 풀마라톤의 절반 거리로 21.09km를 달리는 코스다.
그리고 지난 2023년 11월에는 JTBC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해 42.195km를 3시간 여 만에 뛰는 기록을 세웠다.
이제 달리기 5년 차인 고한민은 “배우는 누군가에게 계속 선택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다. 매번 실족하고 실망한다. 그런데 달리고 나서는 마인드가 바뀌었다”며 “‘꾸준히 하다 보면 어떻게든 돼 있겠지’라고 생각하게 됐다. 연기도 인생도 다 달리기 같다”고 말했다.
또 “달리기가 준 큰 변화는 좋은 가장이자 좋은 아빠가 됐다는 것”이라며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줬다”고 했다.
고한민은 달리기에 도전하려는 이들에게 ‘꾸준함’을 강조했다. 그는 “달리기는 한 만큼 나오는 게 너무 신기하다”며 “어떤 요행도 바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장거리를 뛰는 것보다는 조금씩 거리를 늘려나갈 것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