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한경협·무협·코트라 전문가 조언
세계 1위 인구대국, 韓기업에 ‘기회의 땅’
반도체·전기차부터 뷰티·엔터까지 각광
모디 3연임·트럼프 재집권, 印시장 장밋빛
복잡한 규제 준비…접근전략 세분화해야
제품·마케팅 현지화 전략…정부지원도 절실
“우리 기업들이 인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현지 규제와 법적 환경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가장 먼저 필요합니다. 또, 주(州)마다 언어, 문화, 종교뿐만 아니라 소비 성향도 달라 세분화된 접근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현지 파트너십 구축 등 현지화 전략 등이 필수입니다.”
14억 인구를 거느린 인도 시장은 글로벌 경제무대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른 지 오래다. 6~7%에 달하는 연평균 경제성장률과 중위 연령 29.2세의 젊은 인구, 확대되는 소비시장 등은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 시장의 거대한 잠재력에 주목하게 하는 매력 요소다.
한국기업들도 줄줄이 인도 시장을 향하고 있다. 자동차, 철강, 전자제품, 반도체 제조기업 뿐만 아니라 금융, 게임, 뷰티, 식품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지난해 기준 인도에는 530여개의 한국기업들이 진출한 상태로, 향후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인도시장의 성장성과 잠재력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실제로 인도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시장분석과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헤럴드경제가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한국무역협회(무협),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규제환경 및 인허가 행정리스크 ▷지역마다 다른 언어, 문화, 종교, 소비성향 ▷미흡한 제조 및 물류 인프라 등이 인도 진출시 유의해야 할 점으로 꼽혔다.
▶‘원래도 매력적’ 인도시장, 모디 3연임·트럼프 재집권이 ‘부스터’=우선, 전문가들은 최근 인도가 시장친화적 성장전략을 채택, 인프라 투자·제조업 클러스터 구축, 빠른 디지털 전환 등을 추진하면서 한국기업에게도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탈(脫) 중국’ 기조가 거세진 것을 인도시장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이유로 꼽았다.
이승륜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 아주통상팀장은 “인도는 중국을 대체하는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한국기업들도 현대차, 포스코,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기업들이 인도에 생산기지를 확장하고 현지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수 한경협 아태협력팀장도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공급망 분절, 중국 디리스킹(derisking·위험축소) 요구가 확대되면서 중국을 대신할 글로벌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기업들의 핵심 전략”이라며 “한국이 강점을 갖춘 제조업 부문에서 인도 내 생산분에 대해 최대 6%까지 보조금이 지급된다는 점이 우리 기업들의 기회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모디 인도 총리가 3연임에 성공하고 미국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한 것도 인도시장에 더욱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모디 총리의 연임으로 기존 경제정책이 연속성을 가지게 된 데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對) 중국 견제 수위를 높일수록 인도시장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논리다.
장상식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모디 총리의 3연임은 인도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개혁 추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트럼프 취임 후 미중 디커플링이 심화되고 대중국 압박이 심화되면, 인도의 중국 대체 생산기지로서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글로벌 기업의 인도투자가 더욱 촉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빈준화 코트라 서남아지역본부장 역시 “인도 현지 언론은 트럼프의 당선이 인도의 전자산업 부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미국이 중국산 전자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기업들이 대체 생산기지를 찾게 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인도가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의견”이라고 지적했다.
▶반도체·전기차·엔터·식음료·뷰티·금융…유망업종이 너무 많다=전문가들은 인도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한국기업의 경우 반도체·전기차·인공지능(AI)·전자기기·철강·엔터테인먼트·식음료·뷰티·제약 등의 분야가 유망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 최근에는 글로벌기업의 인도 내 연구개발(R&D)·디자인·엔지니어링 센터 건립이 늘면서 기술서비스 분야도 각광받고 있다는 관측이다.
무엇보다 제조업 및 디지털 분야 성장세가 주목된다. 최근에는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이 지난달 22일 인도 증권시장에 사상 최대 규모(공모액 4조5000억원)으로 신규 상장에 성공했으며, 포스코는 인도 1위 철강사인 JSW그룹과 제철소 합작을 추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해부터 인도 내 배터리 공동생산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승륜 대한상의 팀장은 “한국기업들은 철강, 자동차부품, 전자기기 등 제조업을 기반으로 인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빈준화 코트라 본부장도 “십여년 전과 비교했을 때 인도 국민은 대부분 전자신분증을 갖고 있으며, 스마트폰으로 인터넷과 디지털페이를 활용해 30분 배송이 가능한 전자상거래를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비제조업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인도는 젊은 인구가 많고 디지털 인프라가 확장되면서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게임 비즈니스와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산업이 고속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도시화와 중산층 비중이 늘어나며 식품, 음료, 스낵 등 가공식품과 화장품 등 뷰티 분야의 수요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올 들어 인도 증시가 세계 4위(시가총액 기준)로 올라서는가 하면, 높은 경제 성장성 및 해외 자본 유치를 위한 정부의 인센티브 등이 더해지며 금융 분야에서도 투자 거점 매력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상식 무협 실장은 “향후 인도시장에서 한류 콘텐츠 공급이 유망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또, 여성인력의 경제활동이 늘어나며 다양한 화장품 수요가 확대되고 있으며 한류에 따른 한국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고가는 물론 중저가 화장품 기업들의 진출도 유망하다고 본다”고 했다.
아울러 인도는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창업 10년 이하 비상장 스타트업) 보유국인 만큼, 한국 스타트업들에게도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있다. 이재수 한경협 팀장은 “인도의 IT시장은 글로벌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에게도 열려있다”며 “2015년에 설립된 ‘인베스트인디아’에는 한국기업 지원 전담부서도 운영 중이라 한국 스타트업이 도움 받을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잡한 규제·비효율적 인허가 행정 등은 ‘리스크’=다만, 인도시장 진출에 무조건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도시장은 규제환경이 매우 복잡하고 보호무역 조치가 상대적으로 강한 곳으로 꼽힌다. 인도는 세계 최대의 반덤핑 조사국 중 하나로 한국에는 미국 다음으로 많은 수입 규제를 부과하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코트라에 따르면, 올해 10월말 기준 인도의 대(對)한국 수입 규제(조사 중 포함)은 총 22건으로 반덤핑 관세 19건, 세이프가드 3건 등으로 집계됐다. 또, 인도의 독자적 인증인 인도표준국(BIS) 인증 대상 품목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이 세심한 접근과 철저한 준비·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빈준화 코트라 본부장은 “최근 BIS 인증 대상품목이 확대됨과 동시에 취득·갱신 절차가 자주 지연되고 있다”며 “이러한 인증 지연은 통관 지연으로 이어지며, 최종적으로 인도 내 고객사에게 공급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리 기업의 주요 고충사항으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이승륜 대한상의 팀장도 “인도 정부의 수입규제, 무역기술규제(TBT)와 같은 장벽은 수출 기업들에게 상당한 애로사항을 유발할 수 있다”며 “BIS 인증 등 독자적인증과 각종 제품에 대한 사전 확인과 인증 절차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정책 불일치도 경계해야 하는 지점 중 하나다. 이재수 한경협 팀장은 “인도는 지방정부의 자치권이 높아 주마다 정책이 다르고 중앙정부와 정책 불일치가 일어나기도 한다”며 “인도 진출 기업들은 이러한 인도의 행정적 특성을 이해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마다 다른 환경, 열악한 제조·물류 인프라도 감안해야=세계 1위 인구대국인 인도는 대표적인 다민족, 다언어, 다종교 국가다. 28개의 주와 8개의 연방 직할령으로 구성돼있으며 영어 외에도 힌디어를 포함해 22개의 공용어를 사용한다. 그만큼 지역마다, 주마다 민족, 언어, 문화, 종교, 소비성향 등이 모두 천차만별이라는 얘기다.
장상식 무협 실장은 “주마다 언어, 문화, 종교, 소비성향 등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별 맞춤형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고, 통합 전략보다는 세분화된 접근이 효과적”이라며 “지역별 시장조사 및 소비자 이해, 진출방식 및 파트너십 구축, 현지화 전략 등을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북부 델리·펀자브나 서부 뭄바이 지역은 구매력이 높아 패션, 명품, 자동차 등 고급 소비재 선호가 강하고, 남부 벵갈루루·첸나이 지역은 IT 허브로 전자제품과 기술 관련 소비자 활발하며 모바일을 통한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식이다. 반면, 동부 콜카타 지역은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낮고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특징이 있다.
이재수 한경협 팀장도 “인도는 거대한 소비시장을 가졌지만, 또 한편으로는 문화, 언어, 규제 등이 지역마다 판이하게 다른 복합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며 “시장의 세부적인 특성과 소비자 선호도를 파악하는 것이 필수”라고 했다.
제조·물류 인프라가 열악한 점도 고려할 점이다. 무협에 따르면, 인도의 물류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13~14%로 미국 등 선진국(8%)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전력·수도 등 인프라 문제가 향후 글로벌 기업이 인도 투자를 결정할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장상식 무협 실장은 “(인도는) 화물운송의 65%는 도로, 25%는 철도로 수송되며, 철도운송이 더 경제적이나 철도 인프라 부족으로 도로 운송에 의존하고 있다”며 “도로의 경우 4차선 이상의 고속도로 비율이 낮아 교통 혼잡과 지연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승륜 대한상의 팀장도 “인도는 아직도 물류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이 많기 때문에 효율적인 물류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빈준화 코트라 본부장은 “인도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부흥 노력에도 불구하고, 생산 공장에 잦은 정전으로 인한 영업손실, 수질 문제로 미세공정 제품 생산 불가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미흡한 배수시설에 따라 매년 반복되는 도로 침수, 조악한 도로상태 등으로 발생하는 물류비용 증가 등도 고충사항으로 지적된다”고 했다.
▶초기 리스크 피하려면 현지 파트너부터 만들어야=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인도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하려면 가장 먼저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지역마다 언어는 물론 규제와 소비성향까지 판이하게 다른 현지에서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해야만 초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장상식 무협 실장은 “현지 파트너를 활용하면 시장 규제나 소비자 특성 파악이 용이해 시장진입 속도를 높이고 초기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며 “일본은 현지 파트너와 장기적 신뢰관계를 구축해 문화적 갈등을 줄이고 긍정적 이미지를 얻는데 성공했다. 한국도 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무협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의 주요 기업은 인수합병(M&A)과 합작투자를 활용해 현지 진출을 늘리고 있다. 한국은 단독으로 진출한 비중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지만 일본의 경우 합작 진출이 70% 이상에 달할 정도다.
이재수 한경협 팀장도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현지 규제와 비즈니스 문화를 신속하게 이해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면 시장 진입에 필요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품 디자인부터 마케팅까지 현지화…현대차가 모범사례=아울러 각 지역의 문화와 소비성향에 맞춘 현지화 전략도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제품 디자인부터 마케팅 방식까지 지역별 차이를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도 시장에서 현지화 전략을 가장 성공적으로 실행한 기업으로 현대자동차를 꼽았다. 1996년 인도에 진출한 현대차는 지난달 22일 인도 증시에 상장하며 인도 국민기업으로 도약했다.
빈준화 코트라 본부장은 “현대차가 현지 맞춤형 차종을 잘 개발한다. 홍수가 잦고 비포장도로가 많은 도로 특성을 반영해 인도 소비자가 선호하는 소형 SUV들을 출시해 점유율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역시 현지 소비자 성향에 맞춘 제품으로 인도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인도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수제 요거트를 만들 수 있는 냉장고, 난과 피클을 만들 수 있는 전자레인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저가 모델과 프리미엄 제품 투트랙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빈준화 본부장은 “소득 수준이 낮은 점을 고려해 단순히 기존 제품 가격을 낮추기보다 현지 수요에 맞는 핵심 기능 위주로 재설계해 현지화된 제품을 만드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CEPA 개정·현지 파트너 연결 등 지원 필수=우리 기업들이 인도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 역시 필수 요소로 꼽힌다. 기업이 단독으로 현지 정책과 규제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우리 정부의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승륜 대한상의 팀장은 “정부는 인도 시장의 동향과 산업별 진출 전략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믿을 만한 현지 파트너와의 연결을 지원해야 한다”며 “현지화 지원과 법률 자문을 통해 기업들이 원활하게 현지 시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지난 2010년 1월 발효된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의 개정을 위한 양국의 협상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장상식 무협 실장은 “CEPA가 적용된 관세감면 품목과 관세 철페율이 낮고 원산지 증명 확인 절차도 복잡하다. 또한 세관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통관 및 관세감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향후 CEPA 업그레이드 시 관세철페 품목 수 확대 및 관세감면 폭 확대, 인도 내 서비스 시장 개방, 원산지 규정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코트라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현지 생산 및 조달을 독려하며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추세다. 특히 대외 무역적자 심화로 2020년 9월부터 CEPA 및 FTA 원산지 규정 적용을 강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 기업이 인도로 수출 시 원산지 증명이 복잡하고 까다로우며 원산지 증명서 외 추가 서류제출도 요구받고 있다.
인도가 강점을 지닌 방위산업, 항공우주 등의 분야에 우리 기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자체 인공위성 발사 기술을 보유한 인도는 항공부문에 대한 민간 투자 상한을 74%까지 확대하며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재수 한경협 팀장은 “인도는 항공분야에서 민간 투자를 장려하고, 상업용 우주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이 이것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마침 우리나라에도 우주항공청이 신설된 만큼 인도 우주청과 협력해 민간 차원의 진출을 견인하는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윤희·김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