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총 TOP10 수익률 ‘韓 6.33% vs 美 52.15%’
强달러로 8.24% 환차익…22% 세금에도 서학개미 수익률 월등
韓 코스피200 추종 ETF -11.93% vs 美 S&P500 추종 ETF +35.18%
美 주식 보관액 ‘역대 최대’…2022년말比 2.3배 증가
금융위원장 “최근 證 낙폭 과도…필요시 언제든 시장안정조치”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올해 들어 같은 투자금으로 국내 증시 대표 대형주 대신 미국 증시 대표 대형주에 투자했을 경우 7배가 넘는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왔다. 종목별 수익률 격차에 더해 ‘강(强)달러’ 현상까지도 ‘서학개미(미국 주식 소액 개인 투자자)’에게 더 유리한 환경으로 작용했던 셈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국내 증시 대신 미국 증시로 투자처를 옮기는 ‘투자 이민’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트럼프 트레이드’에 따른 국내 증시 리스크 심화는 이 같은 현상을 더 강화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증시 상황 점검회의에서 “최근 국내 증시 낙폭은 다소 과다한 측면이 있다”면서 “금융당국은 필요 시 언제든 신용융자 담보비율 유지의무 면제, 자사주 취득한도 확대 등 시장안정조치가 바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상황에 따라 보다 적극적인 수급 안정 조치도 검토 중”이라고 강조하며 투심 안정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올해 시총 TOP10 수익률 ‘韓 6.33% vs 美 52.15%’
이날 헤럴드경제는 올해 초 한·미 증시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에 각각 1억원(종목별 1000만원 균등 투자)씩 투자했다는 가정하에 지난 14일까지 기록한 수익률을 산출했다.
가상의 인물 A 씨가 투자한 국내 증시 시총 상위 10개 종목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차, 기아, 셀트리온, KB금융, 네이버, 신한지주다. B 씨가 투자한 미국 증시 시총 상위 10개 종목은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닷컴, 알파벳, 메타플랫폼스, 버크셔해서웨이, 테슬라, 브로드컴, 일라이 릴리다.
국내 증시 10개 종목에서 A 씨가 번 수익금은 632만6000원(평균 수익률 6.33%)이었다.
‘밸류업’ 수혜를 입은 금융주(KB금융 +65.62%, 신한지주 +33.75%)를 비롯해 고대역폭메모리(HBM) 수혜주 SK하이닉스(+25.94%), 금리 인하 수혜 바이오주(삼성바이오로직스 +23.29%) 등의 수익률이 돋보였다. 하지만,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31.85%)를 비롯해 셀트리온(-17.92%), 네이버(-15.18%), 기아(-8.40%) 등의 부진이 총수익률을 끌어내렸다.
반면, 미 증시 10개 종목에서 B 씨가 번 수익금은 무려 5215만4000원(수익률 52.15%)에 달했다. 시총 상위 10개 종목 중 단 한 종목도 ‘마이너스’ 수익률이 없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랠리 ‘대장주’ 엔비디아(+203.67%)가 선두에 선 가운데, ‘매그니피센트7(M7)’에 속한 애플(+22.94%), 마이크로소프트(+15.11%), 아마존닷컴(+41.05%), 알파벳(+27.08%), 메타플랫폼스(+66.67%), 테슬라(+25.26%) 모두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밖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29.03%), 대표 반도체주 브로드컴(+56.97%), 비만약(마운자로) 열풍 수혜주 일라이 일리(+32.76%) 등도 강세였다.
미국 주식의 경우 공제액 25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투자 수익에 대해선 22%의 양도소득세가 적용된다. 세금을 낸 후 B 씨가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약 4369만5520원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국내 증시 시총 톱(TOP)10에 투자해 얻은 수익의 6.91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도 서학개미의 주머니를 더 두둑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12월 29일 1달러당 1299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14일 기준 1406원까지 치솟았다. 이 기간 서학개미는 8.24%에 달하는 환차익을 거둘 수 있었던 만큼, B 씨의 수익도 약 4729만6031원까지 늘어난다. 이 경우 A 씨와 B 씨의 수익 격차는 7.48배까지 늘어난다.
韓 코스피200 추종 ETF -11.93% vs 美 S&P500 추종 ETF +35.18%
미 증시로 직접 ‘투자 이민’을 떠나지 않았더라도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만 투자했던 투자자의 수익률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미 증시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수익률이 국내 증시 대표 지수 추종 ETF의 수익률을 압도하면서다.
비교 종목은 한국 ‘코스피 200’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200’과 미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TIGER 미국S&P500’이다.
연초부터 지난 14일 종가까지 ‘KODEX 200’ 수익률이 -11.93%로 역주행할 때 ‘TIGER미국S&P500’ 수익률은 35.18%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삼성전자 등 우량주 200개를 편입한 ‘코스피 200’ 지수와 미 S&P500 지수의 등락률은 각각 -11.25%, 25.44%였다.
금융투자업계는 더 높은 수익률을 향한 투자자의 신속한 ‘머니 무브’를 주목했다. 국내 최초 ETF로서 지난 2002년 10월 상장한 후 22년간 줄곧 순자산 1위 자리를 차지해 온 ‘KODEX 200’이 ‘TIGER 미국S&P500’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는 점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작년 말 순자산 규모에서 ‘KODEX 200’은 6조5612억원으로 2조1684억원이던 ‘TIGER 미국S&P500’보다 3.03배나 앞섰다. 하지만, 지난 13일 기준으론 올해 들어 ‘KODEX 200’ 순자산이 1조2025억원 감소하는 동안 ‘TIGER 미국S&P500’ 순자산이 3조2900억원이나 급증하며 순위 역전 현상까지 벌어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 이민’을 떠나지 않는 투자자들도 국내 증시 안에서라도 국내 증시보단 미국 증시에 베팅하면서 사실상 ‘투자 이민’을 떠나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美 주식 보관액 ‘역대 최대’…2022년말比 2.3배 증가
국내 증시의 소외 현상이 심화할수록 ‘동학개미의 서학개미화’ 속도는 해가 갈수록 더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1017억4694만달러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680억2349만달러) 대비 49.58%나 늘어난 수치다. 2022년 말(442억2872만달러)과 비교했을 땐 2.3배나 증가했다.
연초부터 지난 14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미 증시 거래액(매수+매도액)은 4119억3845만달러(약 574조6541억원)로 1년 전(2732억646만달러)과 비교했을 때 50.78%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 거래액(2342조4956억원)의 4분의 1 수준(24.53%)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지난해 연간 기준(16.20%)과 비교했을 때도 비율이 8.33%포인트나 급등한 셈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등장이 임박한 가운데, 미 증시의 우위가 한동안 유지될 가능성이 전문가들의 무게가 실린다. M7으로 대표되는 미 빅테크 종목의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인프라 확충 및 규제 완화 정책 등으로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까지 반등하며 서학개미들의 투자처가 넓어지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선진국이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을 내린 반면, 미국은 2.8%의 성장률로 독주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의 성장은 곧 미국 주식시장의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내년에도 미국 시장의 우위는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말까지 S&P500 지수는 현시점에서 1000포인트 상승한 6800선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며 “미국의 주가 지수가 하락 추세로 전환할 가능성은 낮다. 이익 모멘텀 반등 추세가 이어지면서 1·4분기 이후 지수 반등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축소-폐기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보편 관세’마저 현실화할 경우 수출주 중심의 국내 대형주는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단 우려의 목소리도 커진다. 미국 등 해외 증시 투자세가 강화할 수록 국내 증시엔 수급 문제가 발생, 활력이 떨어지며 주가 역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미 증시의 경우 이젠 22%에 이르는 높은 세금에도 이를 뛰어 넘는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인식이 투자자 사이에선 이미 일반화된 상황”이라며 “작년 잇따라 발생했던 주가조작 사건에 이어 올해는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고려아연 유상증자 논란 등 국내 자본시장의 신뢰도를 끌어내리는 문제가 연이어 터졌다.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도 회복이 증시 활력 회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