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쓰레기섬
태평양 한가운데에 있는 거대 ‘쓰레기섬’, GPGP(Great Pacific Garbage Patch)에서 버려진 어구, 플라스틱 쓰레기 등을 건져내고 있다. [오션클린업 제공]

[헤럴드경제(미국 샌프란시스코)=주소현·김상수 기자, 안경찬 PD] “맑은 밤에는 하늘에 별이 더 잘 보이죠?”

오션클린업의 사회 및 환경 이사인 마티아스 에거(Matthias Egger) 박사는 지난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항구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태평양 쓰레기섬, GPGP(Great Pacific Garbage Patch)를 이렇게 비유했다.

태평양을 밤하늘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별에 빗댔다. 날이 흐려 별이 잘 보이지 않더라도 늘 별이 늘 있듯, 간혹 집채만 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눈에 띄지 않더라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플라스틱이 GPGP에 있다는 의미다.

태평양쓰레기섬
오션클린업의 사회 및 환경 이사인 마티아스 에거(Matthias Egger) 박사는 지난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항구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안경찬 PD

그는 오션클린업에서 수년간 플라스틱 실태를 추적하고 있는 과학자다. 수거한 플라스틱 쓰레기에 표기된 언어를 기반으로 쓰레기의 국가별 분류 연구도 진행 중이다. 언어를 기준으로, 한국산이 일본과 중국에 이은 3위이고, 최근 4년간 한국산 쓰레기가 가장 가파르게 증가했다는 연구도 주도했다. 그의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지에 게재됐다.

에거 박사는 오션클린업 활동을 통해 GPGP에서 수거한 플라스틱들을 ▷0.5㎜ 이하 ▷0.5~1.5㎜ ▷1.5~5㎜ ▷5㎜~1.5㎝ ▷1.5~5㎝ ▷5~50㎝ ▷50㎝ 이상 등 7가지로 구분했다.

이 중 5㎝ 미만의 플라스틱은 21%. 너무 작아 셀 수 없어 무게만 측정했다. 에거 박사는 “이미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플라스틱 조각과 입자들이 GPGP에 쌓인 플라스틱에서 부서진 건지, 연안에서 이미 파편화된 채 GPGP로 이동한 건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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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쓰레기섬에서 대형 선박에 그물을 설치,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수거하고 있다. [오션클린업 제공]

에거 박사가 GPGP에서 발견한 가장 오래된 플라스틱은 1966년에 생산된 부표였다. 이를 포함, GPGP 플라스틱 중 49%는 2000년대 이전에 만들어졌다. 나머지 51%는 2000년 이후로 추정된다.

그는 “인류가 플라스틱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건 1950년대다. 2000년 이전에 50년 동안 버린 플라스틱보다 2000년 이후 약 25년간 버린 플라스틱이 더 많은 셈”이라며 “플라스틱 쓰레기가 기하급수적으로(exponentially)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플라스틱 수거를 하다보면 당연히 해양생물도 관찰하게 되는데, 버려진 그물에 걸려 있는 거북도 수없이 봤다. 심지어 뒤늦게 그물을 끊어내도 이미 죽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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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쓰레기섬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한국어가 적혀 있다. 안경찬 PD

GPGP와 같이 육지로부터 먼바다는 먹이가 많지 않다. 굶주린 해양 생물들은 오랜 시간 태평양을 떠돌면서 바다 냄새가 진하게 밴 플라스틱을 먹이로 쉽게 오인한다. 에거 박사는 “만난 대부분 거북의 배 속에 플라스틱 파편이 들어있었다”고 했다.

플라스틱 오염과 그로 인한 피해를 끝내려면, 플라스틱들이 더 잘게 부서지고 더 멀리 퍼져 나가기 전에 건져 올리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오션클린업 측의 주장이다.

에거 박사는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자체를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만, 구성과 출처를 분석하면 오염원을 찾을 수 있다”며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되는 걸 막을 방법도 연구가 시급하다”고 전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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