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지하철을 뒤흔든 위기를 꼽자면 흉기난동 사건을 빼놓을 수 없다. 사회적으로 흉기난동과 묻지마 폭행, 살인, 테러 협박 등이 빈발한 가운데 서울 지하철은 범행 예고장소로 40번 넘게 지목되면서 타깃이 됐다.

지하철2호선 열차에서 흉기난동이 발생한 당일 서울교통공사는 즉각적으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작동했다. 무분별한 난동에 대비해 지하철 경계근무를 강화한다는 내용 등으로 보도자료를 두 차례 배포하고,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긴급 상황에서 도움받을 수 있는 채널을 시민에게 알렸다. 위기관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대목은 재발방지와 사후대책 마련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능형 CCTV 추가 설치, 역 직원의 안전 장구 개선 등 기술적·행정적 보완대책을 발표하고 이행에 나섰다. 하지만 범죄에 취약한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정비는 제동이 걸린 상태다. 지하철보안관을 둘러싼 특별사법경찰권 부여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지하철 시민불편 불안요인 해소대책’에 따라 2011년 처음 도입된 지하철보안관은 시민안전 확보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일평균 400여건 이상의 질서위반행위를 단속하고 있지만 최근 발생한 일련의 흉기난동 사건에서 그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사법권이 없는 탓에 신고를 받은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행동을 제지하는 것 말고는 달리 뾰족한 대응방법이 없었다. 난동 사건은 빠른 제압이 중요하지만 실효성 있는 조치가 어려워 시민은 큰 위협을 느껴야 했다. 서울교통공사는 특별사법경찰권 부여를 위한 관련 법 개정을 국회 등에 지속적으로 건의해왔다. 2015년 국회 법안심사 소위에 관련 안건이 상정되면서 탄력을 받는 듯했으나 지하철경찰대와 기능 중복, 임직원의 전문성 부족 등의 사유로 보류된 바 있다.

기능 중복 문제는 서로 다른 전문성과 역량에 기반해 상호보완적 협업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오히려 시너지 창출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하철보안관은 뛰어난 기동력을 바탕으로 주취자 대응, 난동 등 경범죄 단속에 주력하고, 지하철경찰대는 성범죄 등 강력범죄 대응으로 명확한 역할 분담을 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지하철보안관의 역량 지적은 직무전문성을 갖춘 자에 한해 엄격한 사법권 부여 절차를 마련하는 것으로 보완이 가능하다. 공신력 있는 교육훈련기관을 통해 지하철보안관 중 사법경찰업무를 담당할 전문인력을 별도로 선발 및 관리하는 것이다. 법적 소양, 신체적 수행능력 등을 꼼꼼하게 검증하는 절차가 뒷받침된다면 자격 논란은 자연스레 해소될 수 있다. 민간인에게 과다한 사법권 부여라는 시각도 있다. 경범죄 일부 항목에 한해 제한적인 권한을 부여한다면 권한 남용의 위험은 제거된다. 사법권이 있음을 고지하는 것만으로도 경각심을 제고해 범죄 예방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위기는 곧 기회다. 서울 지하철이 직면한 범죄 대응역량의 한계가 시민안전의 공백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지금의 위기가 변화의 모멘텀이 돼야 한다. 지하철보안관에 특별사법경찰권 부여와 관련한 2건의 법률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번에는 지하철을 가득 메운 시민의 불안이 외면받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마해근 서울교통공사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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