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으로 필기·자료공유해…종이책 쓸 일 많이 없어

“코로나19, 종이 산업 쇠퇴 앞당겨”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대학가 인쇄소. 정목희 기자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대학가 인쇄소. 정목희 기자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대학생들은 이제 한 명도 안 와. 대학생한테 버는 건 하루에 5000원에서 만원? 그래서 지금 놀고 있잖아요. 일이 없으니까.”(서울 용산구에서 인쇄소 사장 72세 권모씨)

종이책을 복사하거나 인쇄소를 이용하는 손님들의 수요가 끊기면서 대학가 인쇄소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인근 인쇄소에서 만난 사장 권모(72)씨는 40년 넘게 인쇄소를 운영하면서 지금처럼 손님 발길이 뚝 끊겼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학생 손님이 많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학생들로부터 버는 수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원래 대학생들한테 하루에 못해도 15만원 정도는 수입이 있었는데 지금은 5000원에서 1만원 정도 나오는게 전부다. 그래서 지금 앉아만 있지 않느냐. 일이 없어서”라며 “코로나19 때 비대면으로 수업을 하면서 이곳에 학생들이 거의 안 왔었는데 그때 이후로 아예 대학생 손님이 없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비대면 수업으로 수업이 진행되면서 학생과 교직원들은 종이 출력물 대신 디지털 파일로 강의 자료를 공유하면서 권씨는 수입이 80%가량 줄었다. 그는 숙명여대 근처 인쇄소 5곳 중 3곳이 4년 사이에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권씨는 창밖에 지나가는 학생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쌩쌩 지나가는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야속하기도 하고 예전이 그립기도 하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교재 50명, 50만원, 100만원 등이 적힌 주문 견적서를 보여주며 “그나마 들쭉 날쭉이긴 하지만 회사나 교육 기관에서 대량 주문이 들어오는 게 있어서 그 수입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300만원가량 주문이 들어온다. 그래서 아는 업체가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다 그런 이유로 주변 인쇄소들이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성균관대 근처의 인쇄소도 사정은 같았다. 30년 가량 인쇄소를 운영한 사장 이모씨는 “학생들 인쇄하면 책 제본하고 그런 걸로 돈을 벌었는데 지금은 제본을 아예 안하고 학생 손님이 거의 없다”며 “코로나 이후로 일이 너무 없어서 소상공인 대출도 3000만원 받았다”라고 했다.

그는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됐던 이후로 인쇄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교수님들도 본인이 저술한 책을 PDF 파일 형식으로 받아서 학생들한테 나눠주면 학생들은 그걸 다운 받아서 무인프린트 카페에서 수업 내용만 조금씩 출력한다”고 했다.

학생들은 전공책이 아닌 태블릿PC를 필수품으로 들고 다녔다. 무인 프린트 카페에서 출력을 하고 나오는 취업준비생 나모(24)씨는 “수업 자료를 20장 가량 인쇄했다”며 “전공책을 제본하는 학우들을 가끔 보긴 했는데 많이 이용하지는 않는 것 같다. 요즘 강의 자료도, 필기도 모두 태블릿PC로 한다”고 말했다. 나씨는 “마케팅쪽으로 취업 준비 중인데 취업 준비도 태블릿PC로 많이 한다”며 “대학 입학할 때 코로나가 터져서 이렇게 공부하는 게 익숙하고 무거운 책도 없고 해서 편하다”고 말했다.

학교 앞에 인쇄소가 있는지 몰랐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대학교 1학년 길모(20)씨는 “강의 자료는 항상 PPT나 PDF 형식으로 내려받고 제본 뜨는 학우들은 한 명도 본 적 없다”며 “학교 앞에 인쇄소가 있는 지도 몰랐다. 아마 내 동기들 다 모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직장인 이모(28)씨는 “우리가 대학 다닐 때에는 교수님이 노트북이나 태블릿PC 같은 전자기기를 절대 사용하지 못하게 해서 강의 자료를 무조건 인쇄해 갔었는데, 지금은 회사에서도 전자기기로 작업하는 게 더 능률이 좋다고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대면이 필수였던 시기인 코로나19가 종이 산업의 쇠퇴를 앞당겼다고 한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우리가 지갑을 안 가져가고 핸드폰 하나로 모든 일을 다 처리하려는 것처럼 디지털 네이티브인 MZ세대에게는 책보다 인터넷 화면이 더 편할 것이다”라며 “코로나19가 그 시기를 조금 더 앞당겼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대학뿐 아니라 회사 업무도 비대면으로 진행했지 않았나”고 말했다.

홍 교수는 “나도 내 책과 강의자료를 컴퓨터 파일로 전환해서 학생들에게 전달하지만 그래도 개론서 하나는 꼭 사서 반복해서 보라고 권유한다”며 “근데 그렇게 말해도 학생들은 절대 책을 안 산다. 도서관에서도 다들 책이 아닌 태블릿PC로 공부하더라”고 덧붙였다.


mokiy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