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주의 만연…‘빨리빨리’ 조급 문화도 한 원인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올해 초 세월호 침몰사고를 시작으로 잇따라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의식에 대한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대책을 강구하지만 근본적으로 안전불감증이 해소되지 않는 한 사고는 계속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서울 시민 10명 중 9명 이상은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고 인식했다. 특히 2명 중 1명은 “생활 근거지가 재난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고 응답해 안전사회를 향한 정책 지원이 요구된다.

30일 서울시가 지난달 10~15일 시민 26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6.2%는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고 인식했다. 이중 “매우 심각하다”는 의견이 56.7%로 가장 많았고, “조금 심각하다”는 의견은 39.5%로 뒤를 이었다.

안전불감증의 주요 원인으로는 42.0%가 ‘적당주의’를 꼽았다. 적당주의는 매사에 요령만 피우고 두루뭉술하게 해치우려는 태도나 생각을 말한다. 시민들은 우리 사회에 적당주의가 만연돼 있으며 이는 예기치 못한 안전사고로 이어진다고 인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인 특유의 습성인 ‘빨리빨리’ 조급문화(25.7%)도 안전불감증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속도전에 치우친 조급문화는 외형만 강조할 뿐 내실을 다지지 못하면서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 과거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사고의 원인으로 드러난 부실시공이 대표적인 예다.

안전불감증을 해소하려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미흡하다는 의견도 16.0%나 됐다. 정부가 말로만 안전사회를 강조할 뿐 실제로는 안전 분야 예산이나 정책 지원은 뒷전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보여주기식 건설투자는 늘리는 반면 안전 예산은 책정돼 있어도 집행하지 않는 등 정부의 외면을 받고 있다.

시민들의 안전의식 수준을 점수로 평가하면 몇 점일까. 응답자의 76.9%는 10점 만점에 5점 이하로 평가했다. 낙제 수준이다. 시민들의 안전의식 점수는 3점이 23.7%로 가장 많았고, 4점 19.7%, 5점 17.6%, 6점 12.7% 순으로 집계됐다. 7~10점으로 높게 평가한 시민은 10.5%에 불과한 반면 1~2점으로 낮게 평가한 응답자는 15.9%에 달했다.

실제로 시민들의 78.0%는 “한달에 한번도 화재예방을 위한 안전점검을 실시하지 않는다”고 응답했고, 비상구나 피난계단의 위치나 관리상태를 확인하지 않는 시민들도 59.1%로 집계됐다. 여전히 응답자의 40.3%는 자가에 소화기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각종 사고의 학습효과로 위급 상황 시 대응요령에 대해 많은 시민들이 인지하고 있었다. “연기 속에서는 낮은 자세로 수건 등을 이용해 입과 코를 막고 대피한다”고 응답한 시민이 82.7%에 달했고, 소화기 사용방법에 대해선 75.7%가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폐소생술 시행방법을 알고 있는 시민들도 55.5%로 집계됐다.

시민들은 안전불감증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소방안전 체험교육과 홍보’(42.7%), ‘가정 내 소방안전 및 응급처치 매뉴얼 비치’(29.9%), ‘소방안전 등에 관한 법 규정 강화’(24.6%) 순으로 응답했다. 특히 ‘소방안전 체험교육’의 경우 89.2%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