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 29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외교차관협의에서 조태용 외교부 1차관과 사이키 아키타카(齋木昭隆)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양국의 외교차관은 지난 24일 3기 아베(安倍) 내각이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만나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포괄적으로 의견을 교환했지만, 구체적인 돌파구를 마련하지는 못했다.
두 차관은 외교차관 협의에 앞서 비공개 오찬도 같이 했다. 모두 3시간 정도 양국 관계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두 차관은 한일 국교정상화 50년이 되는 내년을 양국 관계의 전환점이 되는 해로 만들도록 노력하자는데 공감했으며 이런 차원에서 핵심 과거사 현안인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국장급 협의의 진전을 독려하자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그러나 한일 관계 경색의 핵심 원인인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 측에서 전향적인 입장 표명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지난달까지 5차례 열린 일본군 위안부 관련 한일 국장급 협의가 사실상 교착 상태라는 점 등을 이유로 일본이 이번에 이 문제와 관련한 전향적인 입장을 갖고 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이날 테이블에서는 원론적 수준의 논의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정부 내에서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아베 내각의 입장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볼만한 움직임이 일본 측에서 없다는 점을 이유로 이번 차관 협의에서 일본이 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새로운 입장을 낼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같은 맥락에서 일본이 이날 협의에서 거론한 한일 정상회담 개최 문제에 대해서도 기본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상회담 자체에는 열린 입장”이라면서도 “준비 안 된 정상회담이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상회담을 위해서는) 충분한 분위기 조성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차원에서 내년 한일 관계 전망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일본이 과거사·독도 등에 대한 도발을 자제하고 한일 관계를 발전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 내에서는 이번 사이키 차관의 방한이 3기 아베 내각의 대외 정책의 방향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도 일부 있다.
지난 14일 총선에서 압승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앞으로 우경화 방향으로 독주할지,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갈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일본이 미흡하지만,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제스처를 보인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편 한일 외교차관급 협의는 이날 오후 2시30분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일부 시민단체들의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 폐기 집회’로 인한 사이키 차관의 외교부 출입 지연 등의 이유로 1시간 늦은 3시20분께 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