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동맹국과 전략적 파트너 간 갈등
중국 견제 인도·태평양 전략에 걸림돌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시크교도 지도자 피살로 갈등을 빚고 있는 캐나다와 인도가 상대 외교관을 추방하는 등 정면 충돌로 치닫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를 끌어들어 인도·태평양 지역에 걸친 포위망을 구축하려던 미국의 전략도 차질을 빚게 됐다.
인도 정부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캐나다 고위 외교관 1명을 추방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캐나다 거주 시크교도 지도자 아르디프 싱 니자르의 살해 배후로 인도 정부를 지목하고 인도 외교관 1명을 추방한 것에 대항하는 움직임이다.
인도 외교부는 트뤼도 총리의 발표에 대해 “상식을 벗어나고 어떤 의도가 있다”며 반박했다. 나아가 캐나다가 오래 전부터 시크교 관련 테러리스트들과 극단주의자들을 합법적 신분으로 받아들였다고 비판했다.
캐나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인도·태평양 지역 전략 보고서에서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인정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인도와의 관계를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번 사태로 이같은 약속은 위기에 처했다.
양측의 갈등에 대해 에이드리엔 왓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캐나다 정부의 조사에 협력할 것을 인도에 촉구했다.
한 미국 정부 소식통은 블룸버그 통신에 “트뤼도 총리가 제기한 혐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인도와의 관계를 순조롭게 시작한 바이든 행정부에 문제가 된다”고 인정했다.
미국은 지난 G20 공동선언 채택 과정에서 러시아와 가까운 주최국 인도의 입장을 감안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규탄 표현을 빼고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직면한 식량과 에너지 안보 등의 문제를 언급하는 데 동의했다. 대중국 전략에서 인도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그러나 동맹국인 캐나다와 전략적 구애 상대인 인도가 정면으로 맞붙으면서 미국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데렉 그로스먼 선임 국방 분석가는 “바이든 행정부는 새로운 폭탄으로 승산이 없는 처지에 빠졌다”며 “캐나다의 편을 든다면 인도는 무기를 들고 다시 한번 미국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고 반대로 인도의 편을 든다면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을 저버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분쟁이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110억달러 규모의 인도-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이 좌초될 수 있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양국 군대 간 통신 협력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이는 이 지역 파트너 국가의 결속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에는 큰 골칫거리가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2018년 사우디아라비아 요원이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자말 카쇼끄지를 살해했을 당시 사우디와 미국 간 갈등이 고조된 점을 언급하며 “미국은 전세계 인권을 수호하려는 노력을 하면서도 지정학적 이익을 위해 인권 침해 혐의를 받는 국가의 정부와도 협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주 갈등을 겪는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이번 사태에 대해 공개적으로는 크게 목소리를 내지 않는 ‘외교적 로우키(low-key)’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인도는 역사적으로 미국과 서방이 자국에 제기하는 공개적인 비판에 크게 반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 쿠겔만 윌슨센터 남아시아 연구소장은 “미국과 일부 동맹국은 인도의 민주주의 후퇴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만 동시에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국가와의 관계가 위태로워지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워싱턴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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