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비료담합 업체 과징금 정당” 판결 그후

민사소송 일정부분 영향 줄 듯

무려 16년여간 화학비료 가격을 담합하며 1조6000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비료업체들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이에 따라 담합으로 피해를 본 농민들에 대한 배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 민중기)는 삼성정밀화학 풍농 협화 등 비료 제조업체 3곳이 “과징금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공정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2012년 4월 공정위는 비료 제조업체 16곳이 16년여간 농협이 발주하는 비료 구매 경쟁 입찰에서 낙찰물량과 입찰 가격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하고 총 830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일부 업체는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업체들이) 화학비료 시장에서 독점적 수요자인 농협이 정한 구매 예정 가격의 범위 내에서 가격경쟁을 피해 최대한의 가격을 유지하고 안정적인 생산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합의했다”며 “업체들의 공동 행위로 인한 경쟁 제한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담합 사실을 인정한 이번 법원 판결은 피해 농민들이 업체들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 소송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는 공정위가 담합을 적발하자 농민 2만8000여명을 모아 업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바 있다. 민사 소송은 보통 행정 사건에서 확정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심리하기 때문에 업체들이 담합으로 농민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점만은 인정된 셈이다.

다만 농민들 개개인이 얼마만큼의 피해를 봤는지를 한 재판부가 심리하기에는 벅차고, 담합이 없었다면 형성됐을 가격을 추론하는 것이 까다로워 농민들이 실질적인 배상을 받기까지는 한동안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