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묻지마’ 흉악범죄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강도 높은 해결책을 들고 나섰다.

22일 열린 관련 당정협의회 결과만 봐도 단호한 대응 의지가 묻어난다.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도입과 흉악범 전담 교도소 설립, 흉악범에 대한 구형량 추가 상향, 사법 입원제 도입, 공중 협박죄, 범죄 대응 경찰관 면책 범위 확대 등이 이날 회의의 골자다. 흉악범죄가 워낙 빈발하다 보니 처벌 강화와 예방 차원 대책을 비교적 고루 잘 담아냈다고 우선 평가할 만하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한 총리는 이른바 ‘이상 동기’범죄에 대해서는 더 엄정하고 신속한 대응을 약속했다. 이날 한 총리는 무고한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이상 동기 범죄’를 “우리 사회의 상식과 기본질서를 깨트리는 중대한 사안”으로 단정하고 특별 치안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는 가장 기본적인 정부의 책무다. 그러나 작금의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정부의 존재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강력범죄가 꼬리를 물고 있다. 서울 신림동 공원에서는 30대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고 사망했다. 성남 분당 서현역에서는 백주에 무차별 칼부림으로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비슷한 예를 들자면 끝이 없을 정도다. 게다가 각종 소셜미디어에는 살인을 예고하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며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걸거리를 나서기가 무서울 정도니 무법천지가 따로 없을 지경이다.

이제라도 정부가 강력 대응에 나선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강경 대응 위주의 이번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된 강력 사건은 피해 대상이 특정되지 않거니와 처벌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대책은 대부분 이런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일반적인 흉악범죄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법이 무섭지 않고 이판사판식으로 나오는 ‘묻지마’ 범죄에는 심리치료 위주의 더 촘촘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회적 외톨이나 은둔자를 조기에 파악하고 일 대 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사전적 예방 조치가 가능하도록 사회안전망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범죄 없는 안전한 사회는 정부는 물론 모든 구성원이 힘을 모을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당장은 경찰의 대응력을 극대화해 치안에 만전을 기하고 필요한 입법 절차는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정치권도 적극 협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이웃이 없는지 살펴보고 따뜻하고 지속적인 관심 속에 세상 밖으로 다시 나올 수 있게 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