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올 한해 여야 대변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뭐니뭐니해도 ‘촉구’가 아닐까 싶다.
특히 새누리당 대변인들의 이 단어 사용 비율은 특히 높았다. “장외투쟁을 접고 국회로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 “시급한 경제법안의 국회 처리를 촉구한다”, “연금개혁안을 내놓고 함께 논의할 것을 촉구한다”
정부와 함께 국정을 이끄는 여당은 올해 ‘국회선진화법’ 탓에 단독으로는 법안 하나 처리하기 힘든 국회의 현실 앞에서 무기력함을 드러냈다.
해머가 등장하고 의장석을 점거하는 등의 ‘폭력국회’를 여의도에서 사라지게 한 국회선진화법은 야당에 법안의 ‘생사여탈권’이라는 권능을 부여했다.
옛날 같으면 여당이 숫자를 앞세워 본회의 표결을 통해 현안을 처리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국회선진화법의 벽에 가로막혀 법안 하나하나마다 야당의 협조와 논의를 ‘촉구’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정부여당이 정권 차원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은 물론, 10년째 발묶인 북한인권법을 비롯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등 상임위도 넘지 못한 주요 법안들이 수두룩하다.
정국이 얼어붙을 때마다 야당이 꺼내드는 ‘상임위 보이콧’은 법안 처리의 첫 발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전가의 보도다.
이에 여당은 속수무책으로 야당에 ‘촉구’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이런 가운데 지난 26일 국회 운영위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제안한 무쟁점 법안의 신속처리를 내용으로 하는 국회선전화법 개선안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현행 ‘패스트 트랙’ 요건이 재적의원 5분의 3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탓에 현행 국회 의석 구성상 국회 파행 때는 무쟁점법안의 처리도 불가능하다.
운영위는 이런 문제점을 일정기간의 상임위 숙려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법사위 첫 회의에 상정하는 것으로 손 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패스트 트랙 개선을 시작으로 여당 입장에서는 국회선진화법을 어떤 방식으로건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국회선진화법을 통해 예산안 법정시한내 처리가 가능하긴 했지만, 올 한해 이 법 때문에 법안처리가 무산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법안 처리를 볼모로 삼는 비정상적인 국회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선진화법의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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