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만 미국·프랑스·일본에서 묻지마 범죄 3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묻지마 범행
전문가들 “상대적 박탈감 심화” 원인 지적
[헤럴드경제=박지영·박지영 기자] 지난달 서울 신림동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지 약 2주 만인 지난 3일 경기도 분당구 서현역에서도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졌다. 범인은 차로 사람을 친 뒤 흉기를 휘둘렀고 이로 인해 1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부상을 입었다. 모방범죄를 예고하는 글도 잇따르고 있다.
묻지마 테러 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는 건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 6월 한달 동안 홍콩, 프랑스, 미국 등지에서 신림역·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과 유사한 ‘묻지마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차로 사람을 들이받고 흉기를 휘두르는 등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과 매우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사회 양극화로 인한 갈등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신림역·서현역 흉기 난동이 연쇄 무차별 범죄로 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홍콩·프랑스·일본도 ‘서현역’ 유사 사건 발생
지난 6월 2일 미국 사우스베이에서 벌어진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은 서현역 사건과 범죄 양상이 매우 유사하다. CBS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피의자 케빈 파쿠라나(31)는 탈취한 차량 2대로 7명을 차량으로 치고, 차에서 내려 4명을 흉기로 찔렀다. 이 사고로 4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이 사건 역시 명확한 범행 동기가 없으며, 무작위로 공격을 가했다.
피의자는 약 10년 전부터 중죄 및 경범죄 유죄판결을 받았던 전과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살인 3건, 살인미수 7건, 차량 강탈 2건, 흉기 폭행 1건으로 피의자를 기소했다. 만약 모든 혐의가 유죄 판결을 받으면 파쿠라나는 종신형을 받게 된다. 재판은 진행 중이다.
같은 날 홍콩에서도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졌다. ‘다이아몬드 힐 플라자 할리우드 살인 사건’이다.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의 범인인 조선이 범행 직전 검색했다는 사건이다. 피의자 시토싱궝(39)은 지난 6월 2일 오후 5시께 홍콩 다이아몬드힐에 위치한 플라자 할리우드 쇼핑몰 3층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 A(26)씨와 A씨의 연인인 B(22)씨를 흉기로 25차례 이상 찔러 살해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피의자 시토싱궝은 범행 10년 전 직업을 잃고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했다고 한다. 조현병 진단을 받기도 했다.
올해 6월 8일 프랑스에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살인 사건도 일어났다. 프랑스 안시 호수 근처 공원에서 시리아 국적의 압델마시 하눈(31)이 처음 보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흉기를 휘두른 것이다. 이 사건으로 생후 22개월 아이 1명과 2살 아이 2명, 3살 아이 1명 등 총 6명이 다쳤다. 검찰은 피의자를 살인미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일본 오사카에서도 지난달 24일 묻지마 범죄가 일어났다. 오사카와 간사이공항을 오가는 JR간사이공항선 열차 안에서 시미야 가즈야(37)가 근처에 있던 승객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른 것이다. 이 사건으로 3명이 부상을 입었다. 피의자는 체포 당시 칼 3자루를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다발 무차별 테러 범죄 이어질 수도…2008년 일본 사례 주목
전문가들은 사회적 양극화와 상대적 박탈감 심화를 묻지마 테러 원인으로 꼽으며 모방범죄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박탈감이 훨씬 커지는 사회 구조적 문제로 사회적 분노와 증오가 생겨나는 것”이라며 “이런 사건이 한 번 일어나면 불쏘시개 역할을 해 모방범죄도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범죄분석조사연구실장은 “선진국화 되면서 소득 불평등과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며 “모방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피해 사고를 가진 범죄자의 범죄의지를 억제할 수 있는 정부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실제 2008년 일본에서 일어난 ‘아키하바라 묻지마 살인 사건’을 전후해 유사 범죄가 다수 발생한 바 있다. 사회에 대한 불만이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한 것이다. 아키하바라 사건은 2008년 6월 8일 일본 아키하바라에서 가토 도모히로(25)가 ‘생활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트럭을 몰고 돌진해 세 사람을 치어 죽이고 트럭에서 내려 칼로 7명을 찔러 살해했다. 가토 도모히로는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으로 일본에서는 ‘토오리마(지나가면서 만나는 사람에게 해를 끼친다는 ‘토오리마지켄’의 약어)’ 범죄의 심각성이 부각됐다.
이보다 앞선 2008년 3월 일본 이바라키현 쓰치우라시 JR역 구내에서 프리터족이었던 가나가와 마사히로(24)는 지나가는 사람을 흉기로 찔러 1명이 숨지고 7명이 중상을 입혔다. 그는 “누구라도 좋았다. 사람을 죽이고 싶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후 피의자는 사형을 선고받았다. 같은 해 3월 일본 오카야마현 JR 오카야마역에서도 18살 소년이 30대 남자를 갑자기 선로로 떠밀어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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