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기업 엑시트로 6500억원 회수

블루엘리펀트, 스마트스코어 투자

7호 펀드 레이징도 순항

어펄마캐피탈이 올해 엑시트에 성공한 화성코스메틱(왼쪽부터)과 성경식품 본사. [각사 홈페이지]
어펄마캐피탈이 올해 엑시트에 성공한 화성코스메틱(왼쪽부터)과 성경식품 본사. [각사 홈페이지]

누군가는 사고, 누군가는 팔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다음 투자를 위한 실탄을 채웁니다. 같은 인수·합병(M&A) 시장을 뛰더라도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전략과 성과는 제각각입니다. ‘하우스리뷰’는 주요 운용사들이 올해 어디에 투자하고 어떤 결실을 거뒀는지, 그리고 이제는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가까이 들여다봅니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어펄마캐피탈의 2026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선순환’이다. 다양한 산업에서 성공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한 성과를 바탕으로 차기 블라인드펀드 결성에 나섰다. 확보한 실탄은 새로운 기업을 인수하고 기존 포트폴리오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그로쓰캐피탈, 스페셜시추에이션 등 투자 방식도 다채로워졌다.

투자→밸류업→회수→펀드레이징으로 이어지는 순환고리 형성은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기본 덕목이다. 어느 한 곳이 끊어지면 다음 단계로 이어지지 않는다. 대신 한 주기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면 다음 주기는 더 높은 곳에서 시작되기 마련이다. 2026년은 ‘아시아 다크호스 사모펀드’로 자리한 어펄마의 상승곡선이 한층 더 가팔라진 한해였다.

릴레이 회수 성공…밸류업으로 입증한 실력

올해 어펄마캐피탈의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여러 건의 회수다. 소비재, 제조업, K-뷰티, 온라인플랫폼 등 서로 다른 산업에서 잇따라 엑시트에 성공하면서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대지 않는 ‘육각형’ 포트폴리오 운용 역량을 보여줬다. 총 5개의 포트폴리오 기업을 매각해 약6500억원을 회수했다.

첫 포문은 ‘지도표 성경김’으로 유명한 성경식품이 열었다. 지난해 12월 삼천리그룹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고 올해 거래를 마무리했다. ‘검은 반도체’로 불릴 만큼 핵심 수출 산업으로 성장할 김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포착, 내수 식품기업을 글로벌 수출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다.

2022년 세아그룹에서 인수한 제조업 포트폴리오도 차례로 새 주인을 찾았다. 조선·중공업 용접재료를 생산하는 세아에삽은 지난 1월 창광실업에 매각했다. 자동차와 가전제품용 금속배관을 생산하는 세아FSI와 S&G홀딩스는 오는 10월께 성호전자 관계사 핑거가 인수할 예정이다.

세아에삽이 생산하는 용점재료. [세아에삽 홈페이지]
세아에삽이 생산하는 용점재료. [세아에삽 홈페이지]

하이라이트는 화장품 ODM·OEM 업체 화성코스메틱과 나우코스 매각이다. 어펄마캐피탈은 2019년 색조 전문 화성코스메틱을, 2022년 기초 전문 나우코스를 인수했다. 지난 8월 맥쿼리PE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지 한 달 만에 SPA까지 체결했다. 예비입찰에 5~6곳의 기업이 들어올 만큼 인수전 열기가 뜨거웠다.

어펄마캐피탈은 어쎈타4호 펀드를 통해 화성코스메틱과 APR에 나란히 투자했다. 2010년대 중반 중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K뷰티 열풍이 생산 인프라로 확산하는 흐름을 포착하는 동시에 신생 뷰티 브랜드의 성장 잠재력도 알아봤다. 브랜드와 브랜드 뒤편의 생산 인프라를 동시에 캐치하는 ‘눈 밝은’ 투자가 잇따른 성과로 돌아온 셈이다.

2018년 투자한 인도 B2B 여행 플랫폼 TBO 투자도 회수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2023년 지분 일부 매각. 2024년 인도 증시 상장 이후 잔여 지분을 꾸준히 처분하며 장기간 이어온 회수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위기엔 구원투수, 성장엔 과감한 베팅

신규 투자에도 적극 나섰다. 일반적인 바이아웃 틀을 벗어나 스페셜시추에이션과 그로쓰캐피탈을 넘나들며 유연하게 투자 기회를 모색했다.

대표적인 투자는 국내 아이웨어 브랜드 ‘블루엘리펀트’다. 우선 75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실적 등에 따라 향후 250억원을 추가로 투자할 수 있는 구조다. 최대 지분율은 25%까지 높아진다.

어펄마가 주목한 것은 안경 시장의 거대한 변화다. 기능성 소비재에서 패션아이템이 된 안경에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의 문법이 스며들고 있다는 판단이다. 패스트패션은 최신 유행을 빠르게 반영해 아주 짧은 주기로 제품을 대량 생산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산업 방식을 뜻한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옷을 바꿔입듯, 안경과 선글라도 여러 디자인 중 하나를 골라가며 바꿔 쓰는 제품으로 소비 방식이 바뀌고 있다. 블루엘리펀트가 ‘패스트 아이웨어’ 시장에서 선도 사업자 지위를 확보했다는게 어펄마의 판단이다.

블루엘리펀트 성수동 매장. [블루엘리펀트 인스타그램]
블루엘리펀트 성수동 매장. [블루엘리펀트 인스타그램]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앞서 외국인의 구매 수요도 이미 확인됐다. 블루엘리펀트 매출의 상당 부분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서 발생한다. 대부분 소비재가 인구 감소와 내수 침체의 영향을 받는 것과 달리, 블루엘리펀트는 K-컬처 확산과 방한 관광객 증가의 수혜를 동시에 받고 있다.

골프 IT 플랫폼 기업 스마트코어 투자는 결이 다르다. 어펄마는 올해 스마트스코어의 전환사채(CB) 1100억원 가량을 인수했다. 스마트스코어는 2022년 마제스티골프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차입 부담과 골프산업 성장세 둔화로 재무 부담이 커진 상태다.

어펄마는 성장기업에만 손을 뻗지 않는다. 사업 확장 과정에서 재무위기를 맞은 기업에게도 손을 내민다. 성장과 ‘성장통’까지 지원하며 기업 여정에 동행하는 모습이다. 스마트스코어는 고금리 차입 부담을 낮추고 본업인 골프 IT 플랫폼과 골프장 운영·관리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회수성과 등에 업고 7호 펀드 순항…밸류업도 착착

투자와 회수 선순환은 펀드레이징에도 불을 붙였다. 어펄마는블라인드펀도 ‘어쎈타 7호’ 결성을 본격화한 상태다. 6호 펀드와 동일하게 5000억원을 목표 금액으로 잡았다. 시장에서는 직전 펀드(5000억원)를 웃도는 6000억~7000억원 수준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어펄마캐피탈은 2024년 결성한 6호 펀드를 빠르게 소진했다. SK넥실리스의 FCCL 사업부(현 플렉시온), 제이엔택, CEK, 스마트스코어, JTC 등이다. 환경·소재부터 IT 플랫폼, 면세점 사업 등 폭넓은 투자로 차기 펀드 조성에 나설수 있는 여건을 일찌감치 만들었다.

출자자 기반도 넓어지고 있다. 어펄마는 지난달 한국성장금융의 ‘성장사다리펀드2’ 기후대응 성장지원 분야 위탁운용사로 선정됐다. 연기금과 공제회, 금융기관에 더해 정책자금까지 확보하면서 7호 펀드 결성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기존 포트폴리업 기업 밸류업에도 힘을 쏟았다. 2023년 인수한 광진화학이 대표적이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화학물을 처리·재활용하는 업체다.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특수가스 처리 기업 리드테크에 이어 산업용 가스 공급업체 MS동민특수가스를 볼트온했다.

동종 폐화학물 처리업체 대신 새로운 제품군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광진화학은 폐화학물 처리에서 특수가스로 외연을 확대할 수 있고, 인수된 기업은 광진화학의 반도체 고객사와 영업망을 공유할 수 있다. 특정 산업과 업황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 안정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폐기물 소각업체 CEK는 기존 보유 자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폐기물 소각 시 발생하는 고열로 고압 스팀을 생산해 매출을 높였다. CEK는 여수, 창원, 전주 등 국가산업단지 안에 소각장이 위치하고 있어 스팀 공급 수요가 높다는 점에 착안했다. 신규 배관 증설에 자금을 투입, 스팀 판매처를 추가 확보하면서 소각장의 현금 창출력을 높였다.


park.jiye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