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상푸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장관). 중국은 다음달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회)에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리상푸 국방부장이 만나자는 미국의 제안을 거절했다. [AP]
리상푸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장관). 중국은 다음달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회)에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리상푸 국방부장이 만나자는 미국의 제안을 거절했다. [AP]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미국과 중국의 국방수장 만남이 불발됐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다음달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회)에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리상푸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장관)이 만나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중국이 거절했다.

미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중국이 거부 의사를 공식 통보해왔다며 “국방부는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의 군사적 연락 채널을 열어놓는 것이 분쟁 방지를 위해 중요하단 점을 굳게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샹그릴라 대회는 아시아 최대 안보 관련 협의로, 오스틴 국방장관과 리상푸 국방부장 모두 참여할 예정이다.

중국이 미국의 제안을 거절한 가장 큰 이유는 리상푸 국방부장이 미국의 제재 대상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장비발전부장이었던 리상푸 국방부장이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를 위반했다며 제재 대상 목록에 올렸다. 그가 러시아 수호이35전투기와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관련 장비 구매에 관여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지난 3월 리상푸가 국방부장에 오른 뒤 중국은 제재를 풀지 않으면 오스틴 국방장관과 한 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미 국방부는 오스틴 국방장관이 리상푸 국방부장을 만나는 것은 제재와 별개라고 주장하고 있다.

WSJ은 오스틴 장관이 지난 한 주 간 리상푸 국방부장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는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중국이 거부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 간 주요 군사 연락 채널은 지난해 8월 당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뒤 끊겼다. 이어 지난 2월 미국 상공에 중국 정찰풍선이 포착된 미국이 격추하자 중국은 오스틴 국방장관과 회담을 거부하고 있다.

또 정찰풍선 사건 이후 앤서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예정됐던 중국 방문이 취소된 뒤 아직 일정을 다시 잡지 못하고 있다.

다만 경제분야는 조금씩 대화의 길이 열리고 있다. 지난 10~11일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동한데 이어 25일엔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이 왕이 부장과 회담했다.

이어 26일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미국에서 만나 현안을 논의했다.

미 보수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잭 쿠퍼 선임연구원은 WSJ에 “중국이 국방장관 회담은 거부하고 다른 고위 관리들을 만나는 것은 전략적 선택에 따른 것”이라며 “중국은 경제 관련 문제를 다룰 때 자신들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안보보다 경제 관련 문제를 우선시한다”고 설명했다.


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