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자진신고 결의안’ 의결
“정무위가 솔선수범하자는 의미”
가상자산 법제화·온플법 제정 속도
與검사차출론 경계…“국민 뜻 왜곡”
[헤럴드경제=이세진·신현주 기자] “최근 가상자산법을 의결한 국회 정무위원회가 ‘국회의원 코인 투자 논란’에 있어서도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여야에서 한 명도 반대하는 분 없이, 성공적으로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자진신고 및 조사에 관한 결의안’을 의결할 수 있었죠.”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장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백 위원장이 주재한 정무위 전체회의에서는 이 결의안이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백 위원장은 “여야 공히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보유·매매 현황을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상황이었다”며 “모든 의원들의 자발적인 개인정보제공 동의를 받아 국가권익위원회가 조사하도록 하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5월 말 본회의에서 가상자산 재산신고를 의무화하는 법안과 함께 동시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무위원회는 최근 혼란스러웠던 가상자산 시장에 제도와 규칙을 마련하는 법제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가상자산이용자 보호법’(가상자산법)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기도 했다. 앞서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서는 가산자산을 통한 자금 세탁 방지에만 초점을 맞췄던 기존과 달리, 가상자산법은 ‘투자자산 보호’ ‘불공정거래 금지’ 등 이용자 보호를 위한 규제 도입을 목적으로 한다. 이번 입법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정의 확립도 이뤄졌다.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만이 남은 상태다.
벡 위원장은 “가상자산이 마침내 법 테두리 안에 들어오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용자를 보호하고, 불공정거래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법 체계가 생기는 것”이라고 이를 평가했다.
최근 김남국 의원의 코인 거래 논란으로 가상자산 법제화 관심이 높은 만큼, 추가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무위에서는 ‘1단계 입법’ 격의 이번 가상자산법 통과 후속 작업으로 가상자산의 발행, 공시, 상장 등 가상자산업권 전체를 통할하는 ‘2단계 입법’을 이어갈 계획이다. 백 위원장은 “미국 등 세계 각국의 가상자산 법제화 논의와 발맞춰 국내 법체계를 만드는 과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 방지, 거래 공정화 등 내용을 포괄하는 이른바 ‘온플법’ 제정은 백 위원장의 다음 과제다. 그는 “정무위원장으로서 국민의 경제적 기본권 보호라는 국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온플법 법제화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예고했다.
검사 출신인 백 위원장은 민주당이 추진한 검경 수사권 조정 입법이 법무부 시행령으로 무력화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총선 이후 다시 문재인 정부부터 이어 온 검찰 개혁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에서 불지펴진 ‘검사 총선 차출론’에 대해선 “특정 직역이 국회에 많아지는 것은 국민의 뜻이 왜곡돼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계 목소리를 냈다.
다음은 백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를 골자로 한 1단계 법안이 정무위를 통과했다. 시장질서 규제를 보완하는 2단계 법안의 논의 전망은.
▶이미 가상자산 발행과 공시, 상장과 관련해서도 논의된 부분이 많다. 다만 가상자산은 전세계가 연결된 시장이기에 국제적인 ‘정합성’을 따져가면서 논의를 발맞춰 가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유럽에서는 관련 법이 나왔지만 미국은 아직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미국의 법제화 상황을 보면서 우리 대응을 결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막대한) 미국과 다른 형태의 발행, 공시체계를 갖게 돼버린다면 우리 가상자산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는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에서부터 진행돼 온 온플법 제정 논의 속도가 늦다는 지적이 있다.
▶5월부터 소위에서 논의되기를 기대했지만, 가상자산 관련 현안이 많이 발생하면서 사실상 5월 중 논의는 어려워진 듯 하다. 6월 소위부터 온플법 논의가 진행되도록 여야가 조정을 해야 할 것 같다. 온플법 적용이 거대 플랫폼에 맞춰져 있고, 공정시장 조성이 시급한 상황이다. 제정법이고 내용이 방대한 만큼 단기간에 심사가 완료되기는 어렵겠지만 정기국회 안에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온플법 쟁점 중 ‘독점 규제’와 관련해선 여야 공감대가 있지만, ‘거래 공정화’ 부분에서 정부여당에서는 자율규제에 중점을 두고 있어 야당과 견해차가 있는 듯하다. 돌파구는?
▶거래 공정화 부분도 여야가 완전히 갈리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공정위원회도 자율규제를 주장하지만 부족할 경우 입법도 할 수 있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다만 온라인 플랫폼은 플랫폼과 이용사업자, 플랫폼과 노동자, 플랫폼과 소비자라는 다면적인 시장이 형성돼 있기에 자율규제나 기존의 경쟁법으로 규율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자율규제는 강제성이 없고, 플랫폼 사업자가 이를 준수하도록 유인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 그 사이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상인과 자영업자, 플랫폼 노동자, 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피해 구제 시급성을 감안한다면 입법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코로나 사태 발생 직후 전면 금지됐던 공매도가 현재는 부분 허용된 상태다. 공매도 전면 재개에 대한 정무위원장으로서의 견해는?
▶공매도 재개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문제다. 실제 조사 결과와는 다르게, 우리나라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주가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며 심리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경기가 하방 국면인 상황에서는 공매도가 주식시장 하락을 부추기는 괜한 단초가 될 가능성이 있어 더욱 신중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증시와 투자자들을 위협하고 호도하는 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지, 공매도 전면 재개로 시장에 또 다른 혼선을 줘선 안 된다고 본다.
-이외에 정무위원장으로서 남은 21대 국회 1년간 추진하고자 하는 중점 법안은.
▶오늘(17일) 전체회의에서 의결하려다 못했지만 실손보험 간소화법을 곧 통과시킬 예정이다. 현재 소위에서 통과된 상태다. 전자금융 다중사기 관련 법안도 논의가 많이 됐다. 여야 이견이 있지만 민주유공자법 통과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은 한발짝 한발짝씩 전진하는 상황이다. 아직 야당 단독처리까지 고려하는 상황은 아니다.
-당내 현안 관련 질문이다. 김남국 의원 코인 논란으로 진통을 겪었고, ‘돈봉투’ 사건도 현재진행형이다. 민주당의 쇄신이 무엇부터 시작해야 된다고 보는가.
▶당의 도덕성 문제가 연이어 발생한만큼 전면적 쇄신 상황에 직면했다. 법적 리스크보다 심각한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처신과 대응의 문제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쇄신의 방향과 크기에 대한 한계를 설정해선 안 되고, 지도부 선출방식부터 공직자와 공직후보자들에 대한 한차원 더 높은 도덕적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또, 당이 추구해야 하는 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도 새롭게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민주당은 민주주의와 통일 등 거대담론을 중심에 놓았다. 그러나 지금은 생활정치의 문제가 핵심인 시대다. 거대담론을 벗어나 중도층과 젊은 세대가 요구하는 정치를 추구해야 한다.
-현재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 있는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과 관련, 민주당은 ‘쌍특검’이 총선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특검 자체를 총선 승리 전략처럼 추진했다고 보지 않는다. 가장 기본적인 공정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 특검이다. 현재 SG증권 발(發)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 속도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 속도를 비교해 보라. 검찰의 수사 방향과 속도가 대비되지 않는가. 50억 클럽도 마찬가지다. 곽상도 전 의원의 무죄 선고로 국민 공분이 솟아오르고 국회에서 특검을 하겠다고 하니 뒤늦게 수사를 한다. 두 사건에 대한 수사 성패는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 있다. 대통령이 강조하시는 ‘공정과 법치’가 이중적 잣대가 아닌지는 특검법 수용 여부로 판가름날 것이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당내에서 후속조치를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실제로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라는 말처럼 법무부가 시행령을 위해 모두 이전으로 되돌린 상황이지 않는가. 그러나 지금은 여야가 다시 검찰 수사권을 놓고 다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총선 이후에 다시 한 번 우리나라의 사법제도, 문재인 정부에서부터 이어 온 검찰 개혁을 재고하고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시스템이 잘 작동됐는지도 그 논의에 물론 포함될 것이다.
-‘이재명 체제’에 대한 당내 비판 목소리가 높아진다. 최근 당내 분위기에 대한 상황인식은 어떤가.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저는 이 대표 리더십을 크게 흔들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아직 선거까지 기간이 많이 남았고, 이 대표가 지금 물러나면 당 대표 선거를 당장 치러야 하는데, 전당대회를 다시 하는 것만큼 당을 혼란하게 하는 것은 없다고 본다. 총선 전 당은 단일대오를 형성해나가야 한다.
-검사 출신 의원으로서, 여당의 ‘검사 차출론’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검사가 많이 차출되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총선에서 ‘검찰 독재’를 전면에 내놓고 싸울 수 있어 나쁘지 않다. 그러나 국민 입장에서는 아니다. 검사가 가지 않아도 될 공직에 검사가 너무 많이 포진돼 있다. 이는 국가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국회에도 한 직역이 과대하게 들어오게 되면 국민의 뜻을 왜곡하는 것이다. 국민의힘도 검사 차출론이 지속될수록 공천 갈등을 증폭시키고, 선거 패배를 앞당기는 꼴이 될 것 같다.
-내년 총선에서 3선에 성공하면 지역에서의 무게감은 물론, 국회에서 중진 역할이 맡겨진다. 총선을 맞이하는 각오는?
▶다음 총선에서는 민주당의 승리가 굉장히 중요하다. 윤석열 정부의 독주를 막아야 하고, 경제적으로도 대한민국이 기로에 서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여기에 여야 간 극단 대립의 정치도 안타깝다. 국회 내 다선, 중진 의원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중진이 된다면 정치를 ‘복원’해보고 싶다. 지역과 관련해서는 선거 출마를 준비할 때 지난 4년 간의 의정활동 정리를 하는데, 그 때 많은 것을 느낀다. 우리 지역이 조금이나마 발전하고 변하는 것에 제가 미력하게나마 역할을 했다는 것에 뿌듯함도 있지만, 지키지 못한 공약에 대해서는 송구한 마음이 크다.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제 주요 슬로건인 ‘백마디 말보다’를 통해 각오를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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