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보통 한여름에나 나오던데 올해는 5월부터 난리에요. 한번 보고 나니 하루종일 일도 손에 안 잡혀요.”
해마다 각오를 하는데도 막상 맞닥뜨리면 정신을 쏙 빼놓는 이 벌레, 바퀴벌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31) 씨는 바퀴벌레 두마리를 마주친 데 이어 다음날 아침엔 시체까지 발견했다.
최근 바퀴벌레 목격담이 속출하고 있다. 지역 기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주민은 “작년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요즘 길거리에 바퀴벌레 왜 이리 많냐”며 “100m도 안 걸었는데 바퀴벌레를 10마리 봤다”고도 했다.
바퀴벌레가 유난히 많아지는 건 결국 이상기온과 관련 있다. 바퀴벌레는 기온과 습도가 높을수록 더욱 많아지는 경향을 띈다. 기온이 높을수록 활동 시기가 늘어나고 번식 속도도 빨라지기 때문이다.
해충방제업체 세스코가 조사한 바퀴벌레 월평균 발생량을 보면 바퀴벌레는 주로 5월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한여름에 가장 많이 발견된다.
문제는 이상기온 여파로 요즘 5월이 한여름 무더위 날씨가 이어진다는 데에 있다. 지난 16일엔 강원 강릉시가 낮 최고 기온 35.5도를 기록, 5월 중 관측 이래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바퀴벌레는 20~30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번식력도 왕성하다. 한여름처럼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5월이니 예전보다 바퀴벌레가 더 빨리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이 된 셈이다.
실제 바퀴벌레 개체 수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세스코가 지난 2016년 1년 간 발견한 바퀴벌레는 239만4222마리. 이는 2015년 대비 18.1%, 2012년 대비 50% 증가한 수치다.
세스코는 2012년에 집계한 바퀴벌레 수도 이전 5년 대비 60% 증가한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5년마다 개체 수가 50%씩 늘어나는 흐름이다.
윤영남 충남대 곤충생리학 교수는 “바퀴벌레뿐 아니라 모든 곤충들은 기온이 높아질수록 대사활동이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따뜻해질수록 번식이 늘어나는 건 바퀴벌레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대부분 곤충은 변온 동물이라 기온의 영향을 받는다.
대표적으로 모기는 13도 이상이면 활동한다. 더운 날이 많아지면서 모기는 활동 시기는 봄부터 가을까지로 확대됐다. 20년 전엔은 5월 말에나 나타나던 모기가 이제는 3월 말부터 보이는 식이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종이 나타나기도 했다. 제주도에서는 감귤나무에 발생하는 해충이 5종 늘어났다.
제주도 도농업기술원은 새로운 해충의 등장이 기후 변화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감귤이 발아하는 2월 하순의 기온이 1980년대보다 3.9도 가량 높아진 점이 해충 발생 양상 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