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이 끝났다. 한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공허 그 자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역사를 외면한 대통령, 역사를 내다 판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의 반응은 정상회담 이전부터 예견할 수 있었다. 현 정부에 대해서는 그것이 외교든, 국내 정치든 항상 날 선 비판을 해왔던 민주당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비판에도 이번 회담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크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는데 하나는 ‘워싱턴 선언’에 대한 부분이다. 지난 한미 정상회담 당시 민주당은 “대통령실은 국가안보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갖고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데에 대해 국민께 사죄하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이 언급한 대로라면 ‘워싱턴 선언’은 주목할 필요조차 없는, 그야말로 공허한 외교적 치장에 불과하다. 또 그 어떤 국가도 이에 대해 관심을 두지 말아야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극악한 언급을 쏟아냈다.
여기에 일본의 반응까지 보면 ‘워싱턴 선언’의 중요성을 더욱 잘 알 수 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 직후에 열린 양국 정상의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은 일단 한국과 미국 양자 간 합의된 내용이다. 그렇지만 일본의 참여를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한일 정상회담에서 표현된 일본 측 희망을 바탕으로 했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일본 측이 ‘워싱턴 선언’에 의해 신설되는 핵 협의그룹(NCG)의 동참을 희망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이렇게 언급했다는 추론인데 이는 ‘워싱턴 선언’의 산물인 NCG가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한일 정상회담에서 확인되는, 아주 ‘드문’ 외교 케이스다.
이런 상황이라면 민주당은 한 번쯤 입장을 피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대한민국의 제1야당, 공당이기에 초당적으로 이뤄져야 할 외교를 여당과 대통령을 공격하는 소재로 사용했다는 오해를 불식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본의 아닌’ 성과를 거둔 회담이었다.
아직은 성과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바로 국민적 관심사인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에 관해 우리나라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을 일본 측이 허용했다는 것이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오염수 방류라고 할 때는, 오염수를 그냥 바다에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 역시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염수를 그냥 바다에 방류하는 것이 아니라 ‘알프스’라고 불리는 다핵종제거설비에 오염수를 정수해서 방사능물질을 제거하고 해당 설비에서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는 일본 자국 규제 기준의 40분의 1 수준으로 희석해 방류한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 전반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검증한다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이미 IAEA가 주도하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검증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일본은 외국의 개별적 시찰을 좀처럼 허용하지 않았다. 대만은 IAEA 회원국이 아니기에 대만에 한해서는 시찰을 허용한 바 있다. 우리는 이미 IAEA 검증단에 포함돼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 측 전문가들의 시찰을 허용했다는 것은 일종의 성과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시찰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하는 부분이다. 일본 하야시 외무상은 한국 시찰단이 오염수의 안전성을 평가하거나 확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런 일본의 입장에 대해 동의하고 있지 않은데 일본과 협의가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이번 한일 정상회담의 성과로 취급될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만큼 시찰 범위에 대해서는 절대 양보해서는 안 된다. 만일 단순한 시찰에 그치게 된다면 자칫 일본 정부의 주장에 들러리를 서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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