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요금 인상 대신 ‘자구책 마련’ 강조

박대출 “도덕적 해이 빠진 채 국민 겁박 여론몰이”

3월 이후 여론수렴…내년 총선 영향 우려도

전기·가스 요금 관련 산업계 민·당·정 간담회가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에서 열리고 있다. 임세준 기자
전기·가스 요금 관련 산업계 민·당·정 간담회가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에서 열리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국민의힘과 정부가 한 달째 전기·가스 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에너지업계를 중심으로 한국전력공사(한전)과 한국가스공사의 부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인상을 결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당은 자구책 마련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요금 민·당·정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반대하는 경제산업계나, 인상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에너지산업계나 인상이 불가피하단 인식을 같이했다”면서도 인상 시점에 대해 침묵했다.

당정이 전기·가스요금 인상과 관련해 마주앉은 건 지난달 말 당정협의회를 시작으로 이번이 네 번째다. 당초 3월 말 인상이 예상됐지만 당정은 결정을 보류했다. 내부적으로 ‘동결’ 입장을 정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정부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은 요금 인상 대신 한전과 가스공사의 자구책 마련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박 의장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전기·가스 요금을 인상하는 경우 수출 부진과, 물가,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산업계에 추가적인 부담을 지우게 될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또 “한전만 해도 직원들이 가족 명의로 태양광 발전 사업을 하고, 한전공대에 수 천억을 투입하고, 내부 비리를 적발한 자체 감사 결과를 은폐하고 온갖 방만경영과 부패로 적자만 키워놓고 어떠한 반성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런 도덕적 해이의 늪에 빠진 채 요금을 안 올려주면 다 같이 죽는다는 식으로 국민을 겁박하는 여론몰이만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국민들에게 요금을 올려 달라고 하기 전에 한전과 가스공사도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을 더해 달라고 수 차례 촉구했지만 아직까지 응답이 없어 개탄스럽다”고 덧붙였다.

1년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도 요금 인상 결정이 지연되는 배경이다. 여권에서는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며 총선 위기감이 형성되고 있어, 반등 계기를 찾지 않는 한 전격 인상 결정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권은 지난 1월 난방비 폭탄 사태 때도 지지율 하락을 경험한 바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산업계 민·당·정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산업계 민·당·정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경제산업계와 에너지산업계 양측의 의견이 엇갈렸다. 경제산업계는 경영부담 가중을 이유로 요금 인상을 재고해 달라는 요청이 주를 이뤘다. 당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는 ‘토요일 심야요금제’ 조정 및 소비자·생산자 직접 거래 형식의 ‘PPA 요금제’를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고, 제조업 기반의 뿌리산업진흥센터는 인상 시 맞춤형 요금제 적용, 전력보조기금 신설 등을 요청했다.

반도체산업협회는 “현재 반도체 업계가 너무 어려운 상황인 걸 고려해 달라”며 “24시간 전력 공급이 필수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안정적으로 전력이 공급되는 인프라 구축에 차질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기공사협회, 전기산업진흥회, 민간발전협회 등은 한전 경영 정상화를 위한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도시가스협회는 가정용 요금의 미수금 문제와 관련해 “현재 요금을 4배 인상해도 미수금 문제 해결이 어렵다”며 인상을 주장했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박 의장은 “찬반 양측이 참석하셔서 말씀을 주셨다”고 강조했다. 이어 “요금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 국민들의 고통 분담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한전과 가스공사도 그에 상응하는 구조조정을 노력하면 국민도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고 요금 인상 문제도 수용하실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soho090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