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미국에서 1돌 안팎의 남매를 친정 엄마에 맡겼다가 11개월 간격으로 두 자녀의 목숨을 잃은 일가의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폭스13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주(州) 하디 카운티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트레이시 닉스(65)는 지난달 말 생후 7개월 손녀 유리엘 쇼크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놓고 내려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체포돼 기소됐다.
비극은 지난해 11월1일 발생했다. 트레이시는 자신의 딸 카이라 닉스로부터 "미용실에 다녀올테니 유리엘을 돌봐달라"는 부탁을 받고 아이와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다.
트레이시는 그날 유리엘을 데리고 친구와 점심을 먹기 위해 집을 나선 뒤 귀가했지만 깜박하고 아이를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트레이시는 유리엘의 존재를 까맣게 잊은 채 반려견과 놀고 피아노 연습을 하기도 했다.
트레이시가 유리엘을 떠올린 것은 첫째 손자가 집에 오면서였다. 트레이시의 남편인 넌 네이 닉스는 차량에서 유리엘을 발견해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당시 바깥 기온은 32도였고 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트레이시는 경찰 조사에서 "손녀를 잊어버리고 있었다"고 말했지만 카이라와 그의 파트너이자 세 아이의 아버지인 드류 쇼크는 분노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트레이시가 손주들을 죽음으로 몬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2021년 12월 크리스마스 3일 전에는 생후 1년4개월이었던 카이라와 드류의 둘째 아들 에즈라가 트레이시에 맡겨진 지 몇 시간 후 익사 사고를 당했다.
에즈라는 트레이시가 소파에서 선잠에 든 사이, 혼자 뒤뜰 울타리를 빠져나와 수심 60cm의 연못에 빠져 숨졌다. 트레이시의 남편 난은 사고 당일 쇼핑을 위해 외출한 상태여서 에즈라의 익사사건은 '사고' 처리됐다.
카이라는 당시 유리엘을 임신한지 6개월 때였다. 카이라는 에즈라의 비보를 접하고 곧바로 차를 몰고 부모님 댁으로 향하다 다른 차량과 정면 충돌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에어백이 모두 작동했는데 어떻게 차에서 빠져나왔는지도 기억이 안난다"며 "차를 도로에 내버려둔 채 부모님 집으로 달렸다. 신발도 신지 않고 그냥 달렸다"고 했다.
에즈라의 사고 이후 카이라와 드류는 트레이시를 더 이상 신뢰하지 못한 채 4세인 장남이 조부모와 만나는 것도 막았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카이라는 "어머니에 두번째 기회를 주고 싶었다"며 딸 유리엘을 트레이시에 맡겼다. 카이라는 이에 대해 "어머니를 사랑했고, 내 인생에서 완전히 분리할 수 없었다"며 "어머니는 책임감이 강한 교육자였으며 점심에 만난 친구도 잘 알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후 7개월인 막내 딸마저 잃은 카이라는 어머니를 용서하지 못하고 "엄벌에 처해져야 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카이라는 "유리엘의 마지막 순간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며 "유리엘과 에즈라의 엄마로서 어머니(트레이시)가 죗값을 치르고 형을 살게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드류 역시 "어떻게 그렇게 작은 딸을 잊어버릴 수 가 있느냐"며 "트레이시를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아버지로서, 그리스도인으로서도 그렇다"고 눈물을 흘렸다.
한편 트레이시는 하디 지역에서 교육자로 39년을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석사학위 소지자로 학교장을 맡은 경력도 있다. 트레이시에 유죄가 확정되면 최소 12년, 최장 3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친정엄마의 인지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책임은 어른들 전부에 있는 것 같다. 왜 어머니에게 또 다시 아이를 맡겼는지 이해가 안 간다" "딸도 어머니도 괴로운 사건이다. 이 재판에 승자는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