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발전은 빠르고 세상은 더 빠르게 반응한다. 그 어느 때보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방향과 모든 순간에서 혁신의 결과가 강하게 다가오고 있고 우리 사회에 빠르게 수용되고 있다. 특히 기업 활동과 산업, 경제 영역에서 혁신은 더 강화되고 있다. 혁신은 이제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됐다. 끝없는 혁신의 경로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뤄가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으로부터 혁신의 자원을 얻을 수 있을까. 좁게는 과학과 기술이 혁신을 이끌기도 하고 혁신을 뒷받침하기도 한다.
그러나 더 큰 혁신은 새로운 지식이 끊임없이 세상에 나오면서 시작된다.
새로운 생각이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하고 새롭게 살아가도록 만들고 그것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 혁신의 길이 된다. 혁신을 태동하는 새로운 지식의 근원은 기초연구이다. 기초연구는 과학적 방법을 사용해 자연이나 사회의 여러 현상을 더 잘 이해하고 원리를 발견하거나 설명과 예측이 가능한 이론을 만들고 개선하는 학문 탐구다. 과학적 방법은 연구 대상 주제와 관련한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는 실험이나 조사를 해 데이터나 자료를 얻고 분석, 가설의 타당성 여부를 확보하고 지식 체계 안에서 진전된 결론을 더해가는 것이다.
헌법상 학문의 자유의 영역에 속하는 ‘과학’이라는 단어는 우리 사회에서 자연과학에 협소하게 한정돼 소위 이공계의 전유물로 해석돼왔고 우리나라 법에서도 기초연구의 정의가 자연현상에 대한 탐구를 영역으로 하는 기초과학을 기준으로 제한돼 있다.
‘기초연구 진흥 및 기술개발 지원에 관한 법률(기초연구법)’ 제2조(정의)를 보면 “기초연구”란 기초과학(자연현상에 대한 탐구 자체를 목적으로 하며, 공학·의학·농학 등의 밑바탕이 되는 기초 원리와 이론에 관한 학문을 말한다) 또는 기초과학과 공학·의학·농학 등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이론과 지식 등을 창출하는 연구활동을 말한다고 돼 있어 소위 이공계 분야만으로 한정하고 있다.
심지어 융합 또한 이공계 영역 안에서 기술 간 융합 수준으로 다뤄 폭넓은 지식 체계에 의한 진전을 이뤄가는 데에 장애가 되거나 다른 학문 분야를 배제하는 장벽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는 혁신의 자원을 축소시키는 일을 초래한다.
과학적 방법은 단지 자연현상을 탐구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으며 지금 세상이 요구하고 만들어가는 혁신은 경제인문사회계와 이공계를 구분하지 않는다. 오히려 융합을 넘어 더 넓고 깊고 큰 통합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최근 디지털전환이 우리가 일하고 살아가는 모든 영역에서 거세게 진행되고 인공지능기술이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고 작곡을 하고 복잡하고 깊은 지식정보를 정리해 제공하는 등 인간의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지적활동 영역까지 확대되는 양상에서 인간을 위한 기술혁신을 위해서도 모든 학문 영역이 함께 고민하고 참여하는 혁신의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기초연구를 학문의 자유를 기반으로 해 ‘인간과 자연 그리고 사회 등 기타 현상에 대한 탐구 자체를 목적으로 하며, 모든 학문의 밑바탕이 되는 기초 원리와 이론에 관한 학문 또는 학문 간 융합을 통해 새로운 이론과 지식, 기술 등을 창출하는 연구활동’으로 확장, 연구를 지원하는 제도의 범위를 바꾸고 관련되는 모든 법령과 조항을 일관성 있게 정비함으로써 혁신의 자원을 풍부하게 확보하는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미옥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원장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