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발전과 환상 호흡 빛난 김포열병합발전소 르포

두산에너빌리티 독자 개발 가스터빈 첫 적용

7월 상업운전 목표로 설비 검증 테스트 한창

수소터빈 개발 등 수소 사업 확대 밑거름 역할

두산, 핵심 기자재 공급 키플레이어 부상 기대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난해 4월 한국서부발전 김포열병합발전소로 공급한 270㎿급 가스터빈.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난해 4월 한국서부발전 김포열병합발전소로 공급한 270㎿급 가스터빈.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헤럴드경제(김포)=김은희 기자] “우리 기업이 직접 개발한 가스터빈의 성능을 검증해 독자 기술력을 증명하고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 거죠. 가스터빈 기술자립은 무탄소 발전인 수소터빈 개발에도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겁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한국형 가스터빈이 드디어 산업현장에서 첫 불을 땠다. 국책과제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개발에 돌입한 지 꼬박 10년 만이다. 외산에만 의존했던 가스터빈의 국산화가 성큼 다가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실증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서부발전은 사업성 측면에서 부담과 불확실성을 떠안아야 했음에도 에너지 기술자립에 역할을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가스터빈 국산화 시대 개막에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최초 점화 성공 후 본격 시운전=지난 7일 찾은 경기 김포시 양촌읍 서부발전 김포열병합발전소 현장에선 1호 한국형 가스터빈과 증기터빈, 배열회수보일러, 열교환기 등 주 설비가 모두 제 위치에서 가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발전소 초입에 있는 가스터빈은 단열재로 꽁꽁 싸여 있었지만 외관은 여느 모터와 다르지 않았다. 높이 5.2m, 길이 11.2m의 특대 사이즈라는 점만 달랐다. 물론 증기터빈이나 배열회수보일러에 비해선 작았지만 발전소의 심장 역할을 하는 장비인 만큼 존재감은 컸다.

한국서부발전 김포열병합발전소 건설현장. 가스터빈과 배열회수보일러가 설치돼 있는 건물이 보인다. 김은희 기자
한국서부발전 김포열병합발전소 건설현장. 가스터빈과 배열회수보일러가 설치돼 있는 건물이 보인다. 김은희 기자
한국서부발전 김포열병합발전소 내 설치된 배열회수보일러. 김은희 기자
한국서부발전 김포열병합발전소 내 설치된 배열회수보일러. 김은희 기자

두산에너빌리티는 운영사인 서부발전과 함께 설비 검증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4일 가스터빈 최초 점화에 성공했고 오는 7월 말 상업운전 가동을 목표로 매일 수건의 시운전을 시행할 계획이다.

실제 모니터 수십 개가 놓인 제어실에선 스무 명 남짓의 양사 직원이 이날만 두 번째인 무부하 운전 준비로 분주했다. 터빈을 최고 속도 3600rpm(회전 수)까지 돌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통상 상업운전이 시작되면 국가 전력시스템하에 중앙 제어가 이뤄지기 때문에 운전원 다섯 명이면 충분하지만 시운전기간에는 철저한 모니터링을 위해 4배 많은 인원이 근무하고 있다.

조한덕 서부발전 김포건설본부 공사관리부 차장은 “계통연계 전 개별 설비를 점검해 미비점을 보완했고 지금은 기능과 안전, 제어 등을 복합적으로 살피는 종합시운전 단계”라며 “정격출력으로 240시간 연속운전에 성공하면 8000시간, 약 2년간 실증운전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형 가스터빈의 시장 안착이 이 실증운전에 달려 있는 만큼 현장 관계자의 마음가짐도 결연해 보였다. 한 직원은 ‘에너지 안보가 중요한 시대에 독립운동하는 마음으로 임한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국내에 공급된 가스터빈 161기는 모두 수입제품이다.

실증에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에서 5번째로 가스터빈 설계·제작·운영의 독자 기술을 확보한 국가가 된다.

두산에너빌리티의 1호 가스터빈은 270㎿급으로, 글로벌 제작사의 최신 모델 대비 출력과 열효율이 모두 열위에 있지만 8000시간의 실증운전을 마치는 대로 현재 개발 중인 350㎿급 가스터빈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이때 성능 열위를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보고 있다. 8000시간의 상업운전 실적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이 돼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서부발전 김포열병합발전소에서 안병호(왼쪽) 두산에너빌리티 김포열병합발전소 건설현장 공사관리부장과 조한덕 서부발전 김포건설본부 공사관리부 차장이 한국형 가스터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은희 기자
한국서부발전 김포열병합발전소에서 안병호(왼쪽) 두산에너빌리티 김포열병합발전소 건설현장 공사관리부장과 조한덕 서부발전 김포건설본부 공사관리부 차장이 한국형 가스터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은희 기자

▶수소 등 그룹 신사업 확대에 플러스=가스터빈 기술자립은 두산에너빌리티가 핵심 과제로 추진 중인 수소터빈 개발의 밑거름이 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7년 수소혼소, 2030년 수소전소 터빈 개발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개발한 가스터빈 내 연소기를 수소 사용이 가능하도록 바꾸는 게 핵심이다. 가스터빈의 경우 R&D(연구·개발)시장 진입 자체가 늦어 기술적으로 열위지만 수소터빈은 대부분의 글로벌 업체도 2027~2030년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병호 두산에너빌리티 김포열병합발전소건설현장 공사관리부장은 “가스터빈의 경우 우리가 뒤따라가는 상황이지만 수소터빈은 GE, 지멘스 등 글로벌 업체와 같은 출발선상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수소는 두산그룹 차원에서도 핵심 신사업으로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박정원 두산 회장은 세계적인 탈탄소화 움직임 속에서 무탄소 연료인 수소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그간 적극적인 투자를 펼쳐왔다.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영위하는 두산퓨엘셀이 대표적이다.

지난 2021년에는 수소경제를 기반으로 그룹의 새로운 100년을 이끌어갈 먹거리를 찾겠다고 선언하며 수소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계열사의 역량을 결집하기도 했다. 생산부터 유통, 활용에 이르는 수소의 전 밸류체인을 그룹 내 구축해 나가겠다는 게 두산의 구상이다.

두산그룹의 중장기 전략 개요도 [두산 제공]
두산그룹의 중장기 전략 개요도 [두산 제공]

두산은 ▷차세대에너지 ▷기계 ▷반도체·IT(정보기술) 등을 삼각축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부문별로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가스터빈, 수소터빈은 물론 SMR(소형모듈원전), 협동로봇, 반도체 등 그룹의 주요 신사업은 각 분야 밸류체인에서 중심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대표 B2B(기업 간 거래) 기업으로서 글로벌 주요 기업에 핵심 기자재를 공급하는 키플레이어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그룹의 움직임과 연결된다.

특히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는 SMR 분야에선 선제적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SMR 기자재 우선 공급권을 확보했으며 미국 엑스에너지와도 지분 투자 및 핵심 기자재 공급 협약을 체결했다. SMR 파운드리(위탁생산기업)로서 시장 선점을 노리는 모양새다.

협동로봇 분야도 최근 주목받고 있다. 두산은 두산로보틱스의 상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상장을 통해 투자자금을 마련하면 글로벌 시장 경쟁력 확대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테스트기업인 테스나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진출한 반도체 분야에도 향후 5년간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뉴스케일파워 소형모듈원자료(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뉴스케일파워 소형모듈원자료(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