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롯데콘서트홀 단독 콘서트

오페라 아리아부터 뮤지컬 넘버까지

주무기 꺼내 클래식과 대중의 징검다리

“음악은 나의 삶…언제나 배움의 연속”

테너 김민석의 일 년의 공백 이후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들고 돌아왔다. 지난달 첫 솔로 앨범을 발매한 뒤, 단독 콘서트로 팬들과 만난다. 그는 “지금 이 공연을 생각하고 있는 순간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테너 김민석의 일 년의 공백 이후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들고 돌아왔다. 지난달 첫 솔로 앨범을 발매한 뒤, 단독 콘서트로 팬들과 만난다. 그는 “지금 이 공연을 생각하고 있는 순간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베르디의 ‘리골레토’, 푸치니의 ‘라 보엠’과 같은 정통 오페라 아리아부터,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 ‘오페라의 유령’의 ‘그 밤의 노래’까지….

김민석의 봄엔 마침내 찾아온 ‘계절의 온기’가 담겼다. 지난한 겨울의 온도를 견디고 돋아난 음악의 얼굴은 다양하다. 이국적인 이름의 꽃들처럼 달콤하고, 야생화처럼 강인하며, 봄바람에 기댄 풀잎처럼 싱그럽다. 그 안엔 느리지만 묵묵히 걸어온 시간의 길이가 쌓였다.

“전 좀 오래 걸리는 사람인 것 같아요. 계속해서 경험하고, 또 경험하며 ‘경험치’를 쌓아야 익숙해져요.”

노래를 하겠다고 처음 결심한 그 날부터 15년. 어느덧 훌쩍 늘어난 나이테와 함께 자란 ‘경험의 기억’들이 김민석의 음악을 채워갔다. 일 년의 휴식, 그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들고 돌아왔다. 지난달 첫 솔로 앨범을 발매한 뒤, 단독 콘서트(4월 1일·롯데콘서트홀)를 준비 중인 김민석은 “지금은 반복해 불러보며 부족한 부분들을 연구하고 끊임없이 연습하고 있는 때”라고 말했다.

테너 김민석은 JTBC ‘팬텀싱어3’(2020년)를 통해 얼굴을 알렸다. 그로스오버 그룹의 활동 이후 그는 테너의 강점을 보여줄 수 있는 주무기를 담은 음반으로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테너 김민석은 JTBC ‘팬텀싱어3’(2020년)를 통해 얼굴을 알렸다. 그로스오버 그룹의 활동 이후 그는 테너의 강점을 보여줄 수 있는 주무기를 담은 음반으로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테너의 로망’ 담은 음악…성악 ‘주무기’ 꺼냈다

김민석의 이름이 알려진 건 JTBC ‘팬텀싱어3’(2020년)를 통해서였다. 뒤늦게 걷게 된 ‘음악의 길’은 남성 사중창단을 뽑는 경연 프로그램 출연 이후 단숨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크로스오버 그룹(레떼아모르)으로의 활동 이후 홀로서기에선 의외(?)의 선택이 나왔다. 대중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음반을 낼 수도 있었으나, 그는 정공법을 택했다. 김민석의 ‘주무기’는 성악이다.

“제 팬들 중엔 저를 통해 클래식을 알게 되고, 찾아 듣게 됐고, 매력을 알게 됐다는 분들이 많아요. 클래식 시장이 워낙 진입장벽이 높다 보니 제가 중간 다리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뿌듯하고 좋더라고요. 솔로로 돌아왔으니 크로스오버 장르보단 제 전공을 살린 음반을 내보자는 의미도 담았어요. 클래식의 매력을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사랑의 아리아’라는 의미의 생애 첫 솔로 음반 ‘아리아 다모레(Aria D’amore)엔 ‘테너 김민석’의 강점을 보여줄 수 있는 8곡을 담았다.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중 ‘오묘한 조화(Recondita armonia)’를 시작으로 베르디 ‘리골레토’ 중 ‘여자의 마음’으로 마무리된다. 이 음반 안에 “쉬운 곡은 단 한 곡도 없다”. 김민석이 학창시절부터 오래도록 마음에 품고 연습했던 곡이다.

“테너라면 한 번쯤 불러봐야 하는 곡들, 제가 꼭 부르고 싶었던 곡들, 테너의 로망인 곡들을 기준으로 삼아 골랐어요. 그러다 보니 쉽지 않았어요. 노래마다의 느낌과 소리의 세기, 강약 조절이 모두 다르거든요.”

테너 아리아를 선곡했지만, 모아보니 주제는 ‘사랑’이 됐다. 사랑의 빛깔은 다채롭다. 그는 “사랑에도 여러 의미가 있다”며 “내가 사랑하는 아리아, 많은 사람들이 사랑할 수 있는 아리아라는 함축적 의미도 담았다”고 말했다.

가장 도전적인 곡은 ‘라보엠’ 중 ‘그대의 찬 손(Che gelida manina)’이다. 로돌포가 미미에게 고백하며 부르는 ‘사랑의 세레나데’다. 오페라 아리아인 만큼 음악 안에서 풍부하고 섬세한 감정 표현은 필수다.

“로돌포는 가난한 시인이지만, 마음만은 억만 장자예요. 현실의 무게와는 상관없이, 마음은 귀족처럼 살아가려는 긍정적인 사람이죠. 저도 비슷한 마인드를 가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호화로움 보다는 소소한 데에서 행복을 찾고 싶어하는, 그런 사람인 것 같아요. 이런 마음에 몰입하면서 표현하려고 했어요.”

기술적인 어려움도 있다. 노래가 고난도다. “감정을 살리며 극공의 하이C까지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테너 김민석.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테너 김민석.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김민석은 ‘팬텀싱어3’ 출연 당시 화려한 음색과 극고음을 내는 폭넓은 음역대의 ‘리릭 레쩨로 테너’로 주목받았다. ‘이제는 말할 수 있는’ 비밀이 담겼다. 김민석은 “사실 하이C는 원래 안 나는 음이었다”고 귀띔했다.

“가지고는 있었는데,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을 많이 하던 소리였어요. 그러던 때에 ‘팬텀싱어’에 나가면서 소리가 터진 거예요. 그 안에 있으면 뭐든지 해야될 것 같은 압박이 있어요. (웃음) 방송 녹화는 얼마 안 남았는데, 반드시 해내야 하는 압박과 중압감 속에서 한 번에 뚫려 버렸죠.” 극도의 경쟁이 불러온 ‘초인적 힘’이다.

드라마틱하게 ‘하이 테너’로 존재감을 발했지만, 김민석은 안정된 중저음과 탄탄한 발성을 가진 ‘전형적인 리릭테너’다. 특히 ‘파사지오(Passaggio, 성구를 전환하는 기술)’ 구간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스스로의 장점으로도 “중저음을 잘 여는 것”을 꼽는다. 이번 음반 작업에선 중저음부터 고음역까지, 모든 강점이 살았다. 하지만 김민석은 자신에게 높은 점수를 주진 않았다.

“아직 100%의 자신감은 없어요. 그리고 크로스오버와 성악의 극고음은 약간의 차이가 있어요. 발성적으로 성악은 훨씬 풍성하고 호흡을 깊게 써야 해요. 반면 크로스오버 곡은 마이크를 쓰며 소리를 내니 서로 달라요. 부족한 점도 많고, 배워야 할 게 많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할 것 같아요.”

공연에선 음반에 수록된 곡으로 테너 김민석의 음악적 고민과 깊이를 녹이면서도, 성악가의 틀을 벗고 다양한 장르까지 소화한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 ‘오페라의 유령’의 ‘그 밤의 노래’,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을 선곡했다. 클래식과 대중 사이의 징검다리가 되기 위한 시도다.

“그동안의 전 오페라에 국한된 사람이었어요. 클래식만 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는데 ’팬텀싱어‘ 이후 달라졌어요. 제 목소리에 어울리는 노래라면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생각이에요.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클래식만 하는 테너에게 이런 모습도 있다는 걸 보여드리면서 친근하게 다가서고 싶었죠. 제가 가진 고유의 것을 잃지 않되, 조금 힘을 풀고 대중음악에 가까운 발성으로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혀보려 합니다.”

테너 김민석은 대중음악을 좋아해 ‘노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성악의 재능’을 발견해 클래식 음악가의 길에 접어들었다.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테너 김민석은 대중음악을 좋아해 ‘노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성악의 재능’을 발견해 클래식 음악가의 길에 접어들었다.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노래는 삶의 일부이자 늘 배움의 연속”

어지간하면 집에만 머무는 일명 ‘집돌이’, 직업은 ‘성악가’이지만,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은 두려운 ‘내향형 인간’이다. 하지만 스스로는 E(외향)와 I(내향)의 성향이 50 대 49로 포진한 ‘ISFP’라고 강조한다.

사실 ‘팬텀싱어’의 출연은 김민석에겐 벽을 깨는 시도였다. 대중음악을 좋아해 ‘노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성악의 재능’을 발견해 클래식 음악가의 길에 접어들었다. 본격적으로 성악을 시작한 때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컴퓨터를 만지고 납땜을 하던” 학생이 성악과에 합격하자, 학교에선 플래카드까지 붙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한 이후엔 “성악의 재미와 매력을 체감”하게 됐다. “제대로 발성을 하면 목이 아프지 않고 오래 노래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신기하더라고요. 내 소리가 달라지기 시작하며 재밌어지기 시작했어요.” 노래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내향형 인간’의 치명적 단점이 내내 발목을 잡았다.

“노래를 하려면 사람들 앞에 서야 하는데 낯가림이 심해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 사람들 앞에 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깨야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두려움을 깨고 스스로를 유연하게 만들고 싶었고, 사람들이 제 노래를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어요.”

그가 ‘팬텀싱어’에 도전한 이유였다. ‘경쟁’보다는 스스로의 벽을 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당시 방송에서도 내성적인 김민석의 거리두기가 카메라 너머로 다가왔다. 고3 때부터 시작된 통증으로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경연 프로그램에서의 약점이었다.

“노래하는 데에 문제는 없는데, 의사소통은 힘든 편이에요. 입 모양을 보고 이해하는데, 당시엔 심사위원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 인 이어를 안 쓰면 잘 들리지도 않고, 입모양도 볼 수 없어 혼자 걱정도 많고 어색해했던 것 같아요. 굳이 해보는 저만의 변명이죠. (웃음)” 지난 경험이 쌓여 사람들 앞에 나서야할 수밖에 직업의 숙명을 받아들이고 있다.

“아직도 두렵지만 많이 깨졌어요. 인간은 확실히 적응하는 동물이더라고요. 삶도 음악도 배움의 연속인 것 같아요.”

레떼아모르를 떠나 홀로서기를 시작하고 1년의 공백기를 보낸 후, 다시 돌아오기까지 두려움도 컸다.

“레떼아모르를 좋아해준 팬들께 너무나 면목이 없고 죄송한 마음이 커요. 마무리를 조금 더 잘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제 음악을 들어 달라고, 공연을 보러와 달라고 말하는 것도 염치가 없는 것 같더라고요. 걱정을 많이 했어요. 돌아오기까지 두려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고요. 그저 기다리고 응원해준 팬들에겐 늘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에요.”

팬들의 기다림과 응원은 김민석이 무대로 돌아올 수 있는 동력이다. 그렇기에 ‘더 좋은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 역시 그만큼의 크기로 따라온다. 온전히 자신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매일을 연습에 매진한다. 그는 “아직 부족하기도 하고, 배울게 많다”며 “성악도 다른 일들처럼 하루 이틀만 연습을 안 해도 퇴보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온 몸을 울려 소리를 내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몸이 굳거나 생각을 하지 않으면 소리가 잘 나지 않을 때가 많아 꾸준히 고민하고 연습해야 해요. 몸의 감각과 근육을 잃지 않도록 늘 단련해야 하고, 나이가 들수록 성대와 근육이 성숙해지는 만큼 소리도 더 연구해야 하죠.”

그는 음악가로 거창한 목표나 원대한 꿈을 그리진 않았다. 매일의 소소한 행복을 꿈꾼다. “오늘 저녁 먹고 싶은 메뉴를 고를 수 있는 것”, “팬들과 만날 수 있는 것”이 그에겐 행복이다.

“지금 이 공연을 생각하고 있는 순간이 너무나 행복해요. 노래는 제 삶이고,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큰 욕심은 없어요. 그저 지금 내가 하는 것에 집중하면,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어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중간은 하자’. 그게 제 삶의 모토예요.”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