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반박 회견 사흘 만에 수사의뢰

‘李체포동의안 정국’ ‘전대 수퍼위크’ 고려한듯

‘1차 과반 이상 득표’ 막판 승부수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의뢰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의뢰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자신에게 제기된 ‘울산 토건비리 의혹’을 국가수사본부에 직접 수사의뢰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정계 은퇴를 하되, 사실이 아니라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진상조사단을 꾸린 더불어민주당과 경쟁 당권주자들을 겨냥했다. 이번주 ‘이재명 체포동의안’ 정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의혹을 털어내겠다는 의지 표명이자 동시에 ‘전당대회 수퍼위크’에서 당원 지지를 결집하기 위한 승부수로 해석된다.

김 의원은 27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의혹 제기가) 금도를 넘거나 상식 수준을 벗어나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는 당을 해친다. 자기가 당선되기 위해 당 전체를 먹칠하는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하는 경쟁주자들을 비판했다. 또 “민주당이 김기현 잡으려고 여러 해 동안 계속 떠들어댔던 것”이라며 “하도 그러니까 다 수사해서 철저히 뒤져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지주가 내 땅 밑으로 터널을 뚫으라고 하냐. 울산시에 들어보니 보상 대상도 안 된다더라”며 “(노선 변경) 최종 확정안은 송철호 민주당 시장이 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다시 불거진 이번 의혹은 김 의원이 울산시 고문변호사로 재직 중이던 1998년 2월 매입한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구수리의 임야 약 3만5000평이 KTX울산역 역세권으로 개발되면서 1800배의 시세차익을 냈다는 내용이다. 특히 KTX울산역 연계도로가 기존 계획과 달리 김 의원 소유 임야를 지나는 방향으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김 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게 핵심이다.

김 의원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한 데 이어, 26일에는 수사의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직권을 남용했다거나 불법으로 1800배 시세차익을 얻었다면 그 즉시 정계를 떠나겠다”며 “저와 당의 명예를 실추시킨 무책임한 일부 정치인들에게는 수사 결과를 토대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정치적·법적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 측은 당초 수사의뢰를 ‘당대표 당선 시’ 이후 활용할 카드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었으나 시점을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과 이번 주 전대 일정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주도로 부결이 예상되는 체포동의안 결과가 향후 정국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그 전에 의혹에 선을 긋고, 민주당과 각을 세워 유력한 차기 당대표 이미지를 굳히는 전략이다. 김 의원은 전날 수사의뢰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을 “이재명 지키기를 위한 호위무사”라고 날을 세운 바 있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민주당이 진상조사단을 꾸렸다는 건 사실상 차기 당대표라고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번 주는 전체 당원의 58.8%가 있는 수도권 및 대구·경북(TK) 지역의 합동연설회와 마지막 TV토론이 있는 ‘수퍼위크’다. 정계 은퇴, 수사의뢰 등 초강수 선언을 연이어 던진 만큼 막판 당원들의 지지를 결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차기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 1위인 김 의원은 3월8일 본선에서 과반 이상 득표해 결선 없이 당대표에 오르는 게 목표다.

그러나 경쟁주자들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전대에서 의혹을 가장 먼저 꺼내든 황교안 전 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빼도박도 못하는 현장을 놓고 억울하다고 하면 국민이 이해하겠나”라며 재차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이어 “이런 권력형 토건비리 의혹이 당원들에게 알려지면 어떻게 되겠나”라며 “다른 분들이 지원해서 표가 올라간 것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의원 캠프는 전날 논평에서 “정말 당당하다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수사를 의뢰하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soho090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