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3.8 전당대회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제 정치생명을 걸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김 후보는 당 선거관리위원회에도 검증을 요청했다. 다만 당 선관위는 “검증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유흥수 당 선관위원장은 21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당 선관위가 수사기관도 아닌데, 김기현 후보 캠프 측의 문제제기를 사실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김기현 캠프 측의 문제제기는 선관위에 ‘검증해달라’는 의미가 있었다기 보다는 상대방에 ‘항의’하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 없이 해당 의혹을 ‘네거티브’로 판명하기엔 ‘김기현 편들기’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당권주자들 간 설전이 ‘사퇴 공방’으로까지 번지는 가운데, 당 선관위의 고심은 깊어질 전망이다.
유 위원장은 “선거라는 것이 원래 ‘내 말이 틀리면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식으로 과열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선관위에서 한쪽으로 치우치면 ‘김기현 편만 든다’는 불만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유 위원장은 이날 대전에서 열리는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 최고위원, 청년 최고위원 후보 모두에게 ‘자중하라’는 메시지를 내놓을 예정이다. 그럼에도 후보들 간 공방이 지속된다면 선관위는 제재 방안 마련을 논의할 방침이다.
앞서 김 후보는 전날 MBN이 주최하는 TV토론회에서 황교안 후보와 ‘부동산 투기 의혹’을 놓고 격돌했다. 황 후보는 김 후보에게 “거짓 해명을 한 것이 있다면 후보 사퇴를 약속하느냐”고 물었고, 김 후보는 “제가 정치생명을 걸 테니 황 후보도 (사퇴를) 약속하라”고 응수했다.
황 후보는 “제가 직접 현장에 가 본 결과, 김 후보 집 앞이 밭이었고 김 후보 주장대로 터널이 관통하는 것이 아니라 터널의 입구였다”며 “결국 (김 후보가) 도로 방향을 바꿔 맹지였던 땅이 KTX역 앞 금싸라기 땅으로 변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황 후보에게 “그런 판단 능력을 갖고 있으니 총선에서 패배한 것 아니냐”며 “조사도 잘 안 해놓고 주장하냐”고 비난하기도 했다.
김기현 후보 캠프 측은 당 선관위에 ‘의혹을 검증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한 상태다. 지난 17일 안철수 후보의 의혹제기가 “인신 모독”이라며 선관위 제재를 요청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선관위원들은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선관위는 지난 20일 서울 명동에 위치한 호텔에서 비공개로 모여 관련 내용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선관위원은 회의 후 본지와 통화에서 “선관위원 중에서 김 후보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이렇게까지 문제를 삼아야 하냐’고 생각하는 위원이 다수 있다”며 “황교안 후보가 ‘직접 가봤다’고 말한 점도 의심스럽지만, 다같이 울산 현장을 가볼 수 있는 것도 아니라 사실상 ‘확인 불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선거위원도 “우리가 수사기관도 아니고 의혹을 ‘검증해달라’고 요청하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모든 후보가 우리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하는데, 선관위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당권주자들 간 자질 ‘공방’은 하되 ‘사퇴’라는 극단적 방법은 언급하지 않는 방법도 논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신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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