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디지털성범죄 잡을 ‘AI 가상인물’ 개발 착수
아동·청소년 디지털성범죄 위장수사 허용된 후
400명 이상 검거했지만…경찰관 실물 노출 등 한계
경찰 “위장신분 발각 가능성 낮춰 안정적 수사”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2028년. 텔레그램 방에서 한 남성이 미성년자 성착취 방을 운영중이다. 한 여고생이 걸려 들었다. 이 남성은 여고생의 번호를 받아서 통화까지 한 상태다. 경찰의 위장 수사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남성은 여성이 여고생임을 수차례 확인했다. 다음날 약속장소에 남성을 기다리고 있는 경찰들. 남성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어떻게 알았냐”는 남성의 물음에 경찰은 “AI 경찰”이라고 답한다.
5년뒤에 구현 가능한 일들이다. 경찰이 ‘박사방·N번방’ 사건의 조주빈 같은 디지털 성범죄자들을 검거하기 위해 위장수사용 ‘인공지능(AI) 가상인물’ 개발에 착수했다.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위장수사가 가능해진 이후 범죄자 400명 이상을 검거하는 등 성과를 내왔지만, 앞으로는 AI 가상인물을 통한 더 적극적인 위장수사로 범죄자들을 색출하겠다는 취지다.
2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디지털 성범죄 대응 위장수사를 지원할 가상인물 생성 및 통합관리 기술개발 사업 신규과제 공모에 나섰다. 경찰은 이번 연구개발 추진 배경에 대해 “지난 2021년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으로 위장용 문서의 생성·활용, 위장 신분을 사용한 계약 등이 가능하나, 이를 뒷받침할 전문기술은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경찰이 피해자나 제3자의 동의를 얻어 신분을 위장하곤 하지만 범죄자 요구에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운 데다, 2차 피해 우려도 나오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재는 실제 경찰 수사관의 실물 등 개인정보를 범죄자들에게 일부 노출해야 하는 등의 한계도 존재한다.
경찰은 위장수사에 투입될 가상인물의 관련 정보를 생성하는 것은 물론 폐쇄적으로 유통되는 디지털 성범죄 채팅방 입장을 위해 범죄자들에게 제시해야 하는 가상인물의 신분증, 정밀한 이미지를 만드는 기술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범죄자와의 대화, 거래 등 위장수사 과정에서 의심을 피하기 위해 실시간 변환 가능한 음성·이미지를 개발·운용하고, 가상인물의 SNS까지 생성해 운영하는 기술도 연구개발 과제에 포함했다. 위장수사의 오·남용 또는 가상인물 정보의 중복으로 인한 혼란 방지 등을 위한 관리시스템도 갖출 것도 제시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즉각적으로 대응 가능한 가상정보의 생성으로 위장신분의 발각 가능성을 낮추고 안정적인 위장수사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연구개발자로 선정된 기관(기업)에 오는 2026년 12월까지 94억원 가량의 연구비를 투입해 기술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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