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한명숙 사건 없는 사건 만들어 덮어씌워”
김어준, 임은정 “한명숙 수사 검사가 판사를 속여”
대법관 13명 만장일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인정
한명숙 2억 돌려주고도 “보좌진이 빌렸다” 주장
한만호 수표, 한명숙 친동생 전세자금으로 쓰여
‘한 의원’ 적힌 한신건영 비자금 장부도 물증
위증교사·수사방해 의혹, 공수처·법원도 ‘기각’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연말 특별사면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한 전 총리를 복권했습니다. 2027년까지 제한됐던 피선거권이 회복됐지만, 7억여 원의 미납 추징금은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야권에선 한 전 총리가 여전히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5년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년형이 확정되자 “검찰의 정치화에 이어 법원까지 정치화됐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한명숙 사건 같이, 없는 사건을 만들어 덮어씌우는 방식의 새로운 국가폭력범죄는 계속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 전 총리 사건은 단순히 공여자 한만호 씨의 진술만으로 유죄 판결이 난 게 아닙니다. 잘 알려진 수표 외에, 장부 등 물증이 토대가 됐습니다. 임은정 부장검사가 주장했던 것처럼 관련자 진술이 조작된 것도 아니고, 증거로 쓰이지도 않았습니다.
대법원, 물증 토대로 만장일치 유죄 판결… 법원 “정치적 기소 아니다”
한명숙 전 총리는 건설업자 한만호 씨로부터 총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유죄를 확정짓습니다. 여기서 대법관 의견이 엇갈린 것은 정치자금 규모이지, 유·무죄 판단이 아닙니다. 9억원 중 3억원에 대해서는 13명의 대법관이 모두 유죄로 봤고, 나머지 6억원에 대해선 5명의 대법관이 증거가 명확하지 않아 판단을 유보했을 뿐입니다. 한 전 총리 측은 검찰이 정치적 고려에 의해 권한을 남용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정치적 목적에서 이 사건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 없다”며 일축했습니다. 이러한 결론은 한만호 씨가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진술 뿐만이 아니라, 물증이 뒷받침됐습니다. 주요 내용을 추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1. 2억 한만호에게 돌려준 한명숙, 법원 “빌려준 돈 아니다”
한만호 씨는 자신의 회사 한신건영 부도 충격으로 2008년 2월 27일 입원합니다. 이날 한명숙 전 총리는 직접 한만호 씨 병문안을 다녀왔고, 이튿날 한명숙 전 총리 보좌관 김모 씨는 현금 2억원을 한신건영 운전기사에게 전달합니다. 돈이 전달된 직후, 한만호 씨는 한 전 총리에게 전화해 31초간 통화하고 20분 뒤에는 반대로 한 전 총리가 한만호 씨에게 전화를 걸어 30초간 통화합니다.
이 2억원은 한명숙 전 총리가 한만호 씨로부터 받은 돈 일부를 돌려준 것입니다. 한만호 씨는 2009년 5월에 이미 모친과 대화하던 중 “내가 3억을 요구했다”고 말합니다. 회사가 어려워지자 한 전 총리에게 지급한 자금 중 일부를 돌려달라고 했던 겁니다. 반면 한명숙 전 총리 측은 돈을 돌려준 주체는 보좌진인 김모 씨이지, 한 전 총리가 아니었다고 반박합니다. 김씨가 사적으로 빌린 돈을 갚았을 뿐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 돈을 지급한 게 김씨가 아니라 한 전 총리라고 판단합니다. 김씨는 돈을 빌리면서 언제 갚을지, 이자를 얼마로 할지도 전혀 정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김씨의 집과 한만호 씨의 사무실은 거리가 멀어 통상의 금전거래 때문이라면 계좌이체를 해줬을 텐데 굳이 거액을 직접 전달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봤습니다.
2. 친동생 전세자금으로 쓰인 한만호 수표
한 전 총리의 친동생은 2009년 2월 23일 전세금 잔금 1억 8900만원을 임대인에게 지급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한 전 총리의 친동생이 지급한 전세금에는 한만호 씨가 한 전 총리에게 줬다는 1억원짜리 수표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가장 유력한 물증 중 하나였습니다.
한 전 총리 측은 이것도 보좌진 김씨가 한 전 총리 동생에게 빌려준 돈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한 전 총리의 동생은 한만호 씨와 전혀 알지 못했고 김씨가 한만호 씨로부터 빌린돈을 다시 한 전 총리에게 빌려줄 이유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실제 한 전 총리의 동생은 문제의 1억원 수표 보도가 나오자 김씨가 아닌 한 전 총리와 상의를 하고 수표 사본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3. 한만호 씨의 비자금 장부에 등장한 ‘한 의원’
한만호 씨는 직원을 시켜 한신건영 비자금 장부를 관리해 왔습니다. 여기에는 ‘2007.3.30 3억원 지급, 2007. 8.20 2억 원 지급, 합계 5억원’이라는 내용 기재돼 있었고, 한신건영 자금 관리 직원이 작성한 채권 회수 목록에는 ‘의원’, ‘한 의원’ 등 표시돼 있었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검찰 수사 개시 이전에 작성된 것입니다. 한만호 씨는 한 전 총리에게 줄 돈을 준비시키며 ‘은팔찌 차고 안차고는 너 하기 나름’이라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한만호 씨가 한 전 총리 보좌진과 금전거래를 할 이유도 없지만, 실제 빌려준 돈이라고 해도 장부에 ‘한 의원’을 적거나, 직원에게 ‘은팔찌(수갑)’ 얘기를 할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친 박범계’ 대검 간부들, 공수처, 법원도 인정 못한 “검사가 위증 교사” 주장
임은정 부장검사는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재직 시절인 2020년 5월 한 전 총리 사건을 재점화합니다. 한 전 총리 사건에서 수사 검사들이 재소자 김모 씨에게 위증을 하도록 진술을 꾸몄다는 내용이 의혹의 골자입니다. 최근에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같은 취지의 주장을 반복합니다.
〈2022년 12월 9일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
▶임은정 : 제가 한명숙 사건 했을 때 보니까 한명숙 혹은 한만호한테 유리한 재소자들이 다수가 나왔는데, 엄희준 검사실에선 그 제가 책에서 썼다시피 그런 사람들의 진술과 존재를 기록에서 숨겼단 말이에요.
김어준 : 빼버리는 거죠.
▶임은정 : 판사를 속여요. 그러니까 제가,
김어준 : 뺀다는 건 속인다는 거죠.
▶임은정 : 속이는 거죠.
김어준 씨와 임 부장검사는 한 전 총리 사건을 수사했던 엄희준 부장검사가 대장동 수사를 맡고 있는 점을 언급합니다. 한 전 총리 사건에서 진술을 조작했다고 단정짓고, 이재명 대표가 연루된 정황도 비슷한 방법으로 수사를 할 것이라는 식의 주장입니다.
임 부장검사가 문제삼는 건 한만호 씨가 구치소에 있던 시절 동료 재소자였던 김모씨의 진술입니다. 김씨는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만호 씨가 ‘한명숙에게 9억원을 제공했다’고 털어놓았던 사실을 법정에서 증언했습니다. 하지만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1심 재판부는 김씨의 증언이 너무 단정적이어서 오히려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습니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해 김씨를 위증 혐의로 기소하려고 합니다. 일단 김씨가 위증으로 처벌을 받아야 엄희준 부장검사를 위증교사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검은 김씨가 위증을 한 게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임 부장검사는 꾸준히 문제를 삼았고 결국 대검 간부들과 전국 고검장들이 모두 모여 이 사안의 처리방향을 논의합니다. 김씨가 위증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공소시효가 지난 건 아닌지 등을 토론했지만 임 부장검사와 한동수 감찰부장 외에 10명 이상은 모두 기소가 불가능하다고 결론냈습니다. 여기에는 추미애 전 장관이 임명한 대검 간부도 다수 포함돼 있었습니다. 애초에 한 전 총리 사건에 영향을 주지 못한 김씨의 증언을, 임 부장검사는 검사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임 부장검사는 대검 회의를 소집한 당시 조남관 대검 차장이 수사를 방해했다며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합니다. 하지만 공수처는 무혐의 처분을 내립니다. 임 부장검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법원에 재정신청을 냅니다. 재정신청이란 수사기관이 불기소 처분했을 때 고소·고발인이 여기에 불복해 법원에 기소 정당성을 물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불기소 처분이 정당하다고 결론을 냅니다.
만약 한 전 총리가 실제로 조작된 진술에 의해 재판을 받았다거나, 판결에 오류가 있다면 재심을 청구하면 됩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재심을 언급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의혹이 사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임은정 부장검사 역시 대검 부장회의와 공수처, 법원에서까지 위증교사나 수사방해를 인정받지 못했다면 수사검사를 비난할 게 아니라 자신의 의심이 틀렸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jyg9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