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52시간제 사용자도 근로자도 만족 못시켜”
민주당 “한국 OECD 내에서 여전히 근로시간 길어”
국회 환노위, 야당 의석 많아 논의 쉽지않을 전망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윤석열 정부가 최장 ‘주 69시간 근무’를 골자로 한 노동시장 개혁 로드맵을 내놨다. 기존 ‘주 52시간제’를 손보겠다는 취지다. 근무시간 조항은 입법 사항이기에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국민의힘은 ‘노동시간 연장’에 찬성 입장인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노동시간을 줄이자’는 것이 당 철학이다. 향후 국회에선 치열한 입법 전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근로기준법을 다루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야당인 민주당이 다수석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3일 오전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주 52시간 근무라는 경직된 제도로는 근로자도 만족시킬 수 없고 사용자도 만족시킬 수 없다. 지금 현재 30인 미만 근로자 사용 업체에서 유연노동제 채택한 회사가 90%가 넘는다”며 “올 상반기 중소기업 근로자 부족 인원 59만8000명이다. 작년보다 56.9% 증가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어 “추가 연장 근로 30인 미만 활용 업체가 91%나 된다. 올해 말 일몰 예정이고 민주당은 연장 안 한다는데 91%가 노동형태를 바꿔야 한다”며 “일몰시 72.5%가 아무 대책 없다고 했다. 노동시장 대혼란이 불 보듯 뻔하다. 이런데도 이거 일몰연장 안하겠다고 하니까 도대체 경제 살리겠다는 말이 어떻게 나오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또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이날 오전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구성한 전문가 기구에서 노동시장 개혁 방안을 내놨다. 일단 정부가 내년 초 정부 입법으로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힌만큼 정부 입법안이 넘어오면 보조를 맞춰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52시간제 도입으로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주요 문제”라고 말했다.
전날 윤석열 정부가 구성한 노동시장 개혁 전문가 기구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현재 주 단위로 적용되는 연장 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연(年) 단위로 확대하는 권고안을 내놨다. 이 기준에 따를 근로자는 경우 주당 최장 69시간까지 근무해야 한다. 현재 52시간 보다 매주 17시간까지 근무 시간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외에도 연구회는 선택근로제 적용 기간과 업종을 늘리고, 호봉제 축소, 파업 시 대체근로자 사용 등을 제시했다.
세부 항목 별로는 다르지만 윤석열 정부 노동시장 개혁의 큰 틀은 ‘더 일하고·더 받는’ 구조가 된다는 것이 연구회 측의 설명이다. 특히 중소·벤처 기업의 경우 52시간제 도입으로 경영에 어려움이 생긴 사례들이 많은만큼, 과거에 비해 탄력적으로 근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노사 협의가 가능한 재량을 넓혀 주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반대 입장이 명확하다. 문재인 정부인 2018년 국회 입법을 통해서 경영계 반대를 무릅쓰고 시작된 ‘주 52시간제’ 도입이 됐는데 불과 4년만에 이를 ‘더 일하는 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에 대한 반대가 거세다. 여전히 한국사회의 근로시간이 국제평균으로 보더라도 길다는 것도 근거다. 20201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의 노동시간은 1915시간으로 전체 5위를 기록했다. 소득 3만달러 이상 국가들에선 여전히 한국이 노동시간 1위다.
또 지난 2021년 연말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여론 조사 결과 주52시간 상한제 시행에 대해 국민 71.8%, 임금노동자 77.8%가 ‘잘한 일’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 결과에는 국민 55.8%는 여전히 우리나라가 일을 많이 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의 근로시간은 OECD 내에서 수년간 압도적 1위였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다소 낮아졌다”며 “연간이나 월간 단위가 아니라 주 단위로 엄격하게 근로시간을 할당한 것은 그렇게 해야만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월·연단위 근로책정’ 방안을 내놓자 노동계에선 ‘과로를 권하게 되는 꼴’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부가 내년 초 예정대로 입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경우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을 개연성이 크다. 일단 국회 환노위원장(전해철)과 노동법안소위원장(김영진)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이들이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막아설 경우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환노위 내 여당 의석수도 부족하다. 환노위는 민주당 9명, 국민의힘 6명, 정의당 1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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