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연령 32.5세 인구 1억명 도달 지표 긍정적
성실함·끈기 갖춘 우수 인력 생산성 높아
현지화 성공요건 현지직원과 신뢰 가장 중요
개방형 투자·세제 혜택 우수...작년 5.4% 성장
삼성·LG·현대차 글로벌 기업 만족도 ‘최고’
한국은 롤모델...전략적 동반자 관계 중요
한상지원 동포청 설립 원스톱 지원 절실
“앞으로 5년간 베트남은 폭풍 성장할 것입니다. 좋은 현지화 전략을 찾아 사업에 진력한다면 ‘베트남처럼 기업 하기 좋은 나라가 없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최근 서울 용산구 헤럴드경제 본사에서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와 공동 인터뷰를 진행한 고상구 K&K 글로벌 트레이딩 회장.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베트남 시장 성장’에 대한 확신이 뿌리 깊게 배어있었다. 2002년 말도 통하지 않던 베트남 땅에 발을 내딛은 이후 20년간 사업을 하며 예상치 못한 온갖 풍파를 견뎌내고 ‘한상 거목’으로 자리매김한 그는, 경상도 사투리가 담긴 특유의 시원한 화법으로 마음 깊이 품고 있던 자기만의 사업 노하우를 들려줬다. 그는 베트남 시장의 성장률 수치부터 내밀었다. 2021년 기준 5.4%. 코로나19 위기에서도 베트남경제가 선방한 증거라고 그는 말했다. 베트남 인구의 평균 연령이 32.5세 수준으로 젊다는 것, 내년에 인구 수가 1억명에 이를 것이란 전망은 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보조 지표들로 평가된다.
고 회장은 이같은 시장 확대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베트남 인력의 우수성에 주목했다. 정당한 보수를 주면 성실하게 근무하는 자세와 ‘특유의 끈질김’이 한국인들과 닮았다고 평가했다.
“베트남 인력은 고품질이고 합리적입니다. ‘고품질’이란 말은 베트남 노동자의 생산성이 매우 높다는 뜻입니다. ‘합리적’이란 말은 무슨 뜻일까요. 정당한 보수를 준다면 이에 맞춰 성실히 근무한다는 뜻입니다. 베트남 근로자들은 다른 동남아 인력과 비교할 때 일을 대하는 자세가 다릅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과 같은 유교 문화권에 기반하다 보니, 가족과 국가에 충성합니다. 옆 나라 중국을 막아내고 20세기 중반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을 막아낸 것을 보세요. 이들에겐 한국 사람들처럼 끈질기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내재해 있습니다.”
개방형 투자 환경 역시 베트남의 매력 요소다. 삼성, LG, 현대차 등 국내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베트남에 공장을 짓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설명이다.
“베트남은 다른 나라보다 투자 환경이 좋습니다. 세제 혜택이 잘 돼 있고 인건비도 안정적입니다. 베트남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 수만 약 1만곳입니다. 투자 환경이 안 좋으면 이럴 수가 없지요.”
고 회장은 한국인들에 대한 베트남의 우호적인 분위기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베트남에게 한국은 ‘롤모델’로서 배워야 할 국가로 분류된다고 한다. 지난해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는 1964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베트남인들에겐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 선진국이 된 한국의 개발 전략이 성장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단 설명이다. 이런 역동적인 베트남 시장에선 어떤 사업을 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 베트남의 미래 유망 사업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고 회장은 “똑같은 국밥집을 해도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달라진다”는 우문현답식 답을 내놓으며, 베트남의 문화에 기반한 ‘현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 회장이 직접 성장시킨 케이(K)-마켓의 성공 과정을 예로 들었다.
“K-마켓의 방향은 ‘프리미엄화, 차별화, 현지화’ 순으로 사업을 발전시킨 데 있습니다. 시작은 ‘프리미엄화’, 종착지는 ‘현지화’인 것이지요. 그 종착지 전에는 반드시 차별화를 이뤄야 합니다. K-마켓의 처음 타깃은 베트남의 중산층 이상 고객들이었습니다. 한국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이다보니 비싼 한국제품을 살 수 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우선 겨냥한 것이죠. 중산층 이상 고객이 매장에 들어오자마자 분위기를 달리 느끼도록 인테리어를 꾸몄습니다. 1호점 매장엔 실내 폭포도 있었을 정도죠.”
처음에는 베트남인들이 가게에 들어오려다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고급 실내 인테리어에 놀라 구입이 어려운 비싼 물건들만 매장에 진열돼 있을 것이라 지레짐작한 탓이다. 20년 전만 해도 손님이 없으면 가게 불을 끄는 것이 일상이었던 베트남 상점들 사이에서, 고 회장의 프리미엄 전략은 그야말로 과감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프리미엄화를 통해 베트남 시장에서 K-마켓만의 ‘차별화’를 만들어 내자, 베트남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비싼 물건에 사람들이 몰릴 수 있었던 것일까.
“프리미엄화가 곧 차별화로 부각될 수 있었던 이유는 베트남이 그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국가였기 때문입니다. 베트남 경제가 지속적으로 고도 성장을 하면서 중산층 이상 뿐 아니라 대학생들도 한국 떡볶이를 사먹을 만큼 소득 수준이 금세 높아진 것이죠.”
베트남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이 커지자, 고 회장은 한국 제품을 더 많이 팔기 위해 베트남의 품질 좋은 제품들도 같이 판매하기 시작했다. 특히 신선식품, 야채, 정육, 청과물 등은 베트남에서 나는 물건 중 우수한 것들을 가져다 놨다. K-마켓이라는 식품점에 한국, 베트남을 중심으로 다양한 국가의 우수한 식품들이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현지화가 진행됐다고 고 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사업할 때 베트남 문화를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 회장은 최근 한국 홈쇼핑 회사들이 베트남에 진출했다 철수하는 모습을 아쉬워하며, 이같은 철수가 베트남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로 넘어간 문화’란 점을 간과한 데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쉽게 말해 나이 많은 베트남인들은 시장에서만 물건을 사고, 주류인 20~30대는 모바일 위주로 쇼핑을 한다는 것이다. 베트남에는 TV를 통해 소비하는 문화가 애초에 비집고 들어설 공간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런 환경에서 홈쇼핑 TV 시장을 확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는 그러면서 ‘현지화에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현지화 때 정말 중요한 게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바로 경영자가 직접 얘기할 사람은 베트남 현지 직원이란 것입니다. 한국인 경영자는 회사의 핵심 역할을 하는 베트남 직원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로 간의 신뢰관계를 반드시 구축해야 합니다.”
실제로 고 회장과 현재 일하는 직원 중에는 20년 된 인연을 자랑하는 베트남인들만 4명이 있다. 고 회장의 쉽지 않았던 경영 여정을 같이 지켜줬던 이들이다. “베트남에서 사업할 때는 한국인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고, 베트남인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따로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수천명에 이르는 베트남 직원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국인 경영자가 전부 알 수 있을까요. 신뢰할만한 핵심 베트남 직원들을 두고, 그들의 조언을 들으며 다른 베트남 직원들을 단합하게 하고 이끌어야 사업을 해나갈 수 있습니다.”
베트남의 한인 경영인 세계의 주축이 된 그에게 현재 위기 요인은 없을까. 고 회장은 사업 안정화를 위해 한국과 베트남의 정치적 관계가 안정화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14년 당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인해 분노한 베트남인들이 반중국 시위를 격화시키면서, 관련 공장을 공격한 일을 꺼내들었다.
“반중 시위 당시 한국 회사들은 중국회사로 오해받지 않기 위해 비행기로 태극기를 공수해 공장에 걸 정도였습니다. 정치적인 갈등이 사업을 하는 이들에게 직접적 피해로 다가온 사건이죠. 지금과 같이 베트남과 한국의 이해관계를 맞춰 우호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 회장은 전 세계 곳곳에서 경제 영토를 확장 중인 한상들을 위해 정부가 동포청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재단 수준인 한상 지원 단체를 외교부 산하의 동포청으로 격상시켜 원스톱 지원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그는 해외에서 어렵게 사업을 일군 이들을 위한 금융 지원 역시 정부가 크게 관심을 가질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전세계에 약 750만명에 달하는 재외동포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경제영토를 확장하는 선봉장들입니다. 정부가 그런 기업가들을 지원한다면, 경제가 보다 활성화될 것입니다. 특히 금융 지원이 필요합니다. 큰 건물 등 담보물이 있으면서 한국 상품 판매 사업을 한다고 강조해도, 저금리 대출은 엄두도 못 내는 게 현실입니다. 금융지원을 강화하고 국내 기업과 해외 동포 기업간 차별의 벽을 없애는 것이 국가 경제를 위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김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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