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긴 연애’는 ‘찌라시’의 루머로 유통되지만, ‘공개 연애’는 언론의 뉴스로 소비된다. ‘숨겨진 연애’는 대중들의 말초적인 호기심을 은밀하고 짜릿하게 자극하는 가십이자 스캔들(추문)이지만, ‘공개된 연애’는 누구나 선망하는 로망이자 판타지가 된다. 이것이 대중스타 커플의 새로운 ‘연애 공식’이다. 조인성-김민희, 원빈-이나영, 김범-문근영, 한예슬-테디에서 최근 이승기-윤아까지 “우리 사랑에 빠졌어요”라고 공개 선언한 연예 톱스타 커플들은 새로운 연애 공식의 완벽한 사례들이다.
최근 젊은 톱스타들끼리의 공개 연인 선언이 잇따랐다. ‘연예매체의 추측성 보도-당사자의 일관된 부인-대중적 의혹의 확산’이라는 뻔한 경로를 밟던 과거와는 전혀 달라진 풍속도다. ‘파파라치식 취재에 의한 보도-즉각적인 열애 인정-대중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하나의 패턴으로 굳어졌다. 왜 대중들은 스타들의 열애에 열광하며 그들의 ‘공개 연애’는 어떻게 하나의 공식이 됐을까?
▶루머냐 뉴스냐, 가십이냐 로망이냐 대중스타들의 ‘숨겨진 연애’는 찌라시의 단골 메뉴로 생산되고, 술자리에서 은밀하게 유통되는 ‘가십’이다. 하지만, 공표된 열애,공개된 연애는 즉각적으로 공적 언론의 ‘뉴스’가 된다. 아니나 다를까. 이승기와 윤아의 열애 소식은 주요 일간지의 ‘뉴스’로 다뤄졌다. 가십의 문화ㆍ사회사를 다룬 ‘성난 초콜릿’의 저자 조지프 엡스타인은 “가십의 정의는 누군가 알리고 싶지 않은 사실을 제 삼자가 또 다른 상대에게 말하는 것”이라며 “가십은 가장 밑바탕에 있는 사타구니에 관한 것, 누가 누구와 동침하는 관계이며 누가 무엇을 얼마나 훔쳤고, 누가 비인간적인 행태를 감추고 있는지를 다룬다”고 했다. 그리고 가십에는 “가십을 시작하는 사람”과 “그것을 듣고 전하는 사람”, 그리고 “그 가십의 대상이거나 희생자인 사람”이 필요하다고 썼다. 가십은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 누군가의 사적인 정보를 ‘독점적’으로 갖고 있는 사람들과 그것을 듣고 짜릿한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에 의해 전파된다. 그렇다면 ‘숨겨진 연애’는 가십이지만, 공개되는 즉시 더 이상 ‘가십’이 아닌 모두가 공유하는 ‘가치 있는 뉴스 정보’가 된다. 가십의 은밀함과 짜릿함이 사라지는 대신, 뉴스 보도를 통해 공개된 대중스타의 열애는 모든 대중이 선망하는 판타지가 된다. ▶대중스타의 연애는 ‘상품’ 대중스타들의 사적인 ‘인간관계’는 엔터테인먼트산업이 부가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 상품으로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최고는 역시 남녀 사이의 ‘연애’다. 대중스타들의 연애는 몸값이 중요한 당사자들과 지하시장의 정보로서 유통시키는 ‘찌라시’의 거래자들(흔히 금융권), 유명 인사들 사적인 동정을 쫓는 파파라치, 뉴스를 생산해야 하는 미디어, 스타들을 광고모델로 내세우는 기업, 스타들을 선망하고 질시하는 대중이 참여하는 시장의 ‘상품’이 된다. 여기에서 과거 연예스타들의 ‘연애’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광고주들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달라진 세태는 광고모델의 연애 공개가 기업이나 상품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지 않거나, 심지어 제고하는 효과까지 빚어내고 있다. 대형 광고기획사의 한 간부급 AE는 “열애설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니까. 굳이 그것으로 인해 광고모델을 교체할 필요가 없는 시대”라며 “소비자들도 젊은 스타들의 자연스러운 만남에 점수를 더 주는 게 일반적이고, ‘브란젤리나(브래드 피트-앤절리나 졸리)’ 같은 세기의 커플들의 사례가 우리 사회에도 충분하게 알려지면서 오히려 톱스타 간의 열애는 호감도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공개 연애’를 선언한 이승기, 원빈, 이나영, 조인성 등은 매년 광고모델 호감도 조사에서 상위권을 다투는 스타들이다.
▶달라진 세태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젊은 세대의 연애 풍속도 변화, 광고시장의 반응이 어우러져 톱스타 당사자들이나 이들이 소속된 기획사의 시각과 대처도 달라지고 있다.
공개 연애 톱스타 커플이 소속된 국내 굴지 연예기획사의 매니저들은 “사귀는 게 맞는데 숨길 이유가 없었다”며 “사진까지 이미 찍힌 마당에 아니라고 하면 오히려 ‘거짓말한다’는 주홍글씨가 찍힐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연예 관계자도 “그냥 열애설이 아닌 파파라치 사진의 경우엔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을 뿐더러 분위기도 달라져 열애설을 인정해도 작품 활동이나 대중 이미지에 타격이 없다”고 했다. 인터뷰에 응한 몇 명 매니저들의 소속사는 달랐지만, 반응은 한결같았다.
“요즘엔 대중들이 스타를 보는 인식이 달라졌습니다. 과거엔 신비주의에 휩싸여 멀리 있는 연예인을 선망하고 좋아했지만 요즘엔 실생활을 보여주며 숨김없이 다가가야 인기가 높습니다. 연애도 마찬가지입니다. 극소수 아이돌을 제외하곤 연예인도 대중과 똑같이 사랑하고 헤어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면 오히려 동질감이 높아집니다. 다만 부작용이 없지는 않죠. 옛 연인과의 결별 후에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면 팬들에게 매도당하는 경우입니다.”
이형석ㆍ고승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