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징수목표 전년比 1048억 줄여 경찰청 과태료 예산 6464억 확정 물가 고공행진 속 ‘반가운 역주행’

‘수입올리기 혈안’ 비판 불식 의도 일각선 “선거의 해 표심자극” 비판

서민들에겐 두려운 게 많다.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는 물가, 고공행진을 할 뿐 도대체 내릴줄 모르는 전기료, 허리 등 휘게 만드는 대학등록금, 얇은 월급봉투에 비해 점점 살집이 오르는 폭탄세금. 고난한 서민들로선 점점 겁이 나는 대상이다.

이 중 또 두려운 것이 있다. 과태료다. 어쩌면 가장 아까운 추가 부담이다. 법을 위반하는 것에는 물론 책임이 따르고 어떤 처벌이라도 받아야 하지만 속도 위반, 주정차 위반으로 과태료 딱지를 받게되면 어찌나 가슴이 시렸던지, 이런 경험은 대부분 있을 것이다.

과태료는 그만큼 민초들로선 두렵기도 하고, 만나고 싶지 않은 ‘불청객’이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어려운 살림살이일 때마다 교통 단속의 손길을 넓혀 세금을 걷듯이 재정확보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서민들로선 내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 과태료 징수액은 최근 몇년간 계속 늘었고, 서민의 추가 부담 역시 그만큼 증가했다.

이같이 ‘뿔 달린 도깨비’같이 무섭기만 했던 과태료가 갑자기 착해진다. 올해 과태료 징수 목표액은 지난해보다 1000억원 이상 줄어든 8691억1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윤호중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정부 부처별 과태료 징수결정액’ 자료에 따른 것이다.

정부가 올 예산안에서 책정한 각 부처ㆍ기관의 과태료 수입은 지난해 예산 9739억2200만원보다 1048억1200만원이 줄었다. 지난 2010년 예산안(7959억6500억원)에 비하면 1700여억원이나 줄어든 것이다. 그만큼 시민들로부터 과태료를 적게 걷겠다고 한 셈이어서 민초들로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찰청 역시 올해 과태료 예산액 6464억5900만원(조정안)을 확정, 지난해(8444억2500억원)와 2012년(7512억1500억원)에 비해 대폭 감소시켰다. 경찰청 역시 과태료로 걷는 돈을 줄이겠다는 뜻이 반영돼 있다.

서민들로선 ‘과태료의 역주행’이 반갑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곱잖은 시선이 들어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부가 올해 과태료 예산안을 감축한 것은 과태료 수입을 올리기에 혈안이 돼 있었다는 그동안의 비판을 불식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올해 6월에 예정돼 있는 지방선거를 의식해 그런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흔히 행정처분이나 과태료 등의 제재 건수는 ‘선거의 해’에 미묘한 변동 흐름을 보이는데, 올해 역시 그런 공식을 적용하고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김경상(45ㆍ사업) 씨는 “과태료를 적게 걷겠다고 하니 나쁠 것은 없다”며 “다만 선거 표심을 얻으려고 그러는 것이고, 선거가 끝나면 또 다시 재정 마련 때문에 단속을 심하게 할 것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이 같은 인식이 팽배한 것은 그동안 과태료 징수 총액 흐름과 관련이 크다. 과태료는 그동안 정말 홍수에 강물 불어나듯이 몸집이 부풀었다. 과태료 징수액은 2010년 5378억원, 2011년 9400억원, 2012년 1조8788억원 등으로 2년 만에 3.5배까 뛰어오르며 급증세를 보였다. 정부가 부족한 재정을 채우기 위해 서민들의 얇은 주머니를 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던 배경이다.

윤호중 의원은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각종 단속을 강화해 과태료 징수를 늘리는 것은 ‘신(新)가렴주구’나 다름 없다”며 “정부는 과태료 수납률을 점검하고 관련 민원을 참작해 각 부처별ㆍ유형별 과태료에 가혹한 처사는 없는지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과태료 징수액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장 큰 배경은 징수목표액을 2000억원 가까이 줄인 경찰청과 관련이 크다. 사상 어느 때보다도 격렬해질 노사 대립, 선거, 각 이해집단의 시위 등을 감안, 경찰 동원력을 아낄 필요가 있다는 행간도 엿보인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세입 예산이 과다 책정됐다는 국회 지적에 따라 기재부와 상의해 목표를 낮게 책정했을 뿐”이라고 했다. 매년 과태료 수입을 과도하게 잡았다가 실적이 미달하는 데 따른 질타 등 ‘현실적 이유’로 올해 예산을 지난해보다 23.4%를 줄였다는 것이다.

아무튼 올해 과태료를 덜 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서민들은 반갑기도 하지만, 일회성일 것이라는 시각도 교차하면서 과태료는 올해 내내 시선을 받을 주인공이 됐다.

김기훈 기자/kihun@heraldcorp.com

▶과태료=도로교통법 위반 행위 등에 가해지는 금전적 행정제재로 벌금과는 달리 형벌 성격은 없다. 즉, 벌금이나 과료(科料)와 달리 형벌의 성질을 가지지 않는 법령위반에 대해 과해지는 금전벌(金錢罰)이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