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보조금 총액 100조원 넘어 …부정수급 행태 전 분야에 만연
-관리감독 소홀 정부 책임 커…“이번 대책 통해 1조원 재정 절감”
[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지난 2010년 수도권 기업의 A산단과 B산단의 투자유치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브로커와 짜고 서류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자격 미달의 기업을 지방으로 이전시킨 후 국고보조금을 받아냈다. 수도권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지방투자 촉진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부 사업을 악용한 것이다. 브로커들은 기업에게서 돈을 받아 담당 공무원에게 일부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70억원 가량의 국고보조금이 새어 나갔다.
정부가 ‘먼저 가져가는 사람이 임자’란 인식이 만연한 국고보조금 사업의 전면 손질에 들어갔다. 국고보조금이 잘못 운영되면서 ‘혈세 낭비’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4일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예산ㆍ기금을 재원으로 개인이나 사업자에게 지급되는 각종 보조금은 올해 예산에 반영된 것만 2031개 사업, 52조5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연구개발 등에 대한 정부출연금 30조9000억원과 국세감면액 33조원을 포함하면 실제 국고보조금은 100조원을 넘어선다.
최근 검찰과 경찰은 부당하게 지급ㆍ유용된 국가보조금 3119억원을 찾아내 관계 기관에 환수토록 조치했다. 검경은 지난해 12월부터 국가보조금 관련 비리를 집중 단속해 부정 수급자 5552명을 적발하고 그 중 253명을 구속했다.
보조금 부정수급 행태는 보건ㆍ복지ㆍ고용, 농수축산, 연구ㆍ개발, 교통ㆍ에너지, 문화ㆍ체육ㆍ관광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발생했다.
이처럼 부정ㆍ비리가 만연한 것은 보조금 지급 대상이 타당성이나 중복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선정되고, 한번 결정되면 축소나 폐지하기 어려운 구조 때문이다. 또 그 동안 보조금 사업자에 대한 관리ㆍ감독도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벌칙도 약했다. 때문에 부정수급으로 걸려도 다시 보조금을 타내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국고보조금 운영 전반을 조사하고 관련 대책을 수립할 총괄 조정 기구도 없었으며, 정보 공개와 신고 관련 체계도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았다.
정부는 보조금 부정수급의 주된 요인을 ▷총괄 조정기구 및 인프라 부재 ▷타당성 중복성 검토 불충분 ▷보조사업자 감시 감독 장치 미작동 ▷집행ㆍ사후관리 형식적 운영 등으로 분류해 각 원인별 대책을 세울 방침이다. 개별적, 일시적으로 부정수급 사례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항구적인 방안을 수립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 2차관이 위원장을 맡고 각 부처 1급 간부와 보조금 전문가 등 20여명이 참여하는 ‘국고보조금관리위원회’를 신설해 보조금 사업 전반을 관리하기로 했다.
부정수급 벌칙은 대폭 강화했다. 허위 신청 등을 통해 보조금을 부정수급한 경우 받은 돈의 5배를 내게 하는 징벌적 과징금 제도를 도입하고, 향후 보조사업 참여를 영구적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부정수급을 신고한 사람에게는 최대 2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연 1조원 이상의 재정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 동안 정부가 돈만 내고 보조금의 집행 과정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이 커 ‘뒷북 대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노형욱 기재부 재정업무관리관은 “보조금 개혁 태스크포스(TF)를 주기적으로 개최해 대책 이행상황을 점검할 것”이라며 “각 부처별로 부정수급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검경 상시조사 체계를 가동해 단속 및 적발활동도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