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용 못한다” 권고 후 1년이 훨씬 지나서야 회신 -인권위 “변호인 도움받을 수 있는 피의자 권리 지속적 침해 우려”

[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경찰청이 “피의자신문 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자유롭게 보장되도록 경찰청 훈령인 ‘범죄수사규칙’을 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대해 지난 10월24일 불수용 입장을 밝힌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인권위는 지난해 5월27일 변호인의 상담ㆍ조언을 제한하는 관행 개선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경찰청장에게 권고한 바 있다. 경찰청은 인권위 권고를 받은 날로부터 1년이 훨씬 지나 수용하지 못한다고 회신해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해 인권위는 경찰이 총 7시간에 걸친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4차례에 걸쳐 변호인의 상담과 조언을 제지한 것은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당시 진정인 A 씨는 불구속 상태로 경찰 조사를 받는 중에 동행한 변호인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변호인과 협의를 하려했으나, 담당 경찰관이 이를 제지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해당 경찰관은 변호인이 경찰관의 승인없이 신문 도중 진정인에게 조언을 해 이를 제지한 사실이 있으나, 이는 형사소송법과 범죄수사규칙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변호인 조력권을 제한한 근거로 제시한 범죄수사규칙 제59조는 상위법인 형사소송법의 위임이 없는 규정으로 기본권의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또 변호인의 참여를 단지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감시하기 위해 입회하거나 경찰관의 승인 하에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정도로 한정하고 있어, 변호인 상담ㆍ조언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에는 소홀하다고 여긴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경찰 수사과정의 피의자신문 시 변호인 참여에 대한 근거는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제1항 및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이하 ‘수사준칙규정’) 제21조 제4항”이라며 “위 법령 조문을 인용한 경찰청 훈령인 범죄수사규칙 제59조는 피의자인권보호에 적합하며 동 규칙만을 개정하는 것은 수용하기 곤란하다”고 회신했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는 “사건 당시 해당 경찰관의 행위를 규정한 행위규범은 범죄수사규칙 제 59조”라며 “수사준칙규정은 대통령령으로 기본권 제한의 임의규범이 될 수 없다”는 추가 의견을 권고 결정 후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경찰청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4조 2항의 ‘권고를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결과를 통지해야 한다는 규정도 준수하지 않은 채 불수용 입장을 전했다.

이에 인권위는 “경찰청의 불수용 답변으로 인해 향후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대한 본질적 침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된다”며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5조 제5항에 따라 위와 같은 사실을 공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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